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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한국어판 30주년 기념 특별판)
로버트 제임스 월러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사 / 2024년 6월
평점 :

기간 : 2024/07/10 ~ 2024/07/11
책 제목을 보고 문득 과거를 떠올려봤다.
내가 저걸 영화로 언제 봤던가.
기록을 찾아보니 1995년도에 국내에 개봉을 했던데 당연히 그때에는 못봤고, 나중에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 대학생때 아마도 비디오를 빌려서 보지 않았을까 싶다.
언제 봤는지, 누구와 봤는지, 혼자 봤는지, 어디서 봤는지 전혀 기억나는게 없다.
다만 그때의 나는 너무나 어렸기 때문이였을까?
막 호평하던대로 엄청 재밌거나 하진 않았다.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고 워낙 다들 호평하니까 마치 나도 영화를 잘 아는 척, 교양 좀 있는 척, 문화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척 하느라 억지로 참고 봤을 뿐이고 나의 무식함과 공감 능력 결여를 티내지 않기 위해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솔직히 별로 재미 없었다.
어찌보면 당연하지 않을까?
그때의 나는 끽해야 20대 초반이였을텐데.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의 연기력이나 감정선, 그리고 둘만의 감성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한게 이제와서 보니 뭐 그렇게까지 챙피할 일은 아닌듯 하다.
내 인생 드라마로 꼽는 '연애시대' 도 그나마 서른 즈음이 되어서 봤으니 인물들의 감정에 몰입되며 재밌게 봤지, 20대 초반에 봤으면 그냥 손예진 이쁘다는거 말곤 기억나는게 1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난 메릴 스트립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아무튼 이 이름값에 비해 별로 재미 없었던 영화의 원작 소설은 영화가 재미 없었으니 당연히 본 적이 없었는데, 수십년이 지나 이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다시 옛날 기억을 떠올리며 원작 소설을 읽어볼 기회가 생겼다.

스토리 전개는, 이제와서 스포라고 할 것도 없을 정도로 이야기할게 없을거 같고.
생각보다 소설의 느낌이 엄청 풍부하게 느껴져서 정말 깜짝 놀랬다.
이런게 소설의 힘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보단 그냥 이 소설 자체가 뛰어난 명작이라고 보는게 더 맞을것 같다.
워싱턴주(州) 에서부터 아이오와주(州)까지의 여정은 내가 미국 지리를 모르기 때문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였지만, 로버트의 외로운 인생길과 닮아 있는 듯 하여 고독한 그의 모습을 연상하기에 적절한 구성이였다.
또한, 영화였으면 그저 인물들간의 대사나 배경 음악, 카메라 구도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이 부분들도 작가의 섬세한 표현 덕분에 로버트가 프란체스카에 대해 받은 인상을 더 뚜렷하고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뭐 메릴 스트립의 몸짓과 표정, 연기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하면 할말은 없다.
3박4일간 둘이 함께한 시간동안 내내 소설은, 신비스럽고 애매모호하여 마치 눈이 부시는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 이런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딱 확실히 선을 긋지 않는 여백의 느낌마저 들기도하여 동양적인 감각이라고 할 수도 있을것 같은데 이러한 분위기가 아이오와 시골의 황량한 풍경과 꽤나 잘 어우러진다.
이거 영화보다는 소설이 더 대박인데?
아닌가? 지금 나이에 다시 영화를 보면 영화도 좀 달리 보이려나?


기나긴 인생중, 3박4일이라는 정말 찰나의 시간이 둘의 인생을 그야말로 지배해버렸다.
가족들에게조차 서로의 존재를 숨길 정도로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사랑이였지만 막 생각보다 엄청 지저분하고 불결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래도 둘다 마지막 양심은 남아 있었기 때문이였던 것 같다.
뭐 그래봤자 불륜이라는 꼬리표를 떼긴 어렵겠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과 영화가 예전에 매우매우 인상 깊게 봤던 일본 소설 '안녕, 언젠가' (= 일본 영화 '사요나라 이츠카') 과 매우 흡사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프란체스카의 남편 리처드가 마지막에 프란체스카에게 했던 말은, 마치 유타카의 아내가 유타카를 보내준 장면이 생각날 정도였다.
리처드가 죽은 뒤 프란체스카는 로버트를 찾기 시작했고, 유타카도 유타카의 아내가 보내준 뒤에야 다시 토우코를 찾으러 방콕으로 넘어 갔고, 이렇게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은 결국엔 스스로에 대하여 온갖 포장과 변명들로 무장한 채 쿨해질 수 있지만 남은 사람들은 그럼 어떻게 되는것인가?
꿈 많고 빛이 나던 청년이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고 어느새 리처드와 프란체스카가 처음 만났을 때의 나이가 되었고, 그 동안에 그 청년도 불꽃처럼 타올라 주변의 모든 것들을 다 태워버릴 수도 있는 사랑까지 해봤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서 분명 더 이 둘의 사랑에 빠져들 수 있었다.
나는 과연 나중에 그때의 사랑에 대해 어떤 기억을 할까.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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