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설득
메그 월리처 지음, 김지원 옮김 / 걷는나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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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이 되고나서부터, 정확히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난 이후부터, 페미니즘에 관련된 글들과, 책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그 중 대부분의 책들은 가볍고(담고 있는 주제가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에피소드 형식이었는데 이렇게 두꺼운 관련 서적 리뷰는 '시네페미니즘', '못생긴 여자들의 역사'이후 참 오랜만이다. 앞서 말한 두 책은 그때의 내가 읽기에, 전공과 관련되어 흥미롭기도 했지만, 많이 어려웠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두께가 주는 중압감에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들었던 것 같다 .뭐, 생각보다 금방 읽어 놀라기도 했지만! 처음 책이 주는 느낌보다 다 읽고 나서 책이 주는 느낌이 많이 달랐기에, 상당한 두께에 두려워말고 일단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다.

 

 책 표지는 다양한 원색을 사용해 상당히 화려하다. 이는 책의 내용과도 연결되는데 최대한 스포일러를 배제하고 말을 해보자면, 마치 무지개색 같은 표지처럼 다양한 가치관과 성격의 인물들이 나온다. 주요 인물은 지, 그리어, 페이스라고 볼 수 있지만 그녀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부모님, 코리, 에밋의 이야기 또한 흥미진진하다. 한 사람의 시점에서 모든 이야기가 쓰이는 것이 아닌 여러 사람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상황을 다방면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또 그 안에서 일어나는 대립과 갈등, 연대 등을 통해 여성으로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에게 페미니즘은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첫 번째는 내가 나 자신의 인생을 형성하는 데 이용한 개인주의적 페미니즘이에요. 나를 정형화된 관념에 맞춰야 할 필요가 없고, 엄마가 말하는 대로 하거나 여자가 어때야 하는지 다른 사람의 개념에 맞춰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의죠. 하지만 두 번째 측면도 있어요. 여기서는 좀 구식 표현인 '자매애'를 사용하고 싶군요. / 자매애라는 건 모든 여성이 자신이 원하는 각각의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걸 목표로 다른 여성과 연대하는 걸 말해요. 우리가 서로 분열된 채 딱 한명만 공주가 될 수 있는 어린애들 게임 같은 경쟁에만 달려든다면, 그러면 결국 여자는 어때야 한다는 사회의 관념에 속박되고 제한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책의 처음 부분에 나오는 페이스의 연설이다. 나 자신의 인생을 만드는데 필요한 개인주의적 페미니즘과, '자매애'라고 말하는 다른 여성과 연대하는 페미니즘을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나는 항상 나의 취향과 어떠한 신념이 확고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해가는 사회와 인식에 모든것을 맞춰가야 하는 것인지, 개인적인 삶에 집중하는게 더 중요한지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구절은 그 두 개의 사실을 나누고, 그 두 가지 모두 페미니즘이라는 큰 틀 안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줬기에 그동안 복잡하던 마음을 놓고 좀 더 시야를 넓혀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 주었던 것 같다.

 

"우린 왜 자신에게 이렇게 엄격할까요?"/ 누군가가 엄청나게 구슬프게 말했다. 난 나 자신에게 그렇게까지 엄격하지 않아요, 그저 남자들의 시선을 나 자신의 시선처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을 뿐이죠, 페이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혐오 : 싫어하고 미워함(네이버 국어사전).

