하지만 최근 향유고래 포경업에서는 포악하고
잔인하고 교활하고 악의에 찬 괴물을 공격한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따라서 상대가 모비 딕인 줄 모르고 우연히 싸움을 건 사냥꾼들은 대부분 모비 딕이 불러일으킨 독특한 공포를 개별적인 원인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향유고래 포경업이 본래 안고있는 위험 탓으로 돌렸다.

에이해브와 모비 딕의 처참한 대결도 사람들은 대개 그런 식으로 보고 있었다. - P272

모비 덕에게 거듭 비참하게 격퇴를 당하자,
모비 딕에 대한 그들의 공포는 계속 축적되고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렇게 증폭된 공포심은 결국 흰 고래에 대한 소문을 들은 용감한 포경꾼들의 용기를 약화시키는 데 매우 효과가 있었다. - P272

그렇다면 거의 죽을 뻔했던 그 결투 이후 에이해브가그 고래에 대해 격렬한 복수심을 품고 있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복수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에이해브가 광적일 정도로 과민해져서 결국에는 자신의 육체적 고통만이 아니라 지적·정신적인 분노까지도모두 흰 고래와 결부시켰다는 점이다.

흰 고래는 모든 사악한 존재의 편집광적 화신으로서 에이해브의 눈앞을 끊임없이 헤엄치게 되었다.  - P278

하지만 에이해브는 그들처럼 무릎을 꿇고 숭배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밉살스러운흰고래에게 모든 악의 근원을 돌려, 미친 듯이 날뛰며 불구의 몸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것에 덤벼들었다.

사람을 가장 미치게 하고 괴롭히는 모든것. 가라앉은 앙금을 휘젓는 모든 것, 악의를 내포하고 있는 모든 진실, 체력을 떨어뜨리고 뇌를 굳게 하는 모든 것, 생명과 사상에 작용하는 모든악마성-이 모든 악이 미쳐버린 에이해브에게는 모비 딕이라는 형태로 가시화되었고, 그리하여 실제로 공격할 수 있는 상대가 되었다. 

에이해브는 아담 이후 지금까지 모든 인류가 느껴온 분노와 증오의 총량을 그 고래의 하얀 혹 위에 쌓아 올려, 마치 제 가슴이 대포라도 되는 듯이 마음속에서 뜨거워진 포탄을 그곳에다 겨누고 폭발시켰던 것이다. - P279

이런 사정이야 어떻든, 에이해브가 전혀 약해지지 않는 분노를 가슴에 간직한 채 흰 고래 사냥을 유일무이한 목적으로삼아 이 항해에 나선 것은 확실하다.

육지에서 그를 알던 사람이 당시 그의 마음속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를 조금이라도 눈치챘다면, 고결한 영혼을 가진 그들은 대경실색하여 그런 악마 같은 자의 손에서 당장 배를 빼앗았을 것이다! 그들은 이익이 남는 항해에 정신이 팔렸고, 그 이익은 조폐소에서 찍어낸 달러로 헤아릴 수 있는 것이었다.

반면에 에이해브는 무엇으로도 누그러뜨릴 수 없는 대담무쌍하고 초자연적인 복수에 몰두해 있었다. - P282

여기, 신도 두려워하지 않는 반백의 노인, 증오심에 가득 차서 욥의 고래를 찾아 세상을 돌아다니는 노인이 있었고, 그의 선원들은 주로 더러운배신자나 세상에서 버림받은 자, 그리고 식인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게다가 스타벅은 미덕과 상식을 가졌으나 동조자가 없어서 별 영향력이 없었고, 스티브는 태평한 성품이어서 매사에 무관심했으며, 플래스크는 모든 면에서 평범한 위인이어서, 이들 중에는 정신적인 지주가 될 만한 인물이 없었다.

그런 항해사들의 지휘를 받는 선원들은 처음부터 에이해브의 편집광적 복수를 돕게 하려는 목적에서 어떤 악마적 운명에 의해 특별히 착출된 일당인 것 같았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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