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통화를 하면 더이상 할말이 없어서 피상적인 이야기만 주고받았다.
이모는 엄마에게 솔직하지 못했고 엄마 또한 그랬다.
엄마는 살얼음판을딘듯이 이모의 상처가 닿지 않은 마음들만을 디디려 했고 이모는 엄마가 이모를 조금이라도 가여워할까봐 애써 아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엄마는 심지어 이모가 안양에서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사는지조차 몰랐다.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던 그런 태도가 서서히 그들의 사이를 멀게 했고, 함께 살았던 시간 동안 쌓아왔던 마음들도 더이상 그 관계를 지탱해주지 못했다.
엄마가 임신을 하고 아기를 낳는동안 엄마와 이모는 더 데면데면한 사이가 됐다.
임신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모의 힘들었던 시절을 연상시키리라는 생각 때문에 엄마는 몸의 변화나 출산 준비에 대해서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이모에게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미루게 되자 연락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순애 언니····…라고 편지를 쓰다가도 할말이 동이 나서 더이상 쓰지 못했다.
엄마의 생활이 안정되어갈수록 이모는 부담스러운 사람이 되었다.
엄마는 이모가 불편했다. - P114
엄마는 이모의 이야기를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엄마는 이모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고, 이모에게서 연락이 오면 냉정하게 대했다. 그러자 머지않아 이모도 더이상 엄마에게 전화하지않았다.
엄마가 이모를 부담스러워했다는 사실은 이모를 아프게 했지만 그만큼이나 엄마 역시 오래도록 아프게 했다.
지금도 엄마는 엄마가 어떻게 순애 이모를 저버릴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한다.
자신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가 왜 그리도 어려웠는지 엄마는 생각한다.
크게 싸우고 헤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주 조금씩 멀어져서 더이상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후자다. - P115
"너 보니 좋다. 해옥아. "참 좋네."
"우리, 서로 보고 살았으면 더 좋았을까."
이모는 병실 침대에 기대앉아서 엄마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난 아직두 우리가 한참은 어린애들 같은데. 이렇게 껍데기는 할머니들이 다 됐어."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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