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고등학교/1학년13반/김형경] 당돌한 여고생의 인생개척기

내 이름은 망고 - 제4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36
추정경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창비 청소년 글쓰기 대회 선정도서였던 터라 한 번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알라딘에서도 추천된 것을 보고 되새김질도 할 겸 기쁜 마음으로 다시 찾아 읽었다. 창비는 출판사 자체가 좋기도 하지만, 특히 청소년도서는 특별히 강추한다!! 다양한 소재로 구성된 단편소설들이 너무 많아서 다 읽으려면 그만큼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겠지만 하나하나 다 여러분께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버지와 이혼한 후, 엄청난 빚을 떠안고 무작정 수아를 이끌고 캄보디아로 간 엄마는 수아를 책임지려는 노력으로 관광 가이드 일을 하며 근근이 벌어 살아가고 있다. 수아는 사춘기 여고생인 데다 어머니에 대한 반감까지 겹쳐 어머니에 대한 까칠함으로 늘상 일관한다. 돈을 모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 아버지를 만날 생각만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돈을 들고 가출한 어머니로 인해 수아의 삶의 태도가 확 변해 버린다. 

아픈 엄마 대신 협력 가이드를 자청하는 앙숙  쩜빠와 붙어있는 것이 마음에 안 들기는 하지만 서로 아옹다옹 하면서도 살뜰히 챙겨주는 모습은 이 소설을 읽는 또 하나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워낙 급조된 팀이다 보니 초반엔 어설프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한 모습을 보이며 손님들의 원성을 산다. 여기서 까칠하던 수아가 평소 못마땅해하던 쩜빠와 쏙천을 점차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열쇠가 있는 것이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닫고 나서 매 시간마다 더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과정에서 친구들의 필요성과 인연의 소중함을 차차 알아나가는 것, 그것이 수아가 가출했던 엄마를 너무나 쉽게 이해해준 원동력이었다. 

처음 수아가 보여줬던 모습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달라진 태도는 갑작스런 돌발 상황 덕에 얼마나 수아가 성장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가끔은 어려운 일을 맡게 된다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칠 것을 미리 겁낼 때가 있다. 요즘은 청소년들에게서도 쉽게 변화를 회피하고, 안일하게 살아가려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예상치 못했던 것을 직접 마주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얻는 순발력과 재치 등 결국엔 나중에 우리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란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후반부로 가면서 마무리를  위해 급하게 설정한 듯 드라마틱했던 반전은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그것이 거의 유일한 흠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책을 읽고 나서의 만족감이 훨씬 더 컸기에 이런 것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백신고등학교/1학년13반/김형경] 울지마, 마뉴

톤즈의 약속 - 이태석 신부 이야기 ㅣ 담쟁이 문고
이병승 지음, 한수임 그림 / 실천문학사 / 2011년 8월

작년 말 이맘때쯤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가 개봉했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끈 건 아니지만 개봉 후 우리의 관심 대상에서 존재도 하지 않던 남부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가 더더욱 익숙해지면서 그 곳 사정에 대한 무지가 점점 줄어들고 이른바 '이태석 신드롬'이 시작되었다. 이 책은 아직 그 효과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귀한 증거이다. 영화와 책을 모두 보신 분들은 그 초점을 맞춘 대상에 따라 영화와 책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신부님의 총체적인 삶에 초점을 맞춰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됐다면, 이 책은 '마뉴'라는 13살 소년병에 초점을 맞춰 신부님에 대한 적대심에서 사랑으로 바뀌어가는 심리를 모든 연령층이 이해하도록 잘 표현했다. 

13살 마뉴는 다리에 총상을 입고 기절한 채로 이태석 신부님과 처음 만난다. 이제 겨우 13살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너무 끔찍한 일들을 많이 경험한 마뉴에게선 어린애다운 모습을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다. 자신을 치료해주고 보살펴준 신부님에게 주먹을 날리고, 전염병 퇴치를 위한 백신을 깨부수는 등 갖은 횡포를 부린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엔 반군의 세뇌 교육으로 인한 불신과 약이 없어서 죽은 어머니에 대한 슬픔때문이었다. 이미 자신이 소년병이라 밝힌 바 있는 마뉴가 진정으로 신부님께 마음문을 활짝 열고 자신의 과거사를 들어내기까지 아주 많은 사건과 시간이 필요했다. 신부님에게 처음부터 천진난만하게 다가가기엔 마뉴는 내전이라는 심각한 상황에 너무 지쳐 있었다..  

