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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세 번째, 미국에 가다 ㅣ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E. M. 델라필드 지음,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영국 여인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일기 형식의 소설이라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읽은 건 3권이었고, 1권과 2권을 읽지 않은 상태였지만, 내용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어요. 오히려 그 인물의 삶에 불쑥 들어가 함께 여행을 시작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더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일기라는 형식 덕분에 주인공의 감정선에 자연스럽게 이입되면서, 문장 사이사이에 스며든 정서와 생각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조금 낯설었지만, 곧 익숙해지고 나서는 마치 누군가의 진짜 일기를 엿보는 기분으로 빠져들게 되었어요.
읽고 나니 이전 권들도 자연스레 궁금해졌고, 전체 이야기를 다시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월 7일, 미국 출판사가 보낸 정중하고 기분 좋은 편지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작가가 된 주인공에게 곧 있을 미국 방문과 관련해 얘기했던 조건을 모두 들어줄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었어요. 주인공은 기분 좋게 미국에 가려고 하지만, 남편에게는 분위기가 가장 좋을 때 이야기하리라 다짐합니다.
이전에도 주인공은 ‘내가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라는 의심을 하곤 했어요. 이런 부분들로 미루어보면, 아마 자존감이 조금 낮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남편은 츤데레 성향이 있는 것 같았어요. 다녀와야 할 이유 A, B, C를 차분히 이야기해 주며, 주인공은 미국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도 주인공과 함께 미국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주인공 시점으로 보아 1933년 하반기의 미국 이야기로 보입니다. 서로 간의 기 싸움이나, 주인공 혼자만의 생각을 엿보는 시간이 은근히 재미있고,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보는 내내 저만의 상상을 해보기도 했어요.
이 소설은 자전적 이야기라고 합니다. 작품 속의 많은 인물도 작가의 주변 인물들을 허구화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하니, 몰입감도 좋았어요. 그리고 중간중간 나오는 그림들 덕분에 잠깐 눈의 휴식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답니다.
‘미국이 묻는 영국은?’, 그리고 ‘영국이 생각하는 미국은?’ 이러한 이야기가 자주 나와서, 비교해 보며 읽는 재미도 있었고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저는 이 소설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뉴욕,시카고,토론토,버펄로 등 주인공이 다녀간 도시들을 보면서 부럽기도한 한편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서도 참 좋았던 소설이에요.잘 읽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