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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아내
세라 게일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월
평점 :
마르틴은 복제인간이다. 네이선은 자신이 만들어 낸 클론 마르틴과 함께 살기 위해 에벌린과 이혼한다. 마르틴은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에벌린을 만난다. 임신한 클론을 보면서 충격과 분노의 감정을 느낀 에벌린은 마르틴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마르틴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클론이 입력된 정보를 넘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마르틴은 네이선과 다퉜고, 자신을 죽이려 하는 네이선을 죽였다. 마르틴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에벌린은 연구의 윤리성이 훼손될 것이 두려워 네이선의 죽음을 숨긴다. 네이선을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자 비밀을 지키기 위해 에벌린과 마르틴은 네이선의 클론을 만든다.
‘진짜 네이선에 가깝게 만든 복제인간이었다.’(265페이지)
네이선의 클론이 완성된다. 클론을 네이선과 똑같이 만들기 위해 조건화 과정을 거친다. 몸에 남은 흉터나 특징들을 똑같이 재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상처를 만들기도 했다. 클론의 의식을 깨운 후 네이선에 대한 정보를 반복해서 주입했다. 프로그래밍 과정이 끝난 후 마르틴은 네이선과 함께 연구소를 떠난다. 네이선의 복제인간이 일상으로 돌아가 사람들과 마주쳤지만 아무도 네이선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았다. 에벌린은 만약 자신이 사라지고 복제인간이 자신인 척 했을 때 전남편 네이선이 알아볼 수 있었을까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다. 자신과 네이선이 서로를 제대로 보기는 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부부는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내 남편이 복제인간이라면 나는 가짜라는 것을 바로 알아챌 수 있을까? 왜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부부가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할까? 클론 네이선이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 없는 비밀스런 자매들.’(314페이지)
네이선은 왜 에벌린의 연구 자료를 훔쳐 클론을 만들었을까? 처음 이야기에서는 마르틴만 등장했기 때문에 네이선이 연구 과정에서 실패를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마르틴이 뒷마당에 묻힌 열두 구의 클론을 발견하면서 네이선이 감췄던 추악한 진실이 드러난다. 마르틴의 전화를 받고 찾아간 곳에서 에벌린은 열두 구의 시험체를 보게 된다. 그리고 클론을 완성한 후 진짜 에벌린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된다. 네이선은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가정을 만들기 위해 클론을 만들었다.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한 채 죽은 실험체를 본 마르틴은 분노한다. 진짜 네이선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르틴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클론 네이선을 죽이겠다고 말한다. 에벌린은 자신의 실험 성공작인 네이선을 죽여서는 안 된다면서 마르틴을 설득한다. 네이선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마르틴을 위해 에벌린은 열두 구의 실험체 사체 중 열두 번째 실험체를 마르틴처럼 꾸민다. 마르틴은 아이를 두고 가야 한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에벌린의 설명을 듣고 아이를 두고 집을 나간다. 홀로 아이를 키워야 했던 네이선이 에벌린을 찾아온다. 네이선의 부탁을 받아들인 에벌린이 바이올렛을 돌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어린 시절 살았던 집에서 에벌린, 마르틴, 바이올렛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우리 모두에게 부당한 일이었다.’(363페이지)
이상적인 가정을 꿈꿨던 네이선은 아내를 통제하고 가정에서 군림하는 남편으로 살기 위해 클론을 만들었다. 에벌린의 아버지 또한 에벌린과 어머니를 통제하고 그들의 위에서 군림하면서 가족을 통제했다. 자유의지와 선택의 자유를 빼앗겼던 에벌린의 어머니와 클론 마르틴은 억압에 저항해 틀을 깨트린다. 가족 위에 군림하려고 했던 에벌린의 아버지는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고, 에벌린의 남편 네이선은 클론으로 대체되었다. 10대와 20대 초반 그루밍 범죄를 겪었던 『일회용 아내』의 작가 세라 게일리는 한 남자의 추악한 이면을 통해 이러한 범죄의 잔인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통제하고 조정하려는 그루밍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의 행동은 클론을 만들고 프로그래밍을 하는 과정과 비슷해 보였다.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존중하는 평등한 관계를 벗어나 인간과 클론처럼 주종관계가 되어 통제를 받아야 한다면 통제하는 사람과 통제를 받는 사람 모두가 불행해진다. 이상적인 아내를 꿈꿨던 네이선은 일회용 아내를 만들었고, 결국 진짜 본인은 사라지고 일회용 남편이 남았다.
『일회용 아내』는 ‘복제인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인간과 똑같은 복제인간에 대한 윤리논쟁은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인간들은 신들이 했던 것처럼 자신과 닮은 생명체를 만들어 내려는 욕망에 빠졌다. ‘생명존중’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사고가 필요하다. 실험체라는 이유로 인간처럼 피와 살을 가지고 있는 클론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고 상처 내고, 쓸모없어지면 폐기하는 에벌린을 훌륭한 과학자라 말할 수 있을까? 과학의 발전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과학 기술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깊이 있게 사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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