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선의 손가락이 잘리지 않은 평행우주가 존재한다면 나는 지금 서울 근교 아파트의 침대에 웅크려 누워 있거나 책상 앞에 앉아 있을 거다.
인선은 싱글 매트리스에서 잠들어 있거나 안채의부엌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거다. 암막 천에 덮인 새장 속 횃대에 아마가발을 걸고 있을 거다. 잠든 몸이 어둠 속에서 따스할 거다.
가슴털 아래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고 있을 거다.
그게 멈춘 게 언제였을까. 나는 생각한다. 내가 건천으로 미끄러지지 않았다면 그전에 물을 먹일 수 있었을까. 그 순간 제대로 길을 택해 내처 걸어왔다면, 아니, 그전에 터미널에서 더 기다려산 을 가로지르는 버스를 탔다면. - P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