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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두근두근 - 문학과지성 성장시선 ㅣ 문지 푸른 문학
윤동주 외 85인 지음, 이광호.김선우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성장시..처음 이 책을 살펴 보았을때 그런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표현 그대로 이 책은 우리의 질풍노도의 시기로부터 한 단계 앞서나간 시점까지의 모든 성장과정을 섬세하게 풀어 노래한 작품이다. 저자는 고맙게도 짧은 그 순간을 총6개의 분야로 나눠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서로 다른 주제의 시들로 채워 주는 수고까지 해주셨다. 사춘기의 격정적인 감정과 사랑을 담은 시들이 주류였지만,그러한 시들만 있는 것은 또 아니었다. 가족과의 애틋함과 아름다웠던 추억들,또 그 밖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모아 놓은 등 참말로 복합적인 시집이 아니라 할 수 없다.
그야말로 주옥같은 시들의 집합소인 이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장이지 시인의'변성기'이다. 제목이 좀 튀어서 눈이 먼저 갔다는 사실도 배제할 순 없지만 무엇보다도 사춘기 남자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찾아오는 변성기를 소재로 해서 보통 남자아이들과 많이 달랐던 화자의 반응이 아주 재미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즈음 하나 둘 변성기가 오면 남자애들은 대부분 이제야 진짜 남자가 된다며 으스댄다.그런데 화자(시인)는 오히려 어려서 가질 수 있었던 미성을 이제는 영영 잃어야 하고, 다시는 명랑한 목소리로 노래 부를 수 없단 생각에 슬퍼한다. 남자들 사이에서도 어쩜 이렇게 견해가 다른 사람이 있을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시였다.
서점에서 이 책을 찾아낸 순간 청소년 시절의 상큼하고 신비로운 감성을 느낄 수 있던 표지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하고팠던 이미지가 너무나 잘 반영된 표지그림은 이 작품을 서점에서 처음 접한 사람들까지 충분히 끌어 당길 수 있을 것이다. 성장시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난 마치 우리가 어른이 된 입장에서 그리운 그 시절을 다시금 떠올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우리가 커가면서 생각도 함께 자라는 모습만을 담은 게 아니라 이미 사회에 진출해서 여러 번 쓰디 쓴 실패를 경험하면서 삶에 지친 어른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기 위한,그래서 탄생한 그런 작품 같았다.
아직 학생인 나도 가끔 힘든 일이 있을 땐 어린시절을 돌아보며 내가 그래도 이렇게 꿋꿋이 살아왔다는 생각에 굉장한 위로를 얻고,새 희망을 얻게 되는데 그보다 더 오래 산 어른들은 오죽할까. 그런 점에서 각박하고 힘든 삶에 지쳐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고 싶은 분들께 이 시집을 특별히 권해드리고 싶다. 짧은 순간이라도 두근두근 가슴 뛰었던 청춘을 회상하며 행복을 맛본 다음, 다시 나의 삶에 정진해 제2의 아름다운 청춘을 일궈나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면 그 때야 비로소 이 책이 진가를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아까도 말했듯이 삶에 너무 지쳐 도저히 쉬지 않고는 일이 안되겠는 그런 상황일 때 여기 이 시들을 쭉 읽어보라. 이 시를 읽다보면 늘 가슴 속 깊이 그리워하던 가족을 만날 수 있고, 꿈에도 그리던 첫사랑의 추억이 스칠 수 있다. 아마 다 큰 어른들도 이 작품을 읽는 동안은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존재인 양 착각에 빠지는 그런 즐거운 상상의 시간이 될 것 같다. 사춘기 시절 다양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웃음 짓다 보면 메마르게 느껴졌던 여러분의 삶에 문득 싱그러움이 고개를 내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