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2025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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ꪑ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스즈키 유이, 이지수 옮김

말 한 줄이 마음의 방향을 슬쩍 바꿔놓을 때가 있죠. 스즈키 유이의 장편소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읽는 동안, 저는 그 순간을 자꾸 떠올렸습니다.

이야기는 아주 작은 발견에서 시작돼요. 평생 괴테를 연구해 온 주인공 ‘도이치’가 어느 날 티백 꼬리표에서 처음 보는 문장을 발견하거든요. 괴테의 이름이 적혀 있지만, 정작 아무도 본 적 없는 문장.

“Love dose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그 작은 의문을 확인해 보려는 마음이, 어느새 ‘언어’와 ‘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탐색으로 이어집니다. 말이 얼마나 허술하기도 하고, 또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지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 흐름이었어요.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이 작품이 2001년생 작가가 단 한 달 만에 완성한 첫 장편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학계를 뒤흔든 이유를 읽다 보면 금세 알게 됩니다. 문장 하나에 언어에 대한 깊고도 치열한 고민이 촘촘히 스며 있다는 걸,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에서야 더 또렷하게 느끼고 있어요.

작가님은 어릴 적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언어’와 ‘진실’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었다고 해요. 그 질문이 이 작품의 중심을 이루고, 소설 안에서 여러 의미의 결로 확장됩니다.
누군가를 살리는 말도 있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상처를 남기고 지나가는 말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모든 탐색의 중심에 결국 ‘사랑’이 놓여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학문적인 논쟁과 차가운 분석 속에서도, 도이치와 그의 가족, 제자, 동료들이 주고받는 사소한 말들 속에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잔잔히 살아 숨쉬고 있었어요.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언어의 끝자락에서 사랑이 어떻게 피어오르는지, 그 미묘한 순간들을 아주 조용하고 지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면 말들이 천천히 마음속에서 반짝이며 떠오르는, 그런 여운이 오래 머무는 작품이에요.

아, 그리고요. <파우스트>라는 작품도 괜히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

잘 읽었습니다 .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