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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상하도 - 송나라의 하루
톈위빈 지음, 김주희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7월
평점 :
송나라를 다룬 역사책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장택단의 <청명상하도>와 맹원로의 <동경몽화록>. 특히 <청명상하도> 그림은 장장 5미터에 달하는 길이에 80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데, 그동안 책에 참고 부분 도판이나 글로 소개된 것만 봐서는 이 그림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에 출간된 <청명상하도: 송나라의 하루>를 통해 <청명상하도>에 대해 갖고 있던 추상적이고 막연하던 이미지가 달라졌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보게 된 <청명상하도>는 영상 매체가 없던 시절에 제작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마치 송나라 시대 어느 청명절 날, 촬영 팀이 새벽녁 교외에서 당나귀를 몰고 가는 부자를 따라 출발해 변하를 따라 배를 보고 홍교를 넘고, 번화한 거리에서 성문에 도착할 때까지를 찍으면서 수많은 인물과 풍정, 찰나의 에피소드까지도 놓치지 않고 담은 듯하다. 또한 이 다큐멘터리의 진행자라고 할 수 있는 저자는 <청명상하도>에 얽힌 굵직한 역사적 지식만 다루는 게 아니라 흘려버리기 쉬운 사소한 디테일에도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를 고증하기도 하고, 때로는 과감한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하며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엄청난 번영을 자랑했던 변경성의 모습을 보다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었고, 그림에 담긴 인물들 역시 단순한 그림의 구성 요소가 아니라 그 시대에 살아 숨 쉬며 독자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깃거리를 가진 인물로서 새롭게 다가온다고 느꼈다.
이 책을 덮고 나자 저자가 가이드하는 송나라 변경성 청명절 일일 투어를 다녀온 기분이 든다. 매우 즐겁고 흥미진진한 여행이었고, 다음에 이 책을 다시 펼친다면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하며 여행할 수 있지 않을까. 보면 볼수록, 자세히 볼수록 그들에게서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