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소름끼치는 웃음도 생각났다. 
그러나 노파는 당시의 그 무서운 얼굴이 아니었다. 그녀는 어딘가 지치고 외로운 표정이었다.

노파는 겁에 질려 쳐다보는 춘희를 보고 썩은 이를 드러내며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어서 두부를 받으라는 듯 눈짓을 했다. 춘희는 조심스럽게 손으로 두부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두부를 베어먹었다. 

비릿한 콩냄새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노파는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표정으로 옆에서 춘희가 먹는 양을 지켜보다 어느샌가 함지를 이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것이 일찍이 남의 집부엌살이로 떠돌다 딸에게 연인을 빼앗기고 버러지처럼 땅바닥을 기어다니며 지독하게 돈을 모았지만 끝내 한푼도 못 써보고 결국 그 돈때문에 목숨까지 잃어 한 많은 생을 마감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불에 타 죽게 함으로써 스스로 복수를 완성한 노파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노파가 사라진 뒤에도 춘희는 그 자리에 앉아 두부 한 모를 남김없이꾸역꾸역 목 안으로 밀어넣었다. - P353

햇볕에 데워져 따뜻해진 벽돌을 만지작거리는 동안 그녀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이 안개처럼 희미하게 피어올랐다. 

춘희는 그 애매한 생각을 붙잡으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막연하던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분명해졌고, 마침내 한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불꽃처럼 솟아올랐다.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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