 

 유독 자존감과 관련된 얘기는 여성들이 많이 한다. 왜? 왜 그럴까? 이 책에서는 남자들의 시선을 나 자신의 시선처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라고 답한다. 이 말에 적극 동의한다. 우선 외형에 관련해서만 적어보다. 물론 남자들도 외모품평과 지적을 많이 들었겠지만, 여성들이 듣는 것은 그 영향력부터가 다르다. 우리는 스스로를 검열하고, 표준에 맞게 살을 빼고, 살을 찌우고 자신을 꾸민다. 화장 또한 마찬가지다. 화장을 하면서 느끼는 자기 만족감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조차도 화장을 많이 하는 편이기에-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왜, 화장을 하게 됐는지 파고들다보면 (일단 나의 경우는)내가 나를 사회적인 미모 조건에 맞춰 남들에게 잘보이기 위해, 정상처럼 보이기 위해, 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여기서 정상은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요구하는 무언의 무엇을 달성했을 때 찍히는 낙인의 의미로 정상이라 표현하였다. 점점 화장을 하지 않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한편에선 그 여성들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세상이다. 화장을 하지 않는 여성은 여자가 아니라고,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성"이 되기 위한 조건엔 우리가 의식했건 못했건 간에 남성의 시선이 존재한다. 부디 그 시선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오로지 내가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길. 나 또한 이런 부분에 대해 미진한 것 같아 반성하게 된다.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페이스 프랭크"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가진 힘있는 여성으로 나오며, 그리어는 소극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에서 자기의 의사표현을 정확히 할 수 있는 성격으로 발전하는 여성으로 나온다. 이 둘의 관계는 소설적이면서도 굉장히 현실서 있었다. 그리어에게 최고의 우상은 페이스였고, 그녀와 함께하는 순간은 그리어가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뒷내용에서(자세한 이야기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생략하고), 둘이 서로 의견이 충돌하고 페이스가 분노를 표출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정말 완벽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읽었던 페이스의 모습에서 일단 충격을 받았고,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 행동 하나로 그녀가 쌓아온 업적들, 그리어와 직원들에게 했던 수많은 따듯한 말들을 깡그리 배제하고 그 일만을 생각하는 나에게 소름이 돋았다. 세상은 바뀌고 어제 옳았던 것들이 오늘은 옳지 않을 수 있는 것이며, 그 어떤것도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나에게 페미니즘과 불평등에 맞서 싸우는 그 모든 행위들은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없는 것 중 하나이다. 중요한 건 계속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것, 그것이 이어지다보면 사회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는 것, 더디더라도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스스로도, 자매애를 가지고도 노력해야한다는 점이다. 아마 서로 의견이 맞지않은 페이스와 그리어가 추구한 것도 이런 것이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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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살짝 비켜 가겠습니다 - 세상의 기대를 가볍게 무시하고 나만의 속도로 걷기
아타소 지음, 김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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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웅진 북적북적 서포터즈 두번째 미션 책인 “저는 살짝 비켜 가겠습니다.”

책 표지와 띠지에 적혀있는 문구로도 충분히 매혹적이었는데, 글을 다 읽고나니 생각보다 더, 더 좋았다! 이 시국에 일본 작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국적을 떠나 “여성”으로서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에피소드 형식으로 담겨있으니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가장 공감갔던 부분.

나는 까만 피부가 콤플렉스였는데, 그래서 누군가가 나의 외모를 칭찬해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언제나 하얘지고픈 마음에 미백 크림, 화이트닝 제품을 사용했고, 옷을 고를때에도 ‘까매서 안어울리겠지.’라고 생각하며 내 선택의 폭을 좁히고 또 좁혔다. 그래서 이 부분, 이 문단 전체가 누가 내얘기를 써놨나 싶을 정도로 너무 공감되고 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받아들임에 따라서 콤플렉스가 바뀔 수 있다는 점! 어렸을땐 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들에게 로망이 커 연예인들도 꼭 하얀 사람들만 좋아하곤 했었다. 아직도 외적 취향을 묻는다면 그것에 가깝긴 하지만- 예전보다 스스로 까만피부를 콤플렉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어떠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던건 아니었고, 이런 들과 성인이 되고나서 자란 생각들이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지금의 나는 얼굴을 하얗게 덮으려 노력하지 않으며 옷을 고를 때도 여러 색에 도전해보고 있는 중이다. 사담이긴 하지만 최근에 연두색 옷을 처음으로! 입어보았는데 여기저기 색이 참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


"누군가 나를 보는 시선보다 내가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면 진정한 나의 취향을 발견해나갈 수 있다."



