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흑역사 -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5개월 딸이 초등학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어느날 올라왔던 국민청원에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나를 포함한 많은 엄마들이 분노에 떨며 동의를 눌러댔던 적이 있었다. 53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던 이 글은 가짜였다.


코로나가 퍼지며 각종 모임으로 인한 확산이 주목받기 시작하던 3월, 경기 성남시의 한 교회에서 분무기에 소금물을 넣어 신도들의 입안에 뿌려대던 황당한 모습이 뉴스에 보도되었다. 소금물이 코로나를 퇴치한다는 거짓 정보의 위험성을 보여준 사례였다.


"이거 아직 오픈하기로 한 얘기는 아니라...민영씨만 알고있고 비밀로 좀 해줘." 물어보지도 않았던 내용을 굳이 지나가는 나를 불러 미주알고주알 얘기하고는 비밀을 지켜달라던 과장은 알고보니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다 한 상태였고 결과적으로는 내가 가장 늦게 알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타 할아버지한테 뭐 받고 싶어?" 

"난 인형!"

그러나 언제나 크리스마스날 산타 할아버지가 내게 주고 간 선물은 색연필이었다. 엄마가 그걸 사놨었으니까.


굳이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로 인한 인포데믹infodemic까지 언급하지 않아도, 사람은 태어나서 말과 생각을 하게 되면서부터 무한히 많은 거짓말을 듣고 또 하고 살아간다. 

#인간은_입만_열면_거짓말을_한다 라고 적혀있는 부제처럼, 이 책은 유사 이래 끊이지 않았던 거짓말과 개소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요즘 곳곳에서 탈진실 post-truth 시대의 암울한 경고가 들려온다. 정치인들은 거짓말하고, 언론은 잘못된 정보를 보도하고, 인터넷은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별하기란 점점 힘들어진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가만히 생각해보면 과거의 언제가 '진실'의 시대였는지 아리송해진다. 넘쳐나는 거짓 속에 살아온 날들이 하루 이틀이 아니며 아주 오래전부터 이지경이었다는 것만 확실해진다.


지적이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뼈 때리는 톰 필립스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지긋지긋한 특성을 간파하게 된다. 마침 요즘의 나도 그 지긋지긋한 인간들의 지겹고 또 지겨운 분위기에 흠씬 젖어 있는 상태기에, 이런 상황의 내가 이런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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