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 왕릉실록 - 왕릉 스토리를 통해 읽는 역사의 숨소리
이규원 지음 / 글로세움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간 : 2024/04/08 ~ 2024/04/11

역사를 이렇게나 좋아하는 내가 세계사만 재밌게 느끼고,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역사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해본적이 있는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짧게 정리해보자면,

너무 지엽적이고, 권력다툼이 지저분한데다, 중국에 반 예속된 역사일뿐더러, 낭만조차도 없다.

죽고 죽이고 뺏고 빼앗고 중국한테 아부하고 밉보이면 침략당하고.

이게 전부다.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에는 참 재밌었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 더 깊이있게 공부를 하며 책을 읽어나가다보니, 어렸을때 공부했던 국사는 그저 국뽕만이 가득찬 허울 좋은 역사일뿐이라는걸 깨닫고 나서부터는 재미가 없어졌다.

통일신라의 경우도 그러하다.

기억의 왜곡일수도 있겠지만, 내 기억 속의 통일신라는 찬란한 천년 신라 어쩌고 저쩌고, 혼란스러웠던 삼국을 모두 통일해 당과 대등하게 경쟁하며 발해와 함께 밝게 빛나던 국뽕이 넘치다 못해 분수처럼 쏟아내는 역사였다.

그런 왜곡된 기억을 산산조각내어 진짜 리얼 역사를 보여주는 책이 여기 있다.

시간의 순서대로 통일신라의 왕들에 대한 설명들과 그들의 왕릉에 대한 소개가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찾아보면 아무리 오래된 과거의 역사라 하더라도 통일신라에 관한 책들도 은근 되게 많다.

그러나,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지저분했던 역사 속 인물들의 혈통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당, 일본, 발해와 같은 당시 주변국들의 동시대적인 상황들에 대한 요약이 곁들여져 있고, 각 왕들의 왕릉을 모두 직접 답사하여 일일히 사진을 찍고 왕릉에 대한 풍수지리적 설명을 추가했다는 점이 특별한 차이점이다.



통일신라의 역사 뿐만 아니라, 양귀비로 대표되는 '안녹사의 난' 과도 같은 당의 역사도 실려져 있다.



책의 마지막에 실려 있는 가계도인데, 이게 이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역사학계에서는 신라의 역사를 상대(上代), 중대(中代), 하대(下代) 로 구분한다는데,

상대는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부터 28대 선덕여왕까지이고,

중대는 백제를 멸망시켰던 29대 태종무열왕부터 37대 선덕왕까지,

하대는 38대 원성왕부터 마지막 56대 경순왕까지이다.

그렇다면 통일신라는 중대와 하대를 합친 기간인데 구지 38대 원성왕에서부터의 가계도를 이렇게 따로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성골, 진골이 아닌 신라의 귀족이 정권을 잡았기 때문이며, 이때부터 이 복잡한 가계도만큼이나 어지럽고 더럽기 짝이 없는 권력 다툼이 시작되었다.

158페이지부터 시작되는 이 혼란한 시기는 정말 한페이지 한페이지 읽을때마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혼탁하다.

형제, 가족, 친족들끼리의 살육은 뭐 기본이고, 42대 흥덕왕의 경우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42대 흥덕왕은 조카(40대 애장왕)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인물로, 자기가 자기 손으로 직접 죽인 그 조카의 여동생을 부인으로 맞이했다.

근데 이 왕후가 죽은 뒤, 흥덕왕은 너무너무 슬퍼 정국을 제대로 돌볼 수 없다고 한다.

크킹3 통일신라판이다 정말.

모드 만드는 능력자들이 이 당시의 시나리오로 모드 하나 만든다면 그게 바로 진짜 현실성 있는 게임이지 않을까 싶다.

이 당시의 사람들은 지금 우리 현대인과는 사고 방식이 다르다고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장보고에 대한 부분도 매우 흥미로웠다.