어렸을 때 부터 우리는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해 결혼을 한 뒤 안정된 노후를 준비하는 삶을 이상적이라고 교육받아왔다. 그러나 꼭 결혼이 여성에게 필요한 것일까? 어른들이 흔히 하시는 말씀인 “부잣집에 시집가야지.”란 말은 여성에게 주로 하는 말이다. ‘시집’이라는 단어 자체가 여성이 결혼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당찼던 어린 나는 그 표현이 너무 맘에 들지 않았다. 왜 부자인 남성에게 시집을 가야하는지, ‘내가 부자가 되면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흔한 사회적 통념에 불만을 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반적인 결혼은 남성으로부터 여성이 선택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시월드’라는 단어가 생겨난 것도 그렇다. 동등한 위치가 아닌 낮잡아보는 표현과 행동들이 현재의 결혼을 불평등하게 만든 것 같다. 나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있지만 지금의 (통상적인) 결혼제도를 따르고 싶지는 않다. 나와 그가 같은 위치에 있을 때, 서로가 동반자인 개념으로 평생 함께하고플때 결혼을 하고 싶다. 물론 이것은 본문에 나와있는 작가님의 가치관과는 다르지만, 비혼주의자가 아닌 사람도 이 부분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립하는 삶을 살 것 - 패배자가 아닌 주체적인 나의 삶, 그 삶 속에서 결혼은 선택의 몫!



페미니즘과 관련된 여러 도서를 읽어봤지만 이 책만큼 잘 읽히고 마음에 쏙 드는 책은 이제까지 없었다. 항상 평등을 위해 내가 포기해야하는 것과 하고픈 것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또한 내가 선택해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것은 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바라볼 수 있었다. 한번 사는 인생 내가 행복하지 않음 안되는 것을! 조금은 느리더라도 나는 나의 취향을 되돌아보며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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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안 맞고 집에 가는 방법 -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웅진 우리그림책 53
서영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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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중 하나인 '비 안 맞고 집에 가는 방법'. 표지가 너무 x10 귀여워서 받자마자 바로 펼쳤는데, 안의 그림들에 더욱 심장 저격 당했다.. 한마디로 심쿵. 따듯한 색감에 마음 같아선 책 한 면을 찢어 방에 붙여놓고 싶었지만 망가질 책이 싫어 그냥 오래 두고 감상하기로 했다. 아직도 독서대에 펼쳐져 있는 책! 지금 보니 무지개 문구점이라는 이름도 엄청 의미 있고 그렇다. 책을 처음 읽을 땐 몰랐는데, 리뷰를 쓰면서 '헉 이거 의도한 건가?' 싶은 장치를 발견할 때면 탐정이 된 것만 같고 은근 기분이 좋다. 그게 맞지 않더라도!

우리의 주인공인 귀여운 분홍색 돼지는, 문구점에서 열심히 뽑은 뽑기 볼을 가지고 비를 피하기 위해 나선다. 다 말할 순 없지만 벼락 맞은 나무를 뒤집어쓰거나 개구리 집을 머리에 얹고 가는 등, 다양하고도 다채로운 7가지 방법으로 비를 피하는 돼지의 여정이 그려져 있다. 왠지 실현 가능성이 있을 법한 방법과 상상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이 섞여 있는데, 난 굳이 시도하자면 상상력을 통해 비를 피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싶다. 왜냐하면 일단 내가 생각하는 그 어떤 것이라도 우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스나 모자, 실제 우산은 현실에서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택해보겠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 나라면, 펠리컨의 입속에 들어가 안전하게 집까지 날아갈 것이다. 책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이 책의 매력이 아닌가 - 란 생각이 불쑥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렸을 때 비 맞는 걸 정말 싫어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물론 지금도 비를 맞기는 싫지만, 그때의 내가 이런 그림책을 봤다면 우산이 없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나만의 우산을 만들어 냈을 텐데. 비록 비는 맞겠지만 기분은 괜찮았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위해 우산을 들고나간 적은 몇 번 있어도, 비 오는 날 누군가가 나를 위해 우산을 가지고 나와준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마 도움이 필요 없는 큰 딸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누군가를 부르길 싫어한 탓도 있지만. 작가님이 이 책이 혼자인 모두의 마음에 작은 우산이 되어 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고집만 셌던 어릴 적의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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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친구 -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대상 웅진 모두의 그림책 22
사이다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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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 북적북적 대학생 서포터즈 4기의 첫 책은 웅진주니어에서 매년 진행되고 있는 그림책 공모전 2회 수상작 도서! 그중 대상을 받은 '풀친구'는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누구나 읽기 좋은 책이다. 어린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를 제외하곤 커가면서 동화책을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아, 이런 게 동화책의 매력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책.

