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부코스키 타자기 위픽
박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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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도서

두 번의 기회를 주는 새로 태어나는 삶.
‘나라에서 생애전환 시행령을 실행한다’는 설정이 정말 신선했어요. 상상만으로도 묘하게 소름 돋는 세계였달까.

주인공 고승혜는 타자기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녀는 사람들이 꺼내놓는 기억과 고백, 감사와 그리움, 치욕과 증언의 말들을 묵묵히 받아 적는 삶을 살아가죠. 듣고, 기다리고, 다시 쓰는 삶.
그 시간이 쌓일수록 승혜는 타자기로서의 생을 점점 더 사랑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잃어가는 기억, 허물어지는 몸, 그럼에도 끝까지 붙들고 싶은 말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말이 흐려지고, 기억이 무뎌지고, 몸이 느려지는 순간들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내죠. 그 모든 걸 온전히 받아들이는 한 사람의 생이 타자기의 몸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어요.

하지만 타자기에도 수명은 있습니다.
열에 시달리고, 눌리지 않는 키가 하나둘 늘어가며, 승혜는 점점 자신이 사라져감을 느낍니다. 남겨진 시간 속에서 그녀는 기억 속 친구 ‘인애’와의 순간들을 오래 떠올리며 머뭅니다.

이 작품은 생의 끝을 담담히 마주하면서도, 끝내 기억되고 싶은 마음, 쓰이고 싶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예요. 살아 있다는 건 결국 ‘기억되는 일’이라는 걸 박지영 작가는 잔잔하지만 깊은 문장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읽고, 작가의 말과 인터뷰까지 보았을 때 저는 마치 이 모든 이야기가 작가님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그 문장들 사이로 작가님의 삶과 생각이 고요히 배어 있는 것 같았달까.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게 만드는 위픽 시리즈.
그 안에서도 <찰스 부코스키 타자기>는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문장으로 마음에 잔상을 남기는 작품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ᐟ

47p
그곳에 있으면 자신의 낡음이 세계의 중심에서 물러난 철 지난 이야기가 아니라 낡음 자체로 가치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했다.

52p
낡고 불편한 것이 주는 효능감은 새롭고 편리한 것이 주는 효능감과는 다르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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