알고보니 장보고 사후, 장보고의 세력들을 죄다 전북 김제로 보내버렸다한다.

완도에서 활동하다 김제까지 떠밀려간 사람들.

나만 홀로 알고 있는 친숙함이 있어 반가웠다.

장보고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걸까?

힘 좀 썼던 지방 군벌?

통일신라를 멸망케만든 주범?

요즘의 역사학계에서는 이런 단순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훨씬 더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듯하다.

당 - 통일신라(청해진) - 일본 해상 무역의 중심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했으며, 한반도의 역사가 중원과 일본으로 더 뻗어나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라고까지 보고 있다.

실제로도 장보고의 전성기에 해상 무역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졌었고, 장보고가 해상권을 완전 꽉 틀어쥐고 있었기 때문에 통일신라의 국제적 위상도 상승했다 한다.

실제로도, 장보고의 높은 위상은 천년이 훨씬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역대 한국 왕조의 모든 인물들중에서 왕이나 연개소문처럼 왕에 근접한 인물들을 제외하면 장보고만 유일하게 한중일 모든 정사 역사서에 그 기록이 실려 있으며, 또한, 전남 완도, 중국 신라방, 일본 쿄토 삼국에 모두 장보고의 기록들이 현재까지도 생생히 남아 있다.

심지어, 장보고의 세력들중 일부는 김제로 끌려가지 않고, 일본으로 건너가 귀화했다는 기록까지도 일본의 정사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다.

장보고를 까는 주제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서라벌에서 멀리 떨어진 청해진에서 힘이 키워 왕권을 약화시키고, 반란을 일으킨 뒤 서라벌까지 가는 동안 길목을 완전 다 황폐화 시켰다는 내용들인데,

하나하나 반론을 해보자면,

왕권은 이미 장보고 그 훠어어얼씬 이전에 약화되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또한, 장보고가 거느리던 만명의 병사도 서라벌에서 지원받은게 아니라, 장보고가 해적 소탕하고 중국 왔다 갔다 하면서 모은 병력이라 서라벌의 병권과는 1도 상관이 없다.

반란 이후에 장보고가 서라벌까지 가는 동안, 각 지방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것도 정사엔 전혀 나오지 않는 썰에 불과하다.

오히려, 삼국 해상 무역을 통해 사병 만명을 거느릴 정도로 부가 넘쳐나던 장보고의 입장에서 보자면, 김경은은 배은망덕한 놈이다.

하루라도 빨리 쫓아가 때려 잡아야되는데 어느 세월에 완도에서 경주까지 가는 길목의 마을마을을 하나하나 깨부수고 약탈하고 지나간단 말인가.

반란을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나?

어불성설이다.

내 사견으로는, 지역감정에 매몰되어 있는 일부 인간들이 까내리는 수작에 불과하다.

국뽕에 취해있는 사람은 이 책을 보기 힘들다.

그만큼 적나라하게 통일신라의 실상을 까발리고 있기 때문이다.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라 압박감이 들 수도 있지만, 사진이 중간중간 많이 실려 있어 페이지 넘기는 속도도 그렇게까지 느리지 않다.

어려운 한자들이 너무 많이 나오는 관계로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의외로(?) 어렵지 않다.

문맥에 의존해 대충 앞뒤 짜맞추다보면 의미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훙서(薨逝) 라는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낯선 단어이긴 하다.

풍수지리적인 부분과 왕릉에 대한 묘사 부분은 내가 아는 바가 1도 없어서 무슨 의미인지 도대체 알아먹기가 힘들었지만, 그 분량이 많지가 않았다.

때문에 통일신라의 역사를 제대로 일독했다는 점에 이 책의 의미를 두고 싶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통일신라왕릉실록

#이규원

#글로세움

#통일신라실록

#통일신라

#통일신라시대

#역사책추천

#추천역사책

#장보고

#완도

#청해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