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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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님 전작들을 보니 제목 짓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데다가, 표지까지 너무 강렬해서 손이 안 갈 수가 없다. 붉은 8이라뇨! 살인의 무한대 연쇄고리 같잖아요(?)


보스턴에서 작은 추리소설 전문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맬컴 커쇼. 그가 운영하는 곳이 일반 서점이 아니라 '추리소설' 전문 서점이라는 다소 니치한 곳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이런 장르 소설 덕후였다.


그런데 어느 날 FBI요원이 맬컴을 찾아와 당신이 예~~~전에 썼던 블로그 포스팅을 읽고 카피캣 범죄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수사에 협조해달라고 말하는데...!


그 포스팅은 지금까지 발표된 고전 범죄소설 가운데 가장 영민하고, 실패할 확률이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살인 8건을 추려낸 것이었는데, 누군가 이 포스팅의 내용을 조금씩 비틀어가며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피해자에 맬컴의 서점 단골 손님도 있고, 맬컴에게 썩 유쾌하지 않은 사람들도 끼어 있는데...? 


이거, 이러다 맬컴도 죽는 거 아냐? 그런데 옛날에 죽은 맬컴의 와이프에 대한 얘기가 왜 스멀스멀 나오지? 범인은 대체 누구고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범인이 잡히게 된다면, 범죄소설 포스팅에 나오는 8가지 완벽한 살인은 과연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내가 예상했던 범인은 빗겨갔고 ㅋㅋㅋㅋㅋ (나의 추리력은 형편없는 건가...) 책 보면서 달다구리나 차를 곁들여 먹는 걸 좋아하는데, 시시각각 맬컴 커쇼를 조여오는 범인의 손아귀 때문에 나 역시 쫄려가며 소설을 읽느라 달다구리도 못 먹고 앉은 자리에서 독파했다. 고전을 어떻게 비틀어 현대의 살해방법에 접목시키는지 등을 함께 고민해 보며 읽는 것도 이 책의 재미!


p.44 범인이 누구든 간에 단순히 내 리스트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범인은 나를 알고 있다. 잘은 모르더라도 약간은.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아니 확신하는 이유는 멀비 요원이 언급한 다섯 번째 피해자 때문이다. 록랜드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일레인 존슨. 사실 나는 그녀를 알고 있다. (중략) 멀비 요원도 틀림없이 내게 숨기는 정보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도 이 정보를 숨길 것이다. 난 나 자신을 보호해야 했다


p.98 우리는 누구에게서도 결코 완전한 진실을 얻을 수 없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만나 말을 나누기 전에도 이미 거짓과 절반의 진실이 존재한다. 우리가 입은 옷은 몸의 진실을 가리지만 또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다. 옷은 직조이자 날조다.


맬컴이 포스팅한 8권의 고전 추리 소설을 다 읽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 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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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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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문장에 위로받는 느낌이 좋아서 2번 완독한 에세이.

#곧,어른의시간이시작된다 이 책에 위로받으면... 나... 어른인가요...?


최근 20대가 바로 로켓 이얼스, 인생의 골든타임 이라고 말하는 자기계발서를 조금 미묘한 감정으로 읽었는데 (난 이미 지나버린 나이대라 왠지 싱숭생숭했는지도)


시간의 주름 속 보이는 애틋함, 그렇게 낡아가며 아름다워지는 것들에 대한 향수, 그리움에도 불구하고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반전의 마음, 현재에서의 행복을 찾는 이야기가 더욱 내 마음을 울렸다. 


특히 이럴 땐 이래야 한다, 저 때는 저래야 한다 라고 가르치듯 안내하는 것보다 '대신' 인생이라도 열심히 움직이며 살자라고 말하는 것이 크게 와닿음...ㅠㅠ


p.181 나는 소설을 읽는 대신 요리책이나 연애상담서를 읽었다. 소설을 쓰는 대신 소설의 리뷰를 썼다. 소설가가 되는 대신 소설가를 인터뷰했다. 완벽한 대신 인생. 나쁘지 않았다. 아주 좋지도 않았지만. 너무 사랑해서 그 일을 꼭 하고 싶은데 더 이상 버틸 희망도 돈도 없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신' 인생이라도 열심히 움직이며 살아야 한다고. (중략) 꿈이란 그것을 지키려는 안간힘으로 끝내 간직되는 것이라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 책을 만나느냐가 그 책에 대한 느낌을 좌우한다. 사랑은 타이밍? 독서도 타이밍!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의 느낌이 지금 읽으면 또 다르고, 당시에는 너무나 감명깊었던 게 시간이 지나 보면 아 약간 겉핥기 식이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지금 내가 이 작가님, 이 에세이를 만난 건 아주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어른의 시간인가 보다 ㅋㅋㅋ 작가님이 빨강머리앤 관련 책도 2권이나 내셨을 정도로 덕후이신 거 같은데 그 책들도 찾아봐야겠다. 



