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의 피해자임에도 체제의 사고를 받아들여 수구적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기층 민중의 모습에서 ‘희생자‘의 측면과 ‘공범자‘의 측면을 쉽게 구별할 수 있는가? 이들이 과연 지배자들에게 끌려다니는 처지에서 멋어나 계급적인 연대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생각하는 백성‘이 될 수 있을까 하는 화두는 동아시아 근대사를 공부하던 필자를 무거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243 - P243
물이 반쯤 담긴 잔을 보고 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반이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관한 진부한 해설은 완전히 틀렸다. 정말로 중요한 건 물이 잔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지 아니면 흘러 나오는지 하는 점이다. 312 - P312
내게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 목소리를 갖기 위해서, 나는 내가 젊은이로 살았던 그 추하고 낡은 세상에서 싸워야 했습니다. 이제 나는 다른 목소리들이 말할 수 있는 공간을 열고 아직 충분히 들리지 않은 그 목소리들을 증폭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바람에서, 이 목소리를 씁니다. 7 - P7
아킬레우스의 변화무쌍한 감정들을 따라가거나 오디세우스의 기지와 용기를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기 전에도 우리는 그것을 이미 배워서 알고 있기 때문에, 시간 속에서 전개되는 전쟁과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여행에 관한 이 이야기들 중 어딘가에서 인간들이 벌이는 모든 투쟁과 모든 이동과 모험에 관한 경험을 듣게 되리라고 기대하게 된다. 우리가 아는 한 가장 오래된 이 두 은유는 우리에게 인생 전체가 하나의 투쟁이자 여행이라고 말해준다. 15 - P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