이미 손에 많은 피를 묻혀 본 사람이 쉽게 타인을 신뢰한다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마뉴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워 신부님을 믿어 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럼 그렇지. 의사로서의 편한 길을 져버리고 수단,그것도 이름마저 생소한 톤즈행을 선택한 신부님을 어느 누가 끝까지 적대적으로 대하겠는가? 한국에서 다시 돌아온다는 약속을 지킨 신부님에게 마뉴는 아주 쉽게 마음을 개방한다. 백인 기자 '폴'에 대한 배신감을 말끔히 떨쳐버리고 이제야 맘 편히 13살 아이가 된 마뉴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부님의 갑작스러운 임종으로 미어지게 아팠던 것이 어디 나뿐이랴. 이 대목에서 왜 신은 이런 분을 빨리 부르셨을까 많은 원망을 했다. '사랑'이란 것을 갓 배운 마뉴의 곁을 신부님이 조금 더 지켜주시지 못한 게 한스러웠다. 톤즈 사람들 뿐 아니라 신부님을 조금이나마 아는 모든 분들이 마음으로 그 분을 위해 울고, 그 뜻에 동참하며 행동으로 실천해 나가길 바란다. 소년병 부대에서 탈영한 후 신부님을 향해 눈물을 흘린 다음 마뉴의 행보는 나와 있지 않다. 아마 스스로 신부님께 배운 사랑을 키워 수단을 올바르게 이끄는 능력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소년병을 구출하는 인권운동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문장이 간결하고 아주 이해하기 쉬운 동화 형식이지만 어느 누가 읽어봐도 그 감동은 그대로일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 글을 읽으셨다면 가능한 모두들 이 책을 읽어 보셨으면 한다. 요즘처럼 사람 사이의 정이 점점 고갈되어가는 시대에 남녀노소 모두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는 심정이다. 

[백신고등학교/1학년13반/김형경] 두근두근 청춘으로부터의 초대

첫사랑 두근두근 - 문학과지성 성장시선 ㅣ 문지 푸른 문학
윤동주 외 85인 지음, 이광호.김선우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7월

 성장시..처음 이 책을 살펴 보았을때 그런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표현 그대로 이 책은 우리의 질풍노도의 시기로부터 한 단계 앞서나간 시점까지의 모든 성장과정을 섬세하게 풀어 노래한 작품이다. 저자는 고맙게도 짧은 그 순간을 총6개의 분야로 나눠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서로 다른 주제의 시들로 채워 주는 수고까지 해주셨다. 사춘기의 격정적인 감정과 사랑을 담은 시들이 주류였지만,그러한 시들만 있는 것은 또 아니었다. 가족과의 애틋함과 아름다웠던 추억들,또 그 밖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모아 놓은 등 참말로 복합적인 시집이 아니라 할 수 없다.
   

 그야말로 주옥같은 시들의 집합소인 이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장이지 시인의'변성기'이다. 제목이 좀 튀어서 눈이 먼저 갔다는 사실도 배제할 순 없지만 무엇보다도 사춘기 남자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찾아오는 변성기를 소재로 해서 보통 남자아이들과 많이 달랐던 화자의 반응이 아주 재미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즈음 하나 둘 변성기가 오면 남자애들은 대부분 이제야 진짜 남자가 된다며 으스댄다.그런데 화자(시인)는 오히려 어려서 가질 수 있었던 미성을 이제는 영영 잃어야 하고, 다시는 명랑한 목소리로 노래 부를 수 없단 생각에 슬퍼한다. 남자들 사이에서도 어쩜 이렇게 견해가 다른 사람이 있을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시였다.      

 서점에서 이 책을 찾아낸 순간 청소년 시절의 상큼하고 신비로운 감성을 느낄 수 있던 표지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하고팠던 이미지가 너무나 잘 반영된 표지그림은 이 작품을 서점에서 처음 접한 사람들까지 충분히 끌어 당길 수 있을 것이다. 성장시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난 마치 우리가 어른이 된 입장에서 그리운 그 시절을 다시금 떠올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우리가 커가면서 생각도 함께 자라는 모습만을 담은 게 아니라 이미 사회에 진출해서 여러 번 쓰디 쓴 실패를 경험하면서 삶에 지친 어른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기 위한,그래서 탄생한 그런 작품 같았다.  

 아직 학생인 나도 가끔 힘든 일이 있을 땐 어린시절을 돌아보며 내가 그래도 이렇게 꿋꿋이 살아왔다는 생각에 굉장한 위로를 얻고,새 희망을 얻게 되는데 그보다 더 오래 산 어른들은 오죽할까. 그런 점에서 각박하고 힘든 삶에 지쳐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고 싶은 분들께 이 시집을 특별히 권해드리고 싶다. 짧은 순간이라도 두근두근 가슴 뛰었던 청춘을 회상하며 행복을 맛본 다음, 다시 나의 삶에 정진해 제2의 아름다운 청춘을 일궈나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면 그 때야 비로소 이 책이 진가를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아까도 말했듯이 삶에 너무 지쳐 도저히 쉬지 않고는 일이 안되겠는 그런 상황일 때 여기 이 시들을 쭉 읽어보라. 이 시를 읽다보면 늘 가슴 속 깊이 그리워하던 가족을 만날 수 있고, 꿈에도 그리던 첫사랑의 추억이 스칠 수 있다. 아마  다 큰 어른들도 이 작품을 읽는 동안은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존재인 양 착각에 빠지는 그런 즐거운 상상의 시간이 될 것 같다. 사춘기 시절 다양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웃음 짓다 보면 메마르게 느껴졌던 여러분의 삶에 문득 싱그러움이 고개를 내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