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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때 곁에 두고 읽는 책 - 하루 한 장 내 마음을 관리하는 습관
스칼릿 커티스 지음, 최경은 옮김 / 윌북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이십대 중반에 시작한 나의 첫 사회생활은 내 영혼을 갉아먹는 것이었다.
처음 일을 해보니 미숙한게 당연한데도 나는 환자 앞에서 차트로 머리를 맞거나 망신을 당하기 일쑤였고 바쁜데 식사시간을 챙겨 식당에 가겠다 말하는 것은 또라이취급을 당했기에 배고파도 참았다. 넓은 길을 놔두고 좁은 길로 걸어간다며 지적당하고 출근길이 추워 어그부츠를 신었다고 까였다. 웃으면 웃음이 나오냐고 욕을 먹고 울면 징징대지 말라고 욕을 먹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선택이었던 첫 직장의 시작과 동시에 하필 내 신앙에도 제일 큰 위기가 닥쳐, 나는 안팎으로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초등학교때부터 체중변화가 거의 없었던 나는 반년만에 5키로가 빠졌고 발등 살까지 빠져 신발도 헐렁해졌다.
학수고대하던 오프날이 되면 무조건 밖으로 나갔다. 남들처럼 주말에 쉬는게 아니었기에 보통 다들 등교하거나 출근하고 난 평일의 거리를 돌아다녔다.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에 가서 교보문고에 들러 책을 구경하고 혼자 까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그냥 집에 틀어박혀 울거나 잠을 자기보다는 일어나 움직이고 뭐라도 읽고 써야 그 지옥같은 날들을 버틸 수 있었다.
원래도 나는 내 자신을 가만히 놔두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우울함이나 무기력함이 나를 엄습할 시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도와줄 손길 하나 없는 워킹맘으로 살며 하루하루 한계를 경험하고 폭삭 늙어가는 느낌에 우울해지다가도,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아 내 감정을 깊게 들여다볼 틈이 없어 일단 넣어두고 움직였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고단한 일상에 거리두기, 긴급보육, 예배금지 등의 상황이 계속 추가되며 나 역시 어느 시점부터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회사 일은 밀리고 집안은 엉망이고 온몸은 아프고 애는 말을 듣지 않고...건드리기만 하면 눈물이 나오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나는 내가 약간의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우울함을 벗어나게 된 계기는 웃프게도 더 고되고 빡세진 매일 덕분이었다. 힘들다고 울며 여름을 보내던 나는 가을이 되어 우리 가정에 쉴틈없이 밀려오는 상황들로 인해 우울하다고 울 틈조차 없어져버렸다. 세미독박은 풀독박이 되어버렸고 예전에 힘들다고 울 던 때가 그나마 양반인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저 웃음이 나는 해탈의 순간이 찾아왔다. 매일이 지쳐 나가 떨어져버릴것같은 하루하루였지만 오히려 예전보다 아이한테 화를 덜 내게 되었다. 이십대의 나처럼 여전히 나는 잠을 자기보다는 그 시간을 줄여 어떻게해서든 책을 읽고 무언가를 끄적였다. 예배도 갈 수 없었기에 회사에 출근해서 짬짬이 말씀을 눈에 담았다. 죽지못해 살던 20대의 내가 워싱턴에서 만났던 르네 마그리트의 <인간의 조건>도 가져다놓았다. 점점 말괄량이로 변신해가는 우리 딸의 개구진 모습과 함께.
<우울할 때 곁이 두고 읽는 책>은 우울감을 경험한 사람들이 어떻게 그 시간을 살아냈는지 각자의 말로 쓴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의사, 배우, 작가, 사업가, 자원봉사자...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정신건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잠시 잊고 있었던 지난 여름의 나의 우울함과 무기력함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당장 기도밖에는 방법이 없는 나의 걱정거리와 근심, 불안, 분노, 그런 감정들에 대해서도. 원래 나는 상당히 부정적인 인간이라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대하여 미리 걱정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지금 역시 그런 상황이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 스스로에게 이야기해본다.
그런 상황이 될까봐 걱정해도
삶이 바랐던 만큼 완벽하지 않아도
시도했던 것들이 실패하더라도
겁이 나더라도
괜찮아.
괜찮지 않더라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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