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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저의 지난날들은 사라지고 있고 다가올 날들도 불확실합니다. 그럼 전 무엇을 위해 살까요? 오늘을 위해 삽니다. 저는 현재를 살아갑니다. 어느 날 저는 여러분 앞에서 이런 말을 한 사실조차 잊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그걸 잊게 된다고 해서 오늘 이 순간을 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오늘을 잊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늘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의 주인공 앨리스가 치매학회에서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험을 강연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오늘을, 현재를 살고 경험하는 기쁨을 느껴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병의 진행 상태를 간단한 테스트로 판단하여 자기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고자 완벽한 준비를 하지만 (혹은 했다고 생각하지만), 슬프게도 그런 결심과 준비를 했다는 사실조차 앨리스는 기억하지 못한다. 딸과 남편도 어느 친절한 여자와 지나가던 행인으로 인식하게 된다.
어떤 기분일까? 슬플까, 우울할까, 아무런 과거 기억이 없으니 후회할 것도 없이 가뿐할까, 지금 현재가 만족스럽다면 그녀는 어쩌면 행복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불만족스럽더라도 곧 잊어버리고 다음 순간의 만족을 찾을 테니 불행하고 비참하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은 나, 앨리스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오히려 그녀에 대해 슬퍼하고 있을 뿐, 앨리스는 현재를 사는 기쁨을 온전히 누리는, 책의 원제 그대로 "still Allis"인 것이다. 단지 기억이 없을 뿐 앨리스는 엄마이자 아내이고 훌륭한 교수와 학자였다. 그리고 다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아마도 기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