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는 자신의 책에서 2루타의 순간을 ‘에피퍼니Epiphany‘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에피퍼니란 어떤 일의 본질이나 의미를 갑작스럽게 알게 되는 순간을 말한다. - P81
학습이나 시행착오를 통해 얻는 깨달음이 아니라 전혀 예기치 않은 순간, 감탄사 ‘아!‘가 터져 나오는 통찰의 순간을 말한다. 일생에 한두 번 맞이할까 말까 한 귀중한 통찰이라는의미에서 불교에서 말하는 돈오에 가깝다. - P82
아니, 오히려 에피퍼니의 공간은 우리의 마음을 뺏을 정도로 너무 흥미로우면 안 된다. 공간이 지나치게 엄숙해서 우리의 감정을 압도해도 곤란하다.
공간에 압도되면 내면에서 잠깐 울리고 사라지는 운명의 ‘아!‘를 놓칠 수 있때문이다.
일상 공간의 평범함에서는 약간 벗어나 있는, 그러나너무 특별하지 않은 공간. 그 공간에 배경처럼 흘러가는 잔잔한 사건, 이런 장소에서 우리는 일생일대의 숙제가 한번에 풀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하루키식 표현법을 빌리자면, 에피퍼니라는 수줍은 고양이는 1군보다는 2군, 메이저보다는마이너 공간에서 조용히 숨죽이며 우리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 P82
다빈치의 관찰 일기는 성인이 된 우리에게 일기 쓰기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안한다. "오늘은"으로 시작해서 하루 동안 일어난 사건을 기록하는 일기를 쓰는 것이아니라. 오늘 나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대상에 대한 관찰을 기록하는 일기를 쓰라고 말이다. - P104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집 주방에 거대한 테이블을 두고 식구들과 읽은 책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규칙을 만들었다. 진정한 아이디어는 (본인이 개발한) 아이폰을 통해서가 아니라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대화에서 생긴다는 비밀을 그는 알고 있었다. - P106
거액을 들여 사들인 코덱스 레스터를무료로 공개한 빌 게이츠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위대한 발견은 디지털카메라의 성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용히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자기 눈으로 오랜 시간을 들여 대상을 관찰한 끝에 우리는 자신만의 통찰이라는 선물을 받게 된다. - P107
핀란드 정부가 외국 사람이 행복의 이유를 물어오면 이렇게 대답하라고 했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당신은 왜 행복한가? 그 질문에 대한 공통된 답은 다음과 같았다.
"내일 갑자기 불행한 일이 닥치더라도 사회가 나를보호해줄 거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죠." - P118
물을 붓는 순간 갑자기 온도가 올라가므로 그 전에반드시 함께 사우나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하는절차가 있다.
그때 하는 질문이 "뢰일리?"다.
그럼 함께앉아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뢰일리는 사우나에서 돌에 물을 뿌렸을 때 솟아오르는 증기를 가리키는 핀란드어다.
하지만 단어의 원래 뜻은 멋지게도 ‘생명의 숨결‘
그러니 사우나에서 "뢰일리?"라고 묻는 것은 ‘네 삶에 숨결을 좀 불어넣어줄까?‘ 이런 의미다. - P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