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이론과 합리성 |

그림2-1과 같은 게임을 생각해보자.
사람들이 게임 이론이 예상할 수 있는 합리적 행동을 실제로 하는지 안 하는지의 문제이다. 이 게임은 A, B 두 명의 플레이어가 C(continue)와 S(stop)를 선택한 결과에 따라 두 명의 배분액이 결정되는 게임이다. A가 C(continue)를 선택하면 B가 게임을 계속할 수 있고, S(stop)를 선택하면 A는 4, B는 1의 이익을 얻고 거기서 게임이 끝난다.
그림2-1에서, 괄호 (4, 1)의 왼쪽 숫자는 플레이어 A의 이익이 4, 오른쪽 숫자는 플레이어 B의 이익이 1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처음에 A가 C(continue)를 선택하면 다음은 B가 C(continue)나 S(stop)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B가 C(continue)를 선택하면 다음은 A의 차례, S(stop)를 선택하면 A와 B가 각각 2와 8의 이익을 얻고 게임은 종료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4단계까지 나타낸 것이 그림2-1이다. 게임을 거듭해서 오른쪽으로 진행될수록 발이 많은 지네처럼 보이기 때문에 ‘지네 게임’이라 불린다.
플레이어 A, B 두 명 모두 경제적 인간, 즉 합리적인 사익을 추구한다면 이 게임은 어디서 끝날 것으로 예상될까? 바꿔 말하면, 누가 어느 단계에서 ‘종료’를 선택할 것인가?
맨 처음은 A의 차례이기 때문에 A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만일 마지막 4단계까지 간다면 B는 마지막 단계에서 S(stop)를 선택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추측할 수 있다. 앞에서 전제한 것처럼 B는 경제적 인간이기 때문에 C(continue)를 선택하면 자신의 이익은 16이 되지만, S(stop)를 선택하면 32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A는 이를 예측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전 단계인 제`3단계에서 S(stop)를 선택하게 된다. 거기서 멈추면 자신의 이익은 16이 되지만 게임을 계속하면 좀 전의 추론에 따라 이익이 8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B도 경제적 인간이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의 차례인 제`2단계에서, 멈추면 8의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제`3단계까지 가서 A가 게임을 그만두면 4밖에 얻을 수 없으므로 2단계에서 종료를 선택한다.
물론 A도 이를 간파하고 있고 C(continue)를 선택하여 제`2단계로 가면 이익은 2로 감소해버리기 때문에 맨 처음 단계에서 종료하게 된다. 그러면 4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A는 4, B는 1의 이익을 얻고 이 게임은 종료된다고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추론의 방법을 ‘역행 추론’이라 한다. 출발부터가 아니라 그 반대인 가장 마지막 분기점에서 출발 방향으로 추론해 가기 때문이다. 이것은 논리적으로는 납득이 가지만, 직감적으로는 잘 와닿지 않는 방법이다. 최종점까지 가면 두 명 모두 16배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왜 그것을 포기하고 (4, 1)에서 만족하는 것일까? (4, 1)의 이익만으로 게임을 끝내고도 합리적이라 할 수 있을까? 경제적 인간으로서 부끄럽지 않느냐고 묻고 싶지는 않은가?
이 게임을 실제로 실행한 맥캘베이와 펠프리의 실험에서는 제`1단계에서부터 제`4단계까지 비율은 각각 7%, 36%, 37%, 15%였다. 마지막 단계에서 계속을 선택한 사람은 불과 5%였다. 합리성 신봉자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 같다.
이 게임은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와 유사하다.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두 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게임을 진행하지만, 지네 게임에서는 게임이 ‘상호진행’으로 실행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게임을 상호진행 게임이라 한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독자도 많겠지만 확인을 위해서 죄수의 딜레마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
< 출처 : 행동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