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와 함께한 시간 - 마지막 드래곤 에린의 모험 ㅣ 책 읽는 샤미 10
남세오 지음, 김찬호 그림 / 이지북 / 202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삼백년 전 페르는 인간들의 배신으로 목숨을 잃고 재가 되어 사라졌다. 페르의 남은 정수에서 에린과 나탄이 태어난다. 에른켈의 어린 왕 이도를 지켜주기 위해 드래곤에게 도움을 요청한 에린은 이도를 구한 후 이도의 곁을 떠난다. 에린은 이도로 인해 자신이 약해질 것이 두려워 이도를 만나지 않았다. 에린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이도는 60년 동안 에른켈을 다스린다. 이도의 죽음을 듣고 난 에린은 전쟁 이후 생긴 마음의 상처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남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에린이 드래곤의 둥지에서 지내는 동안 시간은 흘러갔다. 오랫동안 드래곤이 인간 세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인간들은 드래곤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지 않게 되었다. 인간들은 점점 더 강해졌고, 인간들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드래곤은 터전을 잃어갔다. 국력이 쇠퇴한 에른켈 사람들은 드래곤이 나타나 자신들을 지켜줄 거라는 믿음으로 베오부스 화산을 지켰다. 세월이 흘러 에린과 나탄 앞에 어린 소년 유진이 나타난다. 유진의 모습에서 이도를 떠올린 에린은 의식을 잃은 유진을 나탄과 함께 치료하고 보살핀다. 거대한 국가로 성장한 차모르는 에른켈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차모르 군대에 의해 부모를 잃은 유진은 드래곤을 찾기 위해 검은 숲으로 들어왔다고 말한다. 유진은 드래곤을 증오하는 차모르가 에른켈을 점령하면 베오부스 화산을 공격할 거라고 말한다.
‘단 하나의 생명도 없다는 걸 에린은 깨달았다.’(88페이지)
차모르는 드래곤을 없애기 위해 핵무기를 발사한다. 핵무기가 터지는 순간 그 안에 있던 모든 생명체가 사라진다. 처참하게 상처입은 갈색 드래곤 아민의 모습을 보면서 에린은 인간이 만든 무기가 통제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미사일이 폭발하면서 생긴 버섯 모양 구름이 사라지면서 검은 비가 쏟아지고, 남아 있던 동물들이 피를 토하며 죽어갔다. 핵미사일의 위력과 위험성에 놀란 인간들은 오히려 더 많은 핵미사일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핵미사일이 수만 개가 넘었다. 강대국 차모르와 아란티스는 서로에게 핵미사일을 겨누고 있게 되었다. 끔찍한 위력을 보고도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못하고 더 강해지기 위해 핵미사일을 만든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서 드래곤들이 평가했던 것처럼 ‘인간들은 멍청하다’라는 말에 동의하게 된다. 어떤 재앙이 올 것인지를 알면서도 재앙이 될 무기를 수만 개 만든 인간들의 탐욕이 끔찍하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에서도 강대국들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제3차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말이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핵무기를 발사한다면 살아 있는 생명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운 좋게 살아남는다고 해도 방사능에 의해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 “어차피 멸망할 거라면 차모르가 먼저 멸망해야겠지”(198페이지)라고 외치는 아란티스 군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얼마나 어리석고 멍청한 생각인가. 이야기 속 지구가 아닌 현실 속 지구에 이런 인간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고 무섭다. 인간과 드래곤의 어리석은 선택으로 인해 인간과 드래곤의 공존을 꿈꿨던 나탄과 유진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인간과 드래곤은 지구에서 사라져갔다.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고귀하고 찬란한 가치’(208페이지)
‘사랑, 정의, 명예’(199페이지), 에린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사랑했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했던 에른켈의 어린 왕 이도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에 복수를 결심했지만 복수를 접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치려한 유진의 모습을 보면서 에린은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해 생각했다.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인간들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이익만을 쫓아 세상을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이도와 유진과 같은 이들의 힘으로 인간은 다시 세상을 세우고 생존해 나간다. 에린은 ‘인류 공통의 이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용기가 있는 인간이 불멸의 삶을 살아가는 드래곤보다 고귀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드래곤이 위기에 처해도 돕지 않고 다른 생명체에 대해 무관심한 드래곤들의 삶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인간들의 삶이 더 고귀하다고 생각한다. 변하는 세상을 외면한 채 자신들이 최상의 지배자라고 생각하는 오만한 드래곤들은 결국 인간에 의해 세상에서 사라진다. 인간에게 관심이 많았던 나탄은 위기에 처한 에린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나탄과 이도, 유진은 에린이 생각하는 ‘고귀하고 찬란한 가치’를 증명하는 이들이다. 에린이 본 미래에서 인간은 다시 번성해 세상을 가득 채운다.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면 인간들은 멸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을 파괴하고, 탐욕에 눈이 멀어 서로를 공격하고 죽이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구에서 인간은 멸망하지 않고 버틸 힘을 ‘가치’에서 찾는다. 더 많은 이들이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인간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서평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