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누구도 세월의 힘을 이길 수 없듯 그는 나이 일흔에 결장암과 두 차례의 폐색전증을 앓으면서 죽음의 문턱을 간신히 넘겼고,
수술 후유증으로 위하수증이 생겨 오래 서 있기 어려워졌다.
병상에누워 있는 시간은 자연히 길어졌고, 색채를 연구하며 붓을 쥐던 기존의 작업도 힘들어진다.
하지만 그는 스무살 즈음 맹장염 수술로 침대에 머물던 시절 그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처럼 다시 한번 육체적 고통을 새로운전환점으로 삼으며 새로운 방식의 예술을 또다시 침대 위에서 도전한다. - P62
그는 통증이 줄면 다시 작업에 몰두했고 크기가 작은 작품부터 2m가 넘는 대형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컷아웃 작품들을 창작했다.
그리고 긴 색채의 여정 끝에서 하나의 결론을 내린다. 색을 많이 쓰는 것보다 단순화할수록 우리의 감정에 더욱 울림을 준다고.
그 생각 끝에 그는 오로지 파란색으로만 구성한 연작 시리즈 <푸른누드>를 완성한다.
<푸른 누드>는 형태를 최대한 단순화 한 여인의 누드이지만 인물의 관절 사이를 비워 운동감을 놓치지 않았다.
마치 조각처럼 입체적이면서 동시에 평면적인 작품으로, 그의 컷아웃 작업 중 선과 색의 통합을 이룬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힌다. - P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