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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성 : 백 년이 넘은 식당 - 2023 뉴베리 아너 수상작 ㅣ 오늘의 클래식
리사 이 지음, 송섬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7월
평점 :

푸드스타일리스트인 엄마와 둘이 로스엔젤레스에서 사는 메이는 어느 여름 방학, 아픈 오파(할아버지를 부르는 말)을 간호하러 깡시골 라스트찬스에 머무르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백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할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부터 운영하던 황금성. 황금성 벽에 걸린 '유령처럼 낡고 빛바랜 사진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주인공 메이에게 오파는 가족의 역사를 하나 둘 둘려주어요.
여러 민족의 이민으로 지금의 모습을 이룬 미국이라서 일까요. 미국 작가의 글을 보면 '뿌리, 역사'가 중요하게 담겨 있잖아요. 우리는 이 한반도에 뿌리 내린 후 민족 이동이 적었고 내 부모의 부모 역시 이 땅에 머물렀기 때문인지 우리의 뿌리와 역사에 대한 궁금증은 '민족의 역사'에 국한되지 '내 가족의 역사'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더더욱 흥미롭게 몰입하며 읽었던 '황금성 : 백 년이 넘은 식당'이었어요.
팔십대인 아픈 오파와 카드 게임을 하며 말동무를 하는 메이는 오파로부터 들은 황금성의 비밀.
황금성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사진 속 사람들은 '종이 아들'이라고 해요. 종이 아들??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온 중국인 이주자들은 이주 금지법 때문에 시민권을 얻지 못했어요. 중국으로 추방 당하지 않으려면 미국인의 아들이라는 서류를 사서 시민권을 사야 했는데요, 이렇게 서류상의 아들이라는 의미로 종이 아들 Paper son 이라고 불렸다고 해요.
메이의 고조 할아버지이자 황금성의 시초였던 럭키는 종이 아들은 아니었지만 다른 중국 이주자에게 먹을 것과 자리를 주며 도움을 줬어요. 당시 미국에는 중국인을 향한 혐오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곤 했는데, 황금성도 여러 차례 화재 피해를 받았어요.
그리고 이 혐오 범죄는 백 년 전의 일로 그치치 않고 메이가 라스트찬스에 머무는 현재에도 혐오와 인종 차별 범죄를 겪게 됩니다. 황금성의 마스코트인 곰 동상 '버드'가 사라진 거예요.
황금성을 애정하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버드를 되찾는 등 문제를 해결해 가는 메이.
혐오와 인종 차별을 일으키는 소수의 사람들도 있지만 오랜 옛날 할아버지가 받은 따뜻한 인정을 기억하고 미국 전역에서 황금성을 찾아 준 낯설지만 낯익은 사람들의 따스함이 책 전반에 걸쳐 느껴집니다 : D
황금성의 작가, 중국계 미국인 리사 이는 오늘날 까지 사라지지 않은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적대감과 인종 차별, 혐오 범죄로부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이 글을 썼다고 해요.
이 책은 동시간대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이 현실에서 눈을 돌리며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