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정원 (리커버)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 윌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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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특별한정 리커버판을 중고로 손에 넣었다. 옛날 책을 되살려낸다는 리커버의 의의를 잘 보여준 사례로 꼽고 싶다. 본문에 실린 사진은 선명하기보다는 약간 탁한 회색빛인데 의도한 걸까? 그런 빈티지한 색감이 표지와 잘 맞는 것 같으면서도, 자연이 지닌 색감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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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과 무게
이민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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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과 무게>를 읽는 동안 줄곧 차분하고 편안했다. 때로 몽롱한 듯도, 알쏭달쏭한 듯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이 혼란스러움과는 달랐다. 오히려 나는 이민진 작가님의 소설에서 만큼은 더없이 안전하게 등장인물과 스스로의 내면을 탐사할 수 있으리라 믿게 되었다. 아마 작가님의 사려 깊은 글 쓰기 덕분인 듯하다.


이 소설들은 어느 한때 무언가에 대해 함부로 단정을 내리기를 원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의 가치관이나 상황이 바뀌면서 그런 단정이 무용해진다는 것만이 진실이기 때문일까. <장식과 무게>에서 사건의 앞뒤는 중요하지 않다. 실종된 이모가 그 전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장식과 무게'), 만날 때마다 은근히 소외감을 느끼게 될 만큼 가까워보였던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그중 한명은 정말 이제 이 세상에 없는지('RE:')... 


상황을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 공백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본능적으로 들지만, 소설은 그보다는 독자들이 공백 자체를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 나는 이것이 곧 삶을 받아들이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 보면 우리가 결코 완전히 알 수 없고 채울 수 없는 공백들이 생겨 버겁기 마련인데, 사실 그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우리는 그 사실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된 기분이었다.


특히 '프루스트가 쓰지 않은 것'이라는 단편이 내게 많은 위로를 주었다. 이 소설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술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으려던 청춘들이 조금씩 꿈의 형태를 바꾸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 중에 원하는 것을 제때 원하는 형태로 손에 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시차가 있을 뿐,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의 삶 속에 분명히 자리해 있었다.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쓰며 지녔던 열망이 그가 기대하지 않은 형태로 이루어졌듯이. 그래서 예술가로 불리기 위해 분투했던 시절이 가장 예술적이었다는 아이러니는 마냥 슬픔만을 남기지 않는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을 텐데, <장식과 무게>는 나의 약한 모습을 투영할 수 있는 존재를 거울처럼 세워놓음으로써 내게 안정감을 주었다. 혼자서는 털어놓을 수 없었던 감정을 나 대신 드러내주고 깊이 파헤쳐 이해하게 해주는 존재를 만난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을 읽었을 때 더욱 마음이 따뜻해졌다. 작가와 내가 같은 마음으로 이어졌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 안정이 필요한 날 이민진 소설을 손에 쥐면 혼자서는 얻기 어려웠던 위로와 안정감을 느끼게 되겠다는 믿음이 생겨서.


나는 당신이 이 순간 감내하고 있는 삶의 무게를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사람이라면 일정한 체온 범위 내에 있을 것이며 우리의 관계는 그 온도에서 시작될 거란 믿음 혹은 열망이 내 안에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나는 그런 당신과 악수를 나누고 싶다.


만나서 반갑습니다.(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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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안전가옥 쇼-트 1
심너울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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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시리즈 쉬는 날마다 가볍게 집어들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관심 갔는데 이 책부터 시작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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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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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서 이야기를 짜맞추며 지적인 쾌감을 느끼길 즐기는 독자에게 추천. 여러 에피소드가 결국에는 한 줄기로 꿰어지고, 앞뒤가 딱딱 맞아들어간다. 유령의 집 하면 자연히 서양 배경을 떠올리게 되었었는데, 이제 이런 이야기가 한국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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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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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꺾는 것들이 우리 주위에 있다. 악의를 지닌 것들.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야.' '네가 이룬 모든 것들을 잃게 될 거야.'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말들, 그렇게 느껴지는 반응들.

