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할 만큼 했다"는 말을 권진규가 무심히 내뱉었을 때, 당시 고등학생이던 허명회는 ‘곧 소나기가 올 것 같다‘고 직감했다.
허명회는 오랫동안 권진규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미술을 전공할 생각도 있었지만, "미술보다 아름다운 학문이라고 스스로 판단한 수학의 세계에 빠졌다.
그는 고학으로 스탠퍼드대학교를 나와 한국 통계학 분야에 선구적 업적을 남긴 학자가 되있다.
허명회의 아들 허준이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30대에 세계 수학계의 난제인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 등을 증명했고,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해 한때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이다.
한 인터뷰에서 허준이는 수학을 공부하는 원동력이 "아름다움의 추구‘에 있다고 말했다.
수학 이론은 현실에서 경험적으로는 알 수 없는 세계를 암시하기 때문에 마치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결과는 매우 순수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수학자의 내적 동기는 예술가의 그것과 같다"고 그는 말했다. 음악가, 조각가, 수학자는 불멸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렇게같은 곳을 응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 너무나도 먼 응시! - P364
이 형상은 위로 자라면서도 옆으로는 좌우 균형을 유지하려고 실은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견고한 안정감과 극도의 긴장감이 절묘한 조화를 이룸으로써 태어나는 존재라고나 할까. 생은 바로 그런 극단적인 힘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균형감각이다.
그러하기에 우주에 던져진 어떤 존재에게나, 생은 그만큼 어렵고, 신비롭고, 기적 같고, 엄중하다.
문신, 태양의 인간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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