넓디넓은 잔디밭에서 시작되는 이 책은 잔디밭의 풀들이 겪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처음에는 각양각색의 다양한 잔디들의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하나하나 눈여겨보았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동물들을 찾는 재미(사실 정말 찾기 쉽기 때문에 아기들이 동물들 이름을 외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 또 그 동물들의 행동을 보는 재미로 이 책의 만족도가 더욱 상승했더랬다. 이후에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선 오히려 내가 평소에 읽는 책들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는 점에서 동화책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내용이 어렵지 않아 전 연령층이 쉽게 읽을 수 있고, 어렵지 않은 내용에 담겨있는 주제는 꽤 어둡기도, 슬프기도 해 어린 친구들보다 어른들이 읽었을 때 더 많은 생각이 들 것 같다.

책에서 가장 재밌었던 점은 동물들의 똥을 잔디의 입장에서 간식으로 표현한 점이다. 우리가 볼 땐 길거리의 미관을 해치는, 또는 냄새나고 더러운 것이 동물의 똥인데 풀들의 입장에선 간식일 수 있구나 생각하니 너무 귀엽고 흥미로웠다. 또한 풀 친구들의 이름도 나오는데, 읽으면서 나오는 풀 이름들과 일러스트를 매칭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다. 생각 외로 처음 들어보는 풀들의 이름이 많아서, 나도 모르게 잡초라 생각하고 스쳐 지나간 것들이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아주 당연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사실을 상기시킬 수 있었다. 적어도 책에 나오는 친구들의 모습과 이름이라도 제대로 알기로 다짐했다.

사실 이 책의 진 묘미는 "반전"이다. 인간이 당연시하는 개발이 식물의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아주 재치 있는 표현으로 보여주고 있다. 읽다가 마음이 아렸는데, 나도 어쩌면 인간의 편리를 위해서 식물이 희생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만큼 동물과 식물을 사랑하고 아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사소하고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들의 입장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동물의 입장에서 인간의 행동을 묘사한 책이나 이야기는 많았지만 식물의 입장에서 쓴 책은 많이 보지 못했는데, 그렇기에 이 책이 더 매력적이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은 것임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책. 그렇다고 내용이 어려운 것도 아니라 모두가 읽을 수 있다는 점, 또 동화기 때문에 느끼는 것들이 더욱 굵직하게 와닿을 수 있다! 최대한 스포를 자제하고 리뷰를 썼는데, 그렇기에 궁금하면 다들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참고로 나는 이 책을 어린이인 지인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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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재료들 - 잠시만 이곳에
오성은 지음 / 호밀밭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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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은 평소보다 여행과 관련된 글을 많이 읽게 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딱 좋은 날씨와 평소보다 많은 빨간 날들이 우리를 여행의 길로 이끄고 있기 때문이다. 5월의 첫자락에 이 책을 읽었고, 책을 통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여행이란, 일반적 의미의 여행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솔직한 생각을 따라 갔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 생각을 따라가니 장소가 있었고, 이때 장소는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매개체로만 존재한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일반 여행 에세이와 차이점을 보이는 것도 여기서 출발한다. 이 책은 단지 장소를 소개하고 그곳에서 느낀 점을 늘어 놓는 것만이 아닌, 장소를 통해 촉발된 작가 내부의 생각을 끌어내 기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고민을 함께 고민하는, 즉 작가의 생각을 여행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끼는 중력은 모두의 것이나 또한 나만의 것인 양, 무겁고도 가볍다. 잠시만 이곳에 머물렀으니 됐다. 다시 떠나야 한다, 떠나야만 한다."

