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일본의 미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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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 안에만 머무르지 않게 됐다. 비단 물리적인 이동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이동 및 교류도 전에 없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진격의 거인>,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등의 일본 만화들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해당 작품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 바로 '우익 논란'이다.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 의한 식민지배를 당했던 뼈아픈 역사가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당연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지난 2019년 촉발된 '일본 불매 운동'은 2021년이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일본의 유명 SPA 브랜드는 명동에 있던 대형 매장을 철수했고, 일본 맥주의 판매율은 95%가량 떨어졌으며, 일본으로 향하는 여행객의 수는 불매 운동 이전의 절반 정도에 밖에 미치지 못한다. 불매운동의 계기가 된 사건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였지만,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불매 운동 이전부터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리고 그 질긴 역사의 고리에 대해서라면 한국인은 모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억지로 수탈당해야만 했던 시간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정당한 보상을 원한다. 그만큼 양국 사이에 자리 잡은 갈등의 씨앗은 오랜 옛날에까지 뿌리를 뻗고 있으며, 단순한 '인사치레'만으로는 그 골을 넘어갈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은 언제까지고 서로에게 적대적인 관계로 남아야 하는가? 과거의 역사를 바로잡고, 적대를 타협으로, 갈등을 협력으로 바꿔 평화의 길로 함께 나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강상중은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숙명과도 같은 오랜 질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총 여섯 개의 챕터로 구성된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는 한반도가 분단된 배경에서부터 시작해서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북한과 중국, 나아가 미국 등 동북아시아의 역사와 정치에 깊게 연관된 주변국들 사이의 관계를 낱낱이 분석하는데, 이는 한-일 문제가 단순히 양국 간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제목에는 '한반도'와 '일본'이라고 적어두었지만, 사실 이 책은 동북아시아의 현재 정세와 그렇게 된 배경, 그리고 우리가 다 함께 평화 공동체로서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정리한 책에 더 가깝다.

1장 '전환의 위기'에서는 이 책을 시작하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배경에 대해 개략적으로 다룬 뒤, 본격적인 내용은 그 다음 장에서부터 시작된다. 2장 '북한은 왜 붕괴하지 않았을까?'에서는 남북전쟁 이후, 우리나라와 함께 한반도를 양분하고 있는, 한반도의 또 다른 주인인 북한이 국제 정치 무대에서 어떻게 현재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다룬다. 3장 '남북 화합과 '역코스'의 30년'과 4장 '전후 최악의 한일 관계'에서는 호전되어 가고 있는 것만 같았던 한-북-일의 관계가 어떻게 다시 악화되었는지, 5장 '코리안 엔드 게임'에서는 한반도와 일본, 그리고 미국을 둘러싼 가장 최근의 정세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 6장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에 이르러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보화 시대가 도래하며 국경의 의미가 무색해진 시대에, 한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이 어떻게 하면 화합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지 저자의 생각을 적으며 글을 마무리한다. 책의 뒷부분에는 본문에서 언급된 각종 조약이나 합의, 또는 선언문의 전문이 수록되어 있어 그 내용을 확인하기 쉽다.


저자는 재일교포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살다 1972년 한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자기 자신을 새로이 인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한국과 일본 양국의 상황을 정치학적으로, 또 민족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이가 또 있을까? 한반도와 일본을 둘러싼 지난 70여 년간의 복잡한 정세를 세심하게 분석하는 것은 분명 엄청난 노력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동북아의 안녕을 위하는 애정어린 마음이 필요한 작업이다.


물론 아쉬운 지점 또한 분명 존재한다. 본문 안에는 일본 내의 '혐한'과 한국인들이 갖는 '반일 감정'을 동일선상에 놓는 듯한 표현이 중간중간 보이는데, 저자가 이를 의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러한 프레이밍에 동의할 수 없다. 그 둘은 각각이 발생하게 된 계기에서부터 분명한 차이를 보이며, 그 표현 양상 또한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단순히 '서로 미워하는 것은 둘 다 똑같아' 정도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와 일본의 관계는 단단히 꼬인 실타래처럼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뉴스 기사 몇 개를 찾아본다고, 책을 몇 권 읽는다고 해서 그 역학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더 이상 반일과 혐한에 갇혀 있을 여유가 없다." 띠지에 적힌 문구처럼, 잘못된 역사와 인식은 바로잡되 이제는 그를 발판으로 함께 나아갈 미래를 그릴 때가 왔다는 것이다.


* 해당 글은 사계절 서평단에 선정되어 단행본을 제공받은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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