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 P134

인선의 손가락이 잘리지 않은 평행우주가 존재한다면 나는 지금 서울 근교 아파트의 침대에 웅크려 누워 있거나 책상 앞에 앉아 있을 거다.

인선은 싱글 매트리스에서 잠들어 있거나 안채의부엌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거다. 암막 천에 덮인 새장 속 횃대에 아마가발을 걸고 있을 거다. 잠든 몸이 어둠 속에서 따스할 거다.
가슴털 아래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고 있을 거다.

그게 멈춘 게 언제였을까. 나는 생각한다. 내가 건천으로 미끄러지지 않았다면 그전에 물을 먹일 수 있었을까. 그 순간 제대로 길을 택해 내처 걸어왔다면, 아니, 그전에 터미널에서 더 기다려산 을 가로지르는 버스를 탔다면. - P155

속솜허라.
동굴에서 아버지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에요.

양치잎 같은 그림자가 벽 위를 미끄러지며 소리 없이 솟아올랐다.

숨을 죽이라는 뜻이에요. 움직이지 말라는 겁니다. 아무 소리도 내지 말라는 거예요. - P1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