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모범생 특서 청소년문학 23
손현주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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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휘와 선휘는 일란성 쌍둥이다. 어느 날 건휘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성적에 집착하는 엄마로 인해 선휘와 건휘는 사랑의 매라는 명분으로 행해지는 폭력에 시달렸다. 어린 시절부터 계속된 폭력 앞에서 두 형제는 아무 저항도 하지 못했다. 몸이 커가면서 선휘와 건휘는 엄마에게 저항하기 시작한다. 매를 들고 때리려고 하는 엄마에게 저항해 폭력을 되돌려 준 순간 초인종이 울리고 이웃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찾아온다. 엄마는 짐을 정리하다 큰 소리가 났다는 거짓말로 경찰을 돌려보낸다.

 

엄마는 아들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아들의 닉네임을 ‘25대 대통령이라고 휴대폰에 저장했다. 정작 아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꿈꾸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엘리트주의에 사로잡힌 엄마의 과도한 욕심과 기대로 인해 형제는 폭력과 억압 속에서 성장한다. 관계 맺는 것마저 엄마의 허락이 필요했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피하게 되면서 쌍둥이는 서로에게 더 의지하게 된다. 건휘가 농구를 하다가 흥분해 함께 운동하던 아이를 거의 죽일 뻔했을 때 엄마는 선휘에게 형의 잘못을 대신 뒤집어쓰라고 말한다. 결국 선휘는 엄마의 부탁에 못이겨 형 대신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는다. 하지만 의식이 돌아온 아이의 진술로 진범이 건휘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모범생 건휘는 보호 소년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건휘는 세상을 떠난다.

 

나쁜 엄마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늘 불안하고 근심 걱정을 달고 살지. 언제나 망상이 먼저 발동하고 결국 아이 뜻을 꺾고 지배자가 되려고 해. 어쩌면 엄마는 감정이 마비되어 있는지도 몰라. 그러니까 내 감정을 읽지 못하지. 누가 엄마를 그렇게 만들었을까······.”(139페이지)

선휘가 말한 나쁜 엄마의 공통점을 읽으면서 가슴이 뜨끔했다. 나는 아이들 문제로 항상 불안감을 안고 근심과 걱정을 달고 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짐작해 상상하고 더 불안감에 휩싸여 아이를 윽박지르고 야단만 쳤다. 선휘의 엄마처럼 나도 아이의 감정을 읽지 못하고 나의 감정에 사로잡혀 아이에게 상처를 줬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나쁜 엄마다. 책을 읽는 동안 선휘의 엄마를 보면서 나는 어떻게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지를 되돌아본다. 나는 여전히 서툴고 어리석은 나쁜 엄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날 위해서라는 말’(172페이지)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아이를 마음대로 휘두른다. 나또한 그러한 부모 중 하나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내가 부모가 되는 교육을 받고 아이를 낳았더라면 실수하지 않았을까라는 것이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부모가 되어 내 기준에 아이를 맞춰 넣고 아이의 생각과 기분은 무시했다. 이러한 나로 인해 아이는 수많은 상처를 받았다. 사는 동안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인생은 앞날을 미리 알 수 없기에 더 불안하고 두렵다. 이런 내 불안감을 아이에게 주입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앞날을 알 수 없어 두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으로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똑같은 상황도 사람마다 다 다르게 받아들이는 게 정상인데 나는 아이에게 내 입장만을 강요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의 아이들도 은빈이처럼 매 순간 원하는 걸 하고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렇기 위해서 아이보다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

 

또 다시 어두운 터널로 도망치는 일은 하지 않을 거야.’(196페이지)

어른들의 욕심과 잘못된 교육 정책은 아이들을 병들게 한다. 더 이상 건휘와 지우처럼 어두운 터널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없기를 온 마음을 다해 간절하게 빌어본다.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른들 모두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아이들의 마음을 지켜주어야 한다. 작가 손현주는 아이들이 성적으로 서열을 매기는 사회가 아닌 재능으로 박수를 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짜 모범생을 썼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 사회가 만든 모범생이 진정한 모범생인지를 되새겨 보게 됐다. 우리는 진정한 모범생을 알아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이 있을까?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진정한 모범생을 알아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지금 나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일까?’

선휘가 자신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 것처럼 나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마음 속 깊이 내가 외면하고 있는 부끄러운 나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나와 아이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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