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있고 그런 만큼 플롯이 분명하고, 또 하드보일드 풍의 주인공 행위가 뚜렷한 소설들에 깊은 세례를 받았다는 느낌이었다. 그랬더니 그것만이 아니라 보르헤스도 좋아한단다. 그리고그 이유로 "그 사람이 차지하는 20세기 문학에서의 어마어마한 가치나 의미보다는 문장이나 표현이 좋다"는 점을 들었다. 보르헤스의 문장 대부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놀라울 정도로 압축적이라는 것. - P440

최근에 어느 문예지에서 읽은 좌담에서인가. 황종연 선생님이 하신얘기가 기억납니다. 

소설가 어떻게 보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경험 안에 축적되어 있는 이야기에 의미 있는형식을 부여하는 사람들이 아니냐, 는, 저는 그 말에 상당히 공감하는 편입니다.

실제로 소설 안에 이런 대목이 나오죠. ‘세상에 떠도는 얘기란 본시 듣는 사람의 편의에 따라 이야기꾼의 솜씨에 따라가감과 변형이 있게 마련이다. 이 안엔 전설과 신화, 민담 같은 설화와 야담과 괴담, 기담 등 온갖 이야기와 소설과 영화의 컨벤션 그리고 온갖 소문과 허풍, 심지어 인터넷에 떠도는 엽기 유머 등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저는 이것을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 라고 칭합니다. 그리고 소설 속 화자는 그야말로 가감과 변형을통해서 그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입장에 있는 거고요. - P443

이 소설의 그 수 많은 디테일들을 하나의 소설로 묶어세운 누빔점을 찾고 그것에서부터 이 소설 안에 내장된 놀라운 요소들이 어떤 과정이나 세공을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묻고 싶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장악하지 못했기에 그럴 수 없었다. 해서 저 흩어져 있는 핵심으로부터 시작하지 못하고 정말로 두루뭉술한것부터 묻기 시작했다. 

텍스트를 장악하지 못한 자괴감이 대단했으나,
하나, 어쩔 수 없었다. 우선 이 소설에 착안하게 된 동기부터 물었다. - P440

이 소설은 이야기들의 연쇄로 구성되어 있지만 어떤 중심 서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느 소설에 비해서 에피소드나 부분의 자족성이나 완결성이 많이 허용되는 소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많은 에피소드들을 거느리는 중심 서사가 있다. 

이 소설의 구조는 바로 ‘노파의 잔혹한 복수극이다. 

노파를 이렇게 소설의 시원에 위치시킨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다. 과연 노파에게 이렇게 큰 의미를 부여한 까닭은무엇인지 단순히 기담이나 괴담에 등장하는 노파의 이미지를 끌어온것인지 아니면 이 노파에게 어떤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인지. - P445

누군가 이 소설이 무엇에 관한 이야기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제가 한참 고민을 하다가 나름대로 폼나게, 이건 지난 세기에 관한, 그리고 그 시대에 벽돌을 만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 대답을했어요. 

한데 지난 세기의 얘기라면 마땅히 역사소설이나 뭐 그런비슷한 게 되겠죠. 그런데 저는 지난 세기를 그리되 역사는 모두 지워버리고 그 대신 세상에 떠도는 얘기들을 채워넣었죠. 

이 소설에는 크게 노파의 시대, 금복의 시대, 그리고 춘희의 시대가 있는데 시대에 따라 각기 문체를 달리했어요. 

그래서 노파의 이야기가 나올때는 옛날 소설처럼 장황하고 걸쭉하고, 또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어휘들도 자주 등장하는데, 

춘희에 와서는 그런 장광설이 없어지죠. 문장은 짧아지고 보다 더 현대적인 문체가 되죠. 하지만 그런 의도가 철저하게 관철된 것 같진 않습니다. - P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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