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를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한 편을 읽고 나면...그래서 뭐, 뭔 말을 하고 싶은건데?그러다 지인 소개로 동시집 <나의 나무에게>를 만났다.시들이 뽀족뾰족 하지 않고 동글동글 하다.선인장 같은 내 마음에 동글한 것이 사정없이 박힌다. 대부분의 시에 동그라미가 콕콕 박혀있다.그것도 원색으로 콕콕..<동시 자판기>"생각 구슬을 넣으면동시가데굴데굴"나온단다.설마 그럴리가.. <아무거나 다 먹지>"으앙으앙!나는 먹보쟁이 새싹얌얌쩝쩝흙탕물도 먹고 햇빛도 먹는다"야, 진짜 새싹은 아무 거나 다 먹는 데도 쑥쑥 크는구나.새싹이 아가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보들보들하다.이 시집에 눈길이 가는 것은 시에 맞개 동그라미가 쨍하니 보이기도 하고부끄러워 숨어있기도 하다는 점이다.우리 아이 어릴 때 읽어주던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의 작가이호백님이 그려넣은 장치.쳇 내가 그거 하나 못 찾을까봐?사실, 처음에는 시를 읽느라 많이 놓쳤다.몇 번을 읽으면서 그림 하나하나를 보니까눈에 쏘옥 들어온 동글이들...그래서, 이 시들이 더욱 동글하게 읽히고 느꼈나보다.참 예쁘다! 동시들이참 좋겠다! 이 시를 읽고 자랄 아이들은..
<요괴 전시회>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꽃분홍색의 표지..눈길이 간다. 시선을 떼지 못하겠다.유리 언니 시집갈 때 받았던 원피스 색깔.집에 가서 서둘러 주문을 했다.어지간해서눈 시집을 안 사는데, 더군다나 동시집인데.오소소 떨면서 읽었던 공포시리즈 책들.무서운게 딱이야를 읽으며 뒷덜미가 뻐근했던 기억 등을 기대하면서 읽었다.공포라기보다는 축제이다.낯설게만 느껴지던 감정들.적당히 커서 오줌 정도는 잠자리에서 가릴 줄 알아야 하는데시원하게 싸 버린 후 아침에 일어맜을 때의 그 상황을 어찌 표현해야만 할까. <숨쉬는 지도>에서 동생의 실수를 '지도 그리기'로 만들어버린다.손톱이 길면 귀신 손톱같다고 자르라는 말을 한 번쯤 듣거나 했을텐데 <손톱이 자라나면>에서는 "무서운 귀신 놀이도 실컷 할 수" 있단다.혀를 내밀면 왜 그렇게 화가나는지 알 수 없는데 <혀를 내밀어>를 읽으면 그 이유를 알려준다. "하루 종일 흉만 보는다정이 혓바닥은가시 선인장"가시 달린 혀는 상대방을 찌르고 자신도 찌르겠지. 고것 참 쌤통이다.산만한 아이에게 "산만해!"라고 야단치지만 사실 <나는 산만해!>처럼 산처럼, 아니 "산보다 커지는"걸 주체할 수 없을 뿐이다."수백 년 동안 너무 오래 잠들었던나를 살포시 알아 가는 중"인 요괴들!"남아도는 힘"을 주체할 수 없는 요괴는 "너"를 인지하면서 자신을 파악한다. 이렇게!"너한테서 밋있는 냄새가 나"마음 약한 아이들에게 실감나게 읽어주면 울음을 터뜨릴지모르겠다.그러나 개구쟁이 아이들은 "꺄아!"하면서 서로를 간지럽히고웃음을 한껏 자랑할지도 모르겠다.두 가지 상황 모두 즐겁게 상상해본다.아이들만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신나는 요괴 잔치에 초대받은 듯해서 읽는 내내 즐겁다. 공포 영화를 보며 바들바들 떨었던 내 유년시절로 돌아갈 수 있어서 좋다.강벼리 시인에게 작은 공간에서나마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노란색 바탕에 검정색 티브이, 화면조정시간에나 봤던 세로줄표지부터 시선을 끌게 한다.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시간여행', '판타지', '믿거나 말거나'로 태그를 달지도 모르겠다.정말 이런 일이 있었어? 설마~!"손톱검사를 했단 말이야?손톱은 그렇다 치고 똥검사를 해? 우웩 더러워.보온도시락을 왜 들고 다녀? 학교에서 급식안 해?흑백 티브이로 아이돌을 어떻게 봐?아파트에서 사는데 왜 동생을 포기해야 해?"아이들이 얼마나 이상하면서도 신기한 일일까.판타지 동화보다 더욱 시기한 알이 가득한 동화.어쩌면 믿거나 말거나 프로그램 먼쿰리나 믿지 못할 일이 가득하다.어른들이 이 동화를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맞다, 맞다. 그때는 그랬지!하면서 한참을 웃을 수도 있고 배를 움켜잡고 웃을 수도 있다.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입가에는 미소를머리에서는 나의 유년시절로 돌아가게 했다.골목골목에서는 단 두 명의 여자아이만 있어도 놀이는 가능했다.전봇대에 고무줄을 묶고서 노래를 부르며 폴짝폴짝 뛰었다.남자아이라면 구슬치기, 딱지지기 등을 했다.여러 명이 모였다면 규모가 커지는 놀이로 시끌시끌했던 그때..다섯 시?가 되면 텔레비전이 시작되어 하나 둘 집애 들어가던 때였다.아이와 어른이 읽으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은 흔치 않다.동화책을 읽으면서 늘 아쉬웠던 차에<응답하라! 아날로그 아이들>이 그 부분을 채워주었다.2편을 작가님과 출판사아게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까? 아니면 나만의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