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객의 칼날은 문학동네 플레이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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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할 수 없는 감정은 대부분 악감정이다. 그중 제일은 아마 복수심이 아닐까 한다.

타인을 해치고 싶을 만큼 미워하는 마음. 그것은 사람에게 너무나 해롭다.

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갉아먹는데, 복수를 실행에 옮기기로 하면 그 사람의 인생마저 망가진다.

모두가 복수란 허망한 것이며 결국은 자기 자신을 해치는 일임을 안다.

그럼에도 복수하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책을 처음 펼치면 초반부의 질주하는 자객 이야기에 홀려버리고 만다.

그대로 끝까지 질주하는 것도 흥미롭겠지만, 이 작품에서 주요 사건은 이 초반부에서 한차례 완결된다.

그후 이어지는 것은 처절하고 잔혹한 사건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놀라운 것은 앞선 굵직한 사건 전개와, 그후 인물들 한 명 한 명이 자장가처럼 들려주는 조곤조곤한 이야기의 무게감이 거의 동등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안에 담긴 감정의 농도와 무게가 동일하기 때문일 것이다.

재앙이 들이닥치게 만든 누군가에 대한 끝없는 원한을 되새김질하는 사람의 마음,

재앙을 피하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벌벌 떠는 사람의 마음,

복수심을 흘려보낼지 그대로 쥐고 살아갈지 번민하며 애태우는 사람의 마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차갑게 말하지만 그 속이 불구덩이 같고, 그래서 이 이야기가 처연하게 느껴진다.


이야기 속에서 누군가의 복수는 성공한다. 누군가는 실패한다.

잔혹하지만 그로 인해 피가 끓는 듯한 감동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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