p.218 나는 더 이상 ‘꼴찌에게 박수를!’ 따위의 말을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라는 말 역시 믿지 않는다. 누군가의 꿈이 꼭 위대한 작가나 홈런왕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가 이십 대와 삼십 대에 걸쳐 쓴 인생의 오답 중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세상엔 죽도록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꿈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좌절된다. 하지만 내가 쓴 틀린 답을 조금씩 고쳐 나가며 사십 대에 이르러 마침내 꺼낼 수 있는 이야기 속에는 이런 것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허황된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우리의 삶을 조금 더 행복한 쪽으로 바꾸기 위한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 중요한 건 불행하지 않은 쪽이 아니라, 행복해지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세상엔 ‘행복’ 이외에 ‘다행’이 있다는 걸 발견해내야 한다. 행복이 어딘가로부터 오는 게 아니듯, ‘다행’ 역시 끝없이 찾아내는 일에 가깝다는 걸 말이다. 삶을 다행으로 여기는 사람에게 행복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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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이얼스 - 원하는 인생에 도착하기 위해 오늘 나만의 목표를 쏴라
엘리자베스 세그런 지음, 윤여림 옮김 / 토네이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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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이얼스, ROCKET YEARS
저자는 자신의 멘토에게 "인생은 로켓과 같다" 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로켓의 첫 발사각도가 살짝이라도 달라지면, 도착지는 더더욱 크게 달라지니까. 이 책에서는 목표를 향해 선택의 방향을 결정하고, 그 궤도로 나아가는 과정을 로켓이얼스 라 명명한다. 

특히 작가가 30대기 때문에 본인이 살아온 경험에 빗대 로켓 이얼스를 20대 시절이라고 얘기하며, 이 때 커리어, 가족, 건강, 우정, 취미, 정치 등 인생에 있어 중요한 8가지 주제에 대해 경험, 사유하는 것이 인생 전체의 모습을 달라지게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읽다 보면 살짝...(?) 꼭 20대 때 이루어야만 하는 가이드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데, 전반적인 제안이 꼭 20대뿐 아니라 전 연령에 걸쳐 고민해 보기에도 좋은 내용이라 줄친 문장들도 많았다.

지금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 평생 취미를 만들고 빈도수를 조절하는 것, 가족계획 세우기, 사랑하는 일을 하기,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 다시 신앙을 생각하기...

본인의 경험과 함께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제시해 주면서, 어떻게 해야 불확실한 시기를 잘 넘기고 내가 바라던 일과 행복의 주권을 찾을 수 있을지 설명해 준다.

#삶은언제나전진한다
우리의 현재 모습은 과거 자신이 내린 결정의 결과물이다.

p.s. 책을 홍보하는 카드뉴스에는 이 로켓 이얼스, 20대를 인생의 '골든 타임'이라고 정의하던데, 나는 이 기간을 골든 타임이라고 한정짓고 싶지 않다. 

로켓이 발사되고 타겟을 향해 날아가는 동안, 경로는 충분히 수정될 수 있다.(시간이 더 오래 걸리겠지만) 물론 경로뿐 아니라 목표도 수정될 수 있다. 단 로켓 이얼스를 골든타임이라고 좁히는 순간, 앞으로 바뀔 수도 있는 목표와 과정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 방황, 주저했던 모든 과정들이 마치 적정기를 놓치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으니... #30대는왠지눈물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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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얼굴들
황모과 지음 / 허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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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소설집을 하나로 꿰뚫는 가치는 '공감'인 것 같다.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유골에 남아 있는 DNA를 추출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세계에서, 일본의 묘지에 숨어 살던 화자가 마침내 알게 되는 머리카락 부적의 주인과 일제강점기 때의 아픔 

36p. 고향에 가고 싶다. 돌아갈 때가 된 것 같다.


