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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평점 :
정한아의 최근작,
특히 드라마 안나 원작소설인 <친밀한 이방인>을 읽은 독자라면: <친밀한 이방인>보다 센 서사, 안나보다 독한 이마치라는 인물 때문에 놀랄 것 같다.
정한아의 초기작,
특히 첫 장편, 너무나도 반짝이던 <달의 바다>까지도 기억하는 독자라면: 정한아 소설이 약 20년의 시간을 지나며 획득한 수려한 어둠에 놀랄 것 같다.
정한아의 작품을 <3월의 마치>로 처음 접한 독자라면: 한 사람, 한 여자의 인생을 이렇게나 낱낱이, 이토록 솔직하게 드러내 보이는 정한아의 과감함에 놀랄 것 같다.
그리고 <3월의 마치>를 읽은 독자라면 누구든: 밑바닥까지 곤두박질쳤던 이마치의 인생을 읽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게 될 것이다.
정한아 작가는 이런 걸 참 잘한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삶이 어떤 모양이든 계속해서 살아가고 싶게 만든다.
앞서 정한아의 소설이 20년의 세월을 거치며 더욱 독하고 과감해졌다고 썼지만,
그런 면에서 정한아 소설은 20년 동안이나 낙관의 힘을 잃지 않고 있다.
당신은 소설 속 이마치처럼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과거의 무수한 시점으로 돌아가서
그때의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은지.
마구 소리치고 싶을지, 하염없이 사과하고 싶을지, 말없이 안아주고 싶을지 궁금하다.
아직 현실에서는 '과거의 나'들을 직접 만날 방법이 없지만,
그들은 언제나 우리의 기억 속에 있었다.
<3월의 마치>를 덮고 나서 기억을 더듬어 강렬했던 순간들에 존재했던 나들을 찾아보았다.
그들 앞에 서서 하고 싶은 말을 오래오래 고르고 있다.
한 편의 소설로 지금까지의 내 전 생애를 돌아보게 되다니. 매우 의미 있는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