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출장 여행을 다니던 첫해, 인선은 고향 이야기를 좀처럼 하지 않았던데다 완전한 서울말을 썼기 때문에 나에게는 서울내기와 다름없게 느껴졌다. 어느 밤숙소 로비의 공중전화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나누는 대화를 옆에서 듣고서야 인선이 먼 섬에서 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 P71

바람이 센 곳이라 그렇대. 어미들이 이렇게 짧은 게. 바람소리가 말끝을 끊어가버리니까.
그렇게 인선의 고향은 그녀가 가르쳐주는 담담한 방언 - 어미들이 홀홀히 짧은ㅡ과, 사람이 그리워 농구 경기를 즐겨 본다는아이 같은 할머니의 이미지로만 남아 있었다. 

내가 잡지 일을 막 그만 두었던 연말, 일을 사이에 두지 않은 순수한 친구로서는 처음으로 그녀를 만난 저녁까지는. - P73

말없이 우리어떤 순간에 말을 아껴야 하는지 어렴풋이 배우게 된다. 

두 사람모두 젓가락을 내려놓고도 한참 시간이 흘렀을 때에야 그녀는 입을 열어, 열여덟 살에 자신이 가출한 적이 있다고. 

그때 죽을 고비를 한 번 넘겼었다고 말했다. 

나는 내심 놀랐다. 인선이 아홉 살일때 홀로되어 딸을 대학까지 보낸 연로한 어머니에게 그녀가 평소얼마나 각별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P75

그런데 그해엔 왜 그렇게 엄마가 미웠는지 몰라. - P76

내가 다친 걸 진작 알았다고 그때 엄만 말했어. 병원에서 연락오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고. 

내가 축대에서 떨어졌던 그 밤에 꿈을 꿨다고 했어.

 다섯 살 모습으로 내가 눈밭에 앉아 있었는데 내 뺨에 내려앉은 눈이 이상하게 녹지를 않더래. 

꿈속에서 엄마몸이 덜덜 떨릴 만큼 그게 무서웠다. 따뜻한 애기 얼굴에 왜 눈이안녹고 그대로 있나.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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