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오브 아트 - 예술의 힘을 증언하는 아티스트 8인의 휴먼다큐 드라마
사이먼 샤마 지음, 김진실 옮김 / 아트북스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는 자신이 거기에 있음을 우리에게 각인시키려한 화가였다. 하지만 렘브란트처럼 엄격한 자화상을 통해 화가의 존재감을 드러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카라바조의 초상, 그림 속 배역이 아닌 실제 모습은 오타비오 레오니가 그린 드로잉이 유일하다. 여기서 그는 여느 얌전함 화가들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곱슬머리와 들창코, 크고 부리부리한 눈으로 묘사되어 있어, 근엄한 초상화라는 틀에서 벗어나 우리를 바로 대면한다. 카라바조는 그림 속에 자신을 끼워 넣기를 즐겼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물론 그가 헐벗고 가난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카라바조를 치료한 인연으로 그의 전기 작가가 된 줄리오 만치니도 초기 로마에서의 생활을 묘사하며 카라바조가 구할 수 있었던 유일한 모델은 자기 자신뿐이었다고 기술했다(하지만 이 증언은 별로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카라바조에게 정지적인 수입이 생기기 이전에도 그의 많은 친구들이 모델을 서겠다고 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모델이 되는 일이 처음에는 필요에 의한 것이었을지 몰라도 나중에는 자신의 선택이었음이 분명하다. 23

- P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