<니시와세다역 B층>

한국인인 나와 일본인인 에즈라가 괴담썰을 확인하기 위해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는다는 것으로 알려진 니시와세다역 B층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알려지는 조선인 생체실험의 민낯

134p. 비참하게 다른 민족을 살육한 과거가 이곳에선 B급 엔터테인먼트로 소비되고 끝난다. 마음이 복잡했다.


<모멘트 아케이드>

치매 엄마를 간호하다 혼자 남겨진 동생이 가상세계, '모멘트'를 떠돌면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부유하다 언니의 기억을 마주하고 깨닫는 다른 방식의 사랑과 희생

185p. 우리가 돌봐야 하는 존재라고, 심지어 누군가는 자원 낭비라고 오만하게 품평했던 존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사람을 돕고 있었다니.


SF라는 껍데기를 뒤집어 쓰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현실에 발 붙이지 않은 이야기가 없었다. 이야기는 짧지만 여운은 오래 갔다. 일제강점기, 죽음, 희생, 사랑, 고통, 가정폭력, 회귀... 작가가 차분하게 그려낸 실제 '있었던', 그리고 '있었을 법한' 이야기에 공감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현실의 주인공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는 필히 공감해야만 했다.


그래서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해사한 낮의 얼굴이 아니라 왠지 슬퍼보이는 밤의 얼굴로 다가왔다. 흐릿하고 무언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 하지만 외로운 얼굴들. 


내 삶과 일절 관계 없는 누군가의 얼굴로 둔갑해 멀어지지 않도록 민감도를 키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6p. 타자를 이해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무관심은 증오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p.s. <투명 러너>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웠다. 투명한 나의 불사신 친구, 언어적, 비언어적 소통이 모두 가능한 존재.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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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샷 :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화이자의 대담한 전략
앨버트 불라 지음, 이진원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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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샷 의 부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화이자의 대담한 전략- 이라는 말이 딱 맞는 책. 화이자 CEO가 직접 밝히는 화이자 백신의 개발부터 승인, 배포까지의 9개월 여정! 


처음에 화이자 CEO가 직접 썼다길래 약간 스티브잡스 전기같은 느낌이나 위인전(?) 느낌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엄청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이건 다큐멘터리로 나와야 할 내용인데 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실제로 외국에서는 다큐가 이미 나온 모양.


전무후무한 팬데믹, 이제 엔데믹으로 넘어가는 코로나19. 듣도보도 못한 이 질병의 백신을 빠르게 개발했기 때문에 더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세계 최초 m-RNA 백신. 백신의 개발사를 훑어보는 뻔한 내용이라고 예상했고, 영화에서 많이 보여준 악덕 제약사의 이미지 때문에 왠지 화이자같은 거대 제약사의 비리에 대항해야 할 것 같은 마음가짐(?)으로 읽었는데, 반전으로 이 책을 읽고 밑줄친 부분이 너무 많았다!


공룡 제약사 CEO 단 한 명의 영웅신화가 아니고, 모든 직원들이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가에 대한 전기였다...! 이 책을 위인전이라고 치면 1명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인으로 삼은 것이다. 의료진, 백신 개발자들, 환자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 말이다.

 

백신은 개발 자체도 어렵지만, 생산시설을 갖추고 많은 임상 데이터를 확보화여 상용화되기까지는 최소 5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이 어려운 걸 9개월만에 해냈습니다.


1) 가격, 일정, 수급, 생산전략 등을 대담하게 밀어붙이는 CEO

2) 최대한의 재택 근무를 보장함과 동시에,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끔 프로세스를 모두 뜯어고치는 유연한 조직문화

3) 인류애와 사명감

4) 숨가쁘게 이루어지는 과감한 의사결정

5) 백신 확보를 위한 글로벌 정치/의료계의 긴밀한 협상

6) 백신 특허, 보험급여, 환자 케어 방향 등 제언


첫 개발 당시, 환자를 최우선으로 결정하자는 마음가짐을 잊지 않기 위해 회의실 한쪽 벽에 직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환자들의 사진을 걸어두었다고 한다. 부모님 사진, 친구 사진, 아픈 옆집 아이의 사진, 그리고 대표는 뇌성마비에 걸렸던 자신의 딸 사진을 걸어두었다... 


지금은 백신을 넘어서 먹는 치료제가 나오는 시점이지만, 앞단에서 예방 개념의 백신을 개발한 과정을 다시 한 번 읽어봐도 대단하네. 시간은 곧 생명이다. 그리고 과학은 승리한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아자아자화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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