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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사람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평점 :
한국 소설이 이렇게나 식은땀 나게 독자를 휘어잡는 것이었던가?
지금까지 알던 한국문학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이 책을 읽을 때 처음으로 받았다.
그때부터 강화길 작가는 나에게는 한국문학이 갖출 수 있는 새로운 매력을 알려준 사람이었다.
그리고 스릴러가 텍스트로도 얼마나 근사하게 구현될 수 있는지 알려준 사람.
강화길 소설을 읽다 보면 내가 어느 새 뭔가에 걸려들었다는 싸늘함에 휩싸이고 만다.
더 무서운 건 그 싸늘함이 평소에 일상 속에서도 느끼는 종류라는 것이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가까운 이의 얼굴에 나타난 낯설고도 섬뜩한 표정.
(「호수」에서 친구의 남자친구는 자꾸만 위협적으로 느껴지고 「괜찮은 사람」의 약혼자는 무서운 성격을 숨기고 있을 것만 같다)
꿈꿔왔던 성취를 눈앞에 두었는데 나만의 이상과 달리 눈앞에 펼쳐진 폐허.
(「니꼴라유치원」의 사립 유치원에 드디어 아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방문한 유치원은 비호감의 냄새를 풍긴다)
예상을 벗어나고 기대가 배반될 때의 당혹감과 약간의 수치심, 불안과 공포 같은 감정을 강화길 작가는 무척 잘 다룬다.
그런 감정들이 가장 선명하게 다뤄지는 건 특히 이 첫 소설집에 수록된 소설들인 것 같다.
지난 판과는 조금씩 달라진 점들이 있는데, 개정판 첫 작품으로 실린 「벌레들ㅡ외로운 사람」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 봤으면 좋겠다.
점프스케어처럼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이미지와 장면을 어찌 이렇게 잘 만들어 놨나, 싶고
집을 가졌다는 이유로 갈곳 없는 사람들을 모아 그들의 마음을 조종하고 숭배받으려 드는 집주인이 섬뜩하다.
집주인의 하우스메이트이자 서로 닮은 점이 많아 가까워지던 두 인물이 집주인에게서 버려질까봐 얼마나 날카롭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서로를 적대시하게 되는지도 생생하게 전해진다.
강화길의 소설을 읽으면 삶은 스릴러이고 공포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래서 무서워지지는 않는다.
나는 오히려 강화길 작가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맷집을 키웠다.
어떻게 삶에 스릴이 발생하고 공포가 확장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증거로 나는 강화길 작가의 등장 이후 그의 작품세계를 닮은 책과 드라마와 영화를 섭렵하고 있다.
스릴러이자 공포이기도 한, 삶의 마스터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