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인투표 게임 |

문제`4의 내용은 1 이상 100 이하의 좋아하는 수를 하나 선택했을 때, 그 수가 모든 사람들이 선택한 수의 평균치의 2/3배에 가장 가까운 예상을 한 사람이 승리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합리적으로 추측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런 추측을 적절히 해나가는 사람이라면 합리적인 사람이라 말할 수 있다.

이 문제에서 참가자 전원이 무작위로 선택했을 때의 평균치는 50이다. 50의 2/3은 33이다. 모든 사람들이 33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승리하기 위해서는 33의 2/3, 즉 22가 첫 번째 후보가 된다. 참가자 전원이 동일한 추론을 한다고 가정하면, 다시 22의 2/3에 가장 가까운 수인 15를 선택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전원이 같은 생각을 한다면 15로도 승리할 수 없으므로 다시 15의 2/3인 10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렇게 했다고 해서 과연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이런 식의 사고과정을 거듭하면 7, 5, 3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1이 아니면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든 사람이 합리적이라면 똑같은 추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1이라는 수를 제시하고 전원이 승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합리성을 전제로 한 이론의 예측이다. 즉 다른 사람의 사고를 8단계 건너뛰어 생각해야만 정답에 도달할 수 있는데, 여기서 더욱 어려운 일은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합리적이라고 생각해도 좋은가 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은 몇 단계 정도를 생각하는지를 추측해야만 한다. 독자 여러분은 이 해답에 도달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오래 됐지만 신선한 문제이며, 유명한 케인즈의 미인투표 이야기가 바탕이 된다. 케인즈는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중에서 주식투자를 미인투표에 비교하여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그의 예리한 통찰력을 엿볼 수 있으므로 약간 길지만 인용해보겠다.

어떤 신문사가 100명의 아름다운 미인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현상응모를 실시하였다. 100명의 미인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후보자를 선택한 사람에게 상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과연 응모자들은 어떤 행동을 할까.

이 경우에 응모자들은 자신의 판단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미인으로 꼽을 것으로 짐작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고 케인즈는 지적하였다. 즉 자신이 가장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후보를 고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미인이라고 판단할 것 같은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는 것이다.

케인즈의 미인투표이론은 주식시장의 투자자 행태를 설명한 사례이다.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은 정말 좋은 기업이라서 “주식을 사기보다는`‘다른 사람들이 모두 주식을 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그러므로 주가가 오를 것이기 때문에)” 주식을 사는 행위를 설명한 것이다.

이 게임을 실제로 해보면 어떻게 될까? 카머러는 고교생, 대학생, 대학원생, 대학의 이사, 포트폴리오 매니저, 경영자 등을 상대로 이 실험을 실시했다. 세일러(Thaler)나 그 외의 연구자들은 신문[영국의 『파이넨셜 타임즈(Financial Times)』]이나 잡지 [스페인의 『익스펜시온(Expansion)』이라는 경제지] 독자들을 대상으로 우편을 통해 회답을 받았다.

회답의 평균치는 회답자 군별로 25∼40 사이였다. 가장 평균치가 작은(15∼20) 그룹은 입학시험이 꽤 어렵다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학생들과 신문지면을 이용해 답변을 받은 신문독자들이었다. 전자는 이공계 대학생들로 분석력이 높은 집단이며, 후자는 신문독자를 대표하는 그룹이 아니라 이런 문제에 특별히 관심이 많고 지식이 있는 사람들로 추정된다. 한편 대기업 경영자나 이사 등이 포함된 경영자 그룹은 지역경제에 영향력도 높고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었지만, 성적은 가장 나빴다.

필자도 ‘미시경제학’을 수강하는 전문대(2년제나 3년제 대학) 1년생 201명을 대상으로 이와 비슷한 실험을 실시해봤다. 그 결과 평균치는 24였으며, 24의 2/3에 가장 가까운 수인 16이라고 대답한 4명이 승자가 됐다(상금이 아니라 성적 평가 때에 보너스 점수 5점을 주었다). 16 전후의 수라고 답변한 몇 명을 나중에 인터뷰했더니 3단계 정도의 추론을 했다고 대답했다. 1이라는 답변도 3명이나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답변의 근거는 명확하지 않았다.

< 출처 : 행동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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