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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차인표 지음, 제딧 그림 / 해결책 / 2021년 12월
평점 :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
연민과 분노 그리고 무엇보다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백두산 너머 붉은 노을과 정겨운 소년과 소녀의
뒷 모습이 담긴 책 표지를 멍하게 다시 바라보게 한 책이에요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강제 징용되어 캄보디아로 끌려가셨다가 1997년
잠시 한국에 오셨던 훈 할머니
뉴스로 접한 훈 할머니의 사연에 차인표 작가님은
나라의 힘이 없던 일제강점기 때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 글을 완성했다고 해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백두산이지만
눈을 감았다 뜨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 마을에
도착한 듯 서정적이고 수려한 풍경 묘사에
1930년대 백두산 기슭의 호랑이 마을이 떠오르죠
아내와 딸을 해친 백호를 잡아 복수하기 위해
호랑이 마을에 찾아온 호랑이 사냥꾼 황포수
아버지 황포수를 따라 마을에 온 과묵한 아들 용이와
촌장 댁 손녀이자 씩씩한 순이가 마음을 나누는 장면
장면은 소나기의 소년과 소녀처럼 몽글몽글한
감성이 생각나 절로 부모 웃음이 나면서도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강제 징용될 이야기가
뒤이어 나올 거라는 걸 알고 있어서 일까요
두 아이가 주고 받은 마음이 아프기도 하는거예요
"용이야, 언젠가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같은
엄마별을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일본인 가즈오의 편지
애국심 하나로 일본군으로 복무한 평범한 미술학도였던 젊은이가
7년의 시간을 겪으면서 전쟁에 회의를 갖는 그 내면의 변화가 읽혀졌어요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읽으며
일제강점기 위안부 강제 동원의 부당함에
함께 분노하다가 그저 평범한 행복을 누리고 살고
있었던 세 주인공의 속도감 있고 밀도 있는 이야기는
순수한 젊은이들이 일제강점기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마주한 절망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믿음과 사랑,
헌신적 선택은 '사랑과 용서, 화해'라는 주제 의식을
서정적이면서도 처연하게 이야기를 풀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