 

나 역시 이 소설 속 주인공처럼 그런 저주 같은 반응에 시달려 왔다. 벗어나려고 노력했고, 한때는 이제 그런 악의에 더는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무엇이 싫은지 표현하기는 쉽다. 무엇이 좋았는지 생각을 정리해 전달해내는 것은 그것보다는 어렵다. "무언가를 망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41), 그게 귀티라면 얻기 어려워야 마땅하겠지. 그래서 다들 나에게 그러는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영원한 건 없"(192)더라. 마음이 꺾이는 순간 나를 해치려는 수많은 감정들이 내 속에 끈적끈적하게 엉겼다.

 

<대불호텔의 유령>은 바로 그 끈적한 감정들을 녹이고 부풀려 유동적인 상태로 만든다. 소설을 읽으며 내 안의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느낀 후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 나쁜 마음들을 그대로 다시 내 안에 굳혀버릴래? 아니면 흘려 보내고 힘든 상태에서 벗어날래? 역시나 현상을 유지하는 건 쉽고 벗어나기는 그보다 어렵다. 나는 아직 내 안에 귀신을 가둔 채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불호텔의 유령>은 현대와 1950년대가 교차하며 인천의 대불호텔에서 일어난 사망사건을 다각도로 복원해내는 소설이다. 현대에 사는 소설가 역시 악의적인 목소리에 시달린다. 현실에서 들었을 법한 그 목소리는 소설화되어 귀신의 목소리로 등장한다. 목소리를 들을수록 악에 받치고 받쳐서 자신의 소설관까지 흔드는 상황에 처한 ’.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할 섬뜩한 소설을 쓰고 말겠다고 다짐하는 순간, 구원처럼 남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아마 그냥 데이트하고 싶어서 꺼낸 말인 것 같은데) 남자친구가 인천에 으스스한 건물이 있다고 소개해주자 는 당장 그곳으로 달려간다. 인천의 대불호텔. 폐허가 된 곳에서 여자 귀신의 형상을 본 는 대불호텔 사망사건에 흥미를 느끼고, 자기 나름대로 복원해 소설로 다시 써 본다.

 

그런데 1950년대 인천이 무대라니. 6.25 전쟁으로 그 어느때보다 살벌하고 날카로워졌을 그곳 사람들의 내면에 귀신 하나씩 숨어있었으리란 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당장 나 살 곳도 찾을 수 있을지 몰라 불안한데 화교들이 대불호텔 근방에 차이나타운을 형성하고 자리잡기 시작한다. 웬 어린 여자가 호텔을 차지하더니 나보다 번듯하게 살아간다. 그 여자를 해코지하려 하면 호텔에 깃든 유령이 되려 나를 공격한단다. 아마 실제로도 대불호텔 주위는 원한과 악의로 들끓었을 것이다. 어쩌면 소설에 묘사된 것보다 더욱 지독하게.

 

하지만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대불호텔 사망사건의 뒷이야기, 또다른 뒷이야기가 덧붙자 그 사건에 숨어있던 아름다운 감정 또한 드러난다. 나는 그 아름다운 마음이 그때 그 시절 인천에, 이 책 <대불호텔의 유령>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걸 발견해내는 순간이 좋았다.

 

이 소설은 유령이 나오고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나는 무서운 이야기이지만, 다 읽고 나니 정말 무서운 건 우리 안에 담긴 악의인 것 같다. 아마도 강화길 작가님은 우리 마음 속의 악의를 깨운 후 그걸 몰아내기를 바라며 이 소설을 쓴 것 같다. 그래서 결말부에서는 날카로워져 있던 내 마음이 확 풀어지며 온화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여전히 나는 다시금 악의에 사로잡힐 수도 있는 불안정한 상태로 현재를 맞는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 안에 숨어있는 귀신을 함께 본다. 그 귀신들이 사람의 외피에서 튀어 나와 발설하는 악의를 한발짝 떨어져서 지켜본다. 내 안팎의 귀신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오히려 웃을 수 있다”(305)는 생각이 든다. 유령 이야기를 읽고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다니. 이것은 강화길 소설이 부리는 주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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