 

 여행의 재료들은 '잠시만 이곳에'라는 부제목을 달고 있다. 말그대로 잠깐 머무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하다. 작가는 잠깐 머물렀다 가는 것, 그것을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언제나 떠나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넓게 본다면 그의 인생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성은 작가님의 여행의 재료들은, 자신의 상념들을 털어놓고 다시 여행을 떠나는 그의 뒷모습이 그려지는 책이었다. 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것은 결국 마음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마음이든지 간에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을 '여행의 재료들'이라고 짓고 부제를 '잠시만 이곳에'라는 것으로 짓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책은 프롤로그를 제외, 총 17개의 작은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다. 정확히 지명이 나오는 제목은 '내 친구 히로시마와의 마닐라 여행 1~3'뿐이다. 이를 제외하곤 대부분 나라를 넘나들며 그곳에서 생긴 일들과 생각들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에 관한 어떠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보기엔 다소 미흡한 책인 것 같다. 정보 획득보다는 소설을 읽는 마음으로, 수기를 읽는 마음으로 읽는다면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작가님이 이 시대의 젊은 청춘이기 때문에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청춘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같은 학교 선후배라는 점과, 같은 동네 사람이라는 것에서 굉장히 놀라고 그런 이점(?)으로 인해 책을 더 인상 깊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에게 한 권의 책을 읽는 것, 즉 독서는 한 공간으로의 진입이다. 그건 마치 여행과도 같다." - 본문 41쪽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부족함이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기에 세상은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다. 잠깐의 여유도 내기 힘든 시간에, 책을 통해 여행을 한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책과 여행의 비슷한점을 말하며 그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은 문학의 길을 걸으려는 나에게도 굉장히 필요한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삶은 주사위 놀이가 아닌데, 그럼에도 내가 던지는 주사위는 자꾸만 황금열쇠를 비켜가는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 - 본문 74쪽

 

 아마도 이 글을 보는 모두가 공감할 문구일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선택을 반복한다. 그것이 언제나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나 힘든 우리 사회에서는. 당장 나의 경우에도, 이 전공이 나에게 맞는 것인지, 내 꿈이 과연 내가 정말 원하는게 맞는 것인지에 관한 고민을 잔뜩 안고 있다. 어쩐지 처음부터 잘못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그런 마음을 위로 받은 느낌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우연의 일치로 같은 전공, 같은 학교, 같은 동네의 사람이 작가님이었기에, 그가 말하는 것들이 더 잘 받아들여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을 떠나서, 상황을 떠나서 작가가 의도했든 아니든 많은 이들에게 ‘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 당신만 그런게 아니다.’란 위로를 보내고 있는 듯 하다. 같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이기에 할 수 있는 공감이라고 생각하며 개인적으로 많은 위로를 받은 책이었다.

 오성은 작가님의 ‘여행의 재료들’은 적당한 길이에 읽기 쉬운 간결한 문체로 다른 전문 서적들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어디서든 쉽게 꺼내들고 읽을 수 있었다. 동네 카페에서 찍은 표지 사진은 어쩐지 나의 동네로 여행을 간 듯 색다른 느낌을 줘 굉장히 맘에 든다. 전체적으로 노란 표지의 책처럼, 그의 앞으로의 여행도 그리고 독자들의 여행도 언제나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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