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에 거대한 긴장이 몰려온다(下)

미국, EU, 일본에까지 영향 미치게 될 양안긴장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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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기자 peyo@jinbo.net
백악관, “반분열법안 통과 재고를 촉구한다”

왕자오궈 전인대 부의장이10차 전인대 2차회의에서 반분열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출처 : 중국관영 신화통신
한편 양안 문제의 또 다른 당사자임을 자임하는 미국도 이 반분열법안 대한 논란에서 빠지지 않았다. 반분열법안이 전인대에 상정된 지난 8일 스콧 맥클레런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반분열법이 최근 양안 유화 추세에 역행하는 것”으로 본다며 “(중국정부측에) 이 법안 통과 재고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어 평소 미국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 또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논평을 제출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를 "평화적 수단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결을 시도할 경우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무 책임자인 랜들 슈라이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의 발언은 좀 더 직설적으로 나왔다. 슈라이버는 대만 TV와의 인터뷰에서 "반분열법 제정은 잘못된 것이며 양안 분위기를 해쳤다“며 ”중국은 즉각 이를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대중무기금수조치 해제를 둘러싼 격돌

그런데 이 문제는 EU에게 까지 불똥을 튀기고 있다. EU는 1989년 천안문 사태에 대한 항의 조치로 대중국무기금수를 실시해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다. 그러나 EU 국가들은 이 조치가 더 이상은 무의미하다며 공식 해제를 결정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유럽을 방문한 동안 EU 는 무기금수 해제를 선언했고 그 구체적 로드맵을 현재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대중국무기금수 조치는 지난 달 있었던 NATO정상회담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당시 미국과 EU정상들은 이란, 이라크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을 크게 좁혔지만 대중무기금수조치 해제를 두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슈뢰더 독일 총리는 “대중무기금수조치는 사라져야 한다”며 캐나다와 호주조차 중국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부시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15년간의 대중무기금수조치를 해제한다면 미 의회는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무기금수조치해제로 인해 중국이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면 양안 세력균형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강화가 자신들의 동북아 패권 유지 전략에 급격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하에 EU의 무기금수조치 해제를 강력하게 만류하고 나서고 있는 셈이다. 미 하원 또한 지난 달에 EI의 무기금수해제는 대만과 아시아에 주둔중인 미군에게 위협이 되고 미국과 EU의 관계에도 손상을 가져올 것이기 때무에 반대한다는 결의안을 전체 424명 가운데 411명의 동의로 채택하기도 했다.

중국과 EU 한목소리로 “무기금수해제와 전략 균형은 무관”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우려에 대해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대중무기금수해제가 아시아 전략적 세력균형에 대해 어떠한 변화도 일으키지 않도록 EU가 보장”하겠다고 일축했다.

대중무기금수해제를 둘러싼 이러한 충돌에 대해 중국은 무기구입을 위해 금수조치 해제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장애물이기 때문에 해제되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왔다. 쿵취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무기금소조치는 냉전의 산물로 시대에 뒤떨어진 조치라 규정하며 “무기금수조치해제는 제3자의 이익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고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현재 상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해제조치가 취해져도 중국은 대량의 무기를 구입하지 않을 것이며 평화발전을 추구하고 기본적으로 방위위주의 정책”을 펼치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반분열법안의 통과와 ‘비평화적 방법’으로 양안 문제해결이 명시될 경우 양안 긴장격화는 불을 보듯 뻔하고 무기금수조치 해제와 중-EU 유화 기류는 걸림돌에 부딪히며 미국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고민은 대만 자체보다는 바로 이 지점에 놓여있다는 해석이다.

중국의 속내는 과연 무엇?

한국-미국-일본 VS 북한-소련-중국 이라는 냉전적 균형구도가 깨진지 20년이 가까워지는 2005년 동북아 긴장은 이렇게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완료를 선언했을때 모르쇠로 일관했던 때와 달리 미국은 ‘비평화적 방법’을 쓸 수도 있다는 중국의 우회적 표현에 대해서는 긴장감을 감추지 않고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중동 문제만 해도 골치가 아픈 미국이 당장 중국과 긴장을 격화시킬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

그러나 민진당을 비롯한 친독립세력이 대만에서 점점 우세해지고 있고 또 시간이 흐를 수록 본토와 친연성이 약한 세대들이 성장함에 따라 그러한 경향은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 중국의 고민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1기 부시 행정부가 보인 강경 독트린이 나름대로 ‘실용적’으로 돌아설 수 밖에 없는 지금이야 말로 중국으로서는 기회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 지점은 미국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생각으로 핵보유 선언을 한 북한이 판단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동북아긴장 새로운 지형도 그려져

그러나 북한의 핵보유 선언이 미, 일 강경 극우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가져왔듯이 중국의 반분열법안 또한 마찬가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경화 추세가 강화되고 영토, 교과서 문제들과 주변국가와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일본의 추이에 관심이 집중된다. 90년대 중반 이후 기본적으로 일본은 아시아 속의 일본 이라는 기조를 친미 기조와 병행해오며 대한, 대중 관계의 기본으로 삼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본 국내정치와 맞물려 극우 세력이 목소리를 높이며 주변국과의 마찰까지 불사하고 있고 그 과정에는 극우 세력의 목소리를 높이는 지렛대로 작용해왔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양안 긴장 강화는 일본이 친아시아 기조를 이탈하고 친미 기조를 급격하게 강화할 수있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양안 분쟁은 조어대를 둘러싼 주일 영토 분쟁과 맞물려 일본의 군사력 강화와 보통 국가화(자위대가 아닌 일반 군대 보유와 전쟁 가능 선언)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 또한 높다. 한국-미국-일본 대 북한-소련-중국이라는 냉전 지형도가 한국-미국-일본 대 북한-중국, 혹은 미국-일본 대 북한-중국으로 새롭게 그려지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원하지 않는 동북아 분쟁 개입은 없다”고 지난 8일 노무현 대통령이 공사 졸업식 연설에서 일단 선을 긋고 나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같은 연설에서 대통령이 내놓은 "동북아의 안보협력구조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한미 동맹의 토대 위에서 주변국들과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대안은 공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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