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나가던 해 겨울, 그녀는 한 거지 여자에 의해 마구간에서 태어났다.-9 - P9
아흐레 전, 교도소 정문을 통과한 이후 그녀는 자신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알지 못한 채 본능적으로 남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15 - P15
그녀의 거대한 육체는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고 꾸준히 남쪽을 향해 움직였다. -15 - P15
그것은 마치 커다란 고래가 깊은 바다 속에서 숨을 쉬기 위해 막 솟아오른 것처럼 보였다.고래 모양을 본떠 지은 그 극장은 춘희의 엄마인 금복이 직접 설계한 것이었다. ... 불길은 이웃시장으로까지 옮겨붙었고 그날의 참사는 평대를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 P16
그녀에게 벽돌 굽는 방법을 가르쳐준 文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가운데 서서히 눈이 멀어갔으며 깊은 고독 속에서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 P20
춘희는 문득 가슴이 먹먹해져 몸을 닦는 손을 잠시 멈추었다. 하지만 그녀는 울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목욕을 끝내고그녀는 옆에 벗어둔 수의를 짓이기듯 꼼꼼하게 빨아 풀 위에 널었다.
멀리 계곡 쪽에서 찬 기운을 머금은 바람이 불어왔다. 그녀는 눈을감은 채 거대한 알몸을 핥고 지나가는 바람을 음미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산뜻한 기분이었다.
이제 그녀의 예민한 감각은 목욕을 통해 새롭게 되살아나 바람 속에 섞여 있는 계곡의 음습한 기운과 그계곡 아래 바위틈에 숨어 잠들어 있는 너구리의 누린내와 벌판을 지나오는 동안 묻혀온 온갖 풀들의 향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비로소 자신이 의당 돌아올 곳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그녀는 오랜 긴장에서 서서히 풀려나고 있었다. - P20
반편이가 아랫마을에서 퉁퉁 불은 시체로 떠올랐던 그해 겨울, 노파는 남의 집 아궁이 열에서 혼자 딸을 출산했다. 다행히 반편이의 딸은 반편이가 아니었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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