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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얼굴에 혹할까 - 심리학과 뇌 과학이 포착한 얼굴의 강력한 힘
최훈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에 몇 번씩 거울을 본다. 세수를 하면서, 머리를 빗으면서, 화장을 하면서 내 얼굴을 보게 된다. 거울로 봤던 얼굴을 사진으로 볼 때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이렇게 얼굴이 컸나? 살은 또 왜 이렇게 찐거야’라 생각하면서 점점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하게 됐다. 왜 거울로 본 얼굴과 사진에 찍힌 내 얼굴이 다르게 보이는 것일까? 나의 의문점을 『왜 얼굴에 혹할까』는 심리학과 뇌과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얼굴은 어떤 정보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을까?
‘내가 보고 있는 내 얼굴이 실제 얼굴인가?’
얼굴을 보기 위해서 거울을 보거나 핸드폰으로 나의 모습을 찍는다. 거울은 내 얼굴을 그대로 비출까? 거울은 사물을 왜곡되게 비추기도 한다. 거울과 비슷하게 카메라도 렌즈의 종류에 따라 사물이 왜곡되게 찍힌다. 그렇기 때문에 거울과 카메라에 비친 나의 얼굴이 내 얼굴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다. 거울과 카메라처럼 사람의 시각도 왜곡될 수 있다. 인간은 얼굴을 위쪽과 아래쪽으로 구분해 위쪽 얼굴은 더 작게, 아래쪽 얼굴을 더 크게 지각한다. 오른손잡이는 자신의 오른쪽 얼굴을 왼손잡이는 왼쪽 얼굴을 더 크게 지각한다.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내 얼굴에 대한 기억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인은 자존감이다. 자존감이 높으면 눈과 입을 더 크게 지각하고, 자신이 매력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지각한다. 이 주장을 반박하는 쪽에서는 실제로 매력적인 사람이 자존감이 높다고 말하기도 한다.
같은 것을 보고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한다. 63페이지 사진을 보고 ‘어느 쪽 얼굴이 더 여성적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바로 ‘B’라 답했다. 나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B’ 사진을 여성적으로 판단한다고 한다. 이 실험은 1997년에 마이클 버트와 데이비드 페릿이 한 실험으로 두 사람의 얼굴을 합성한 ‘A’와 ‘B’ 사진을 좌우만 바꿨을 뿐이다. ‘A’ 사진 속 얼굴 왼쪽은 남성 얼굴, 오른쪽은 여성 얼굴을 합성했고, ‘B’ 사진은 반대로 배치했다. 얼굴을 보고 성별을 판단하는 것은 뇌의 우반구에서 담당한다고 한다(마주보고 있을 때 관찰 대상의 얼굴은 오른쪽이지만 관찰자의 시선에서는 왼쪽으로 보인다). 인간은 얼굴의 왼쪽 부위에 따라 전체 얼굴의 성별을 판단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뇌가 무엇인가를 지각할 때 특정 반구에 치우치는 뇌의 편재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나의 뇌가 지각하는 것이 모두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에 의문이 드는 순간이다.
‘우리는 어떤 얼굴을 보면서 호감을 느낄까?’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이 그 대상의 전체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후광효과라 한다. 후광효과는 뇌가 한 가지 특징이 전 영역에 해당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후광효과를 가장 강력하게 발휘하게 하는 것이 외모다. 외모가 빼어나면 모든 것이 빼어날 것이라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된다. 빼어난 외모에 대한 기준은 시대와 문화권에 따라 달라진다. 외모에 대해 판단할 때 개인적 취향도 작용하지만 대부분은 보편적 기준에 의해 판단하게 된다. 눈을 기준으로 눈 윗부분과 아랫부분의 비율이 1:1.618일 때 더 매력적인 얼굴로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연구자들에 따라 황금 비율이 얼굴의 매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황금 비율이 얼굴의 매력을 정하는 기준이라는 말에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황금 비율 대신 보편적인 얼굴 매력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요소로 ‘대칭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좌우 대칭으로 합성한 얼굴이라고 모두가 잘생겨 보이는 것은 아니다. 매력적인 얼굴은 어떤 방향으로 합성해도 매력적인 얼굴로 지각된다고 한다. 영국의 프랜시스 골턴은 여러 사람의 얼굴을 합성할수록 더 매력적인 얼굴이 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알아낸다. 이 실험을 주디스 랑글루아와 로리 로그먼이 다시 증명한다. 이들은 많은 사람의 얼굴을 합성할수록 평균적인 얼굴에 가까워지고, 평균적인 얼굴일수록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실험에서도 모순점이 발견된다. 평균적인 얼굴들을 합성했을 때보다 매력적인 얼굴들을 합성한 얼굴이 더 매력적인 얼굴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원판 불변의 법칙은 여기서도 작용하는 듯하다. 여러 실험을 할 때도 원래 매력적인 얼굴을 합성했을 때가 평범한 얼굴을 합성했을 때보다 더 매력적인 얼굴이 만들어진다.
시각적인 이미지로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에 대해 판단한다. 짧은 시간에 첫인상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낯선 사람이 나에게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 빠르게 판단해야 할 대 첫인상이 판단의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된다. 첫인상이 전부는 아니지만 첫인상이 좋아야 그 다음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외모뿐만 아니라 옷차림, 행동, 말 등도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인들이다. 안경 착용 여부, 눈썹, 화장, 얼굴의 밝기 정도, 립스틱의 색, 여러 사람이 함께 할 때 어디에 서 있는가 등에 따라 얼굴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수도 덜 매력적으로 보일수도 있다고 말한다.
먼저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제시된 정보보다 더 큰 영향력을 주는 것을 초두효과라 한다. 이와 반대로 가장 나중에 얻은 정보가 더 강한 영향을 발휘하는 현상을 최신 효과라 한다. 초두 효과와 최신 효과를 묶어서 서열위치효과라고 한다. 이는 정보를 제시하는 시간적 위치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메시지 내용이 친숙한 경우에는 초두효과, 낯선 내용일 경우에는 최신효과가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첫인상의 경우에는 초두효과가 강하게 작용한다. 첫인상은 정박효과에 의해 한 번 정해지면 그 기준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만, 처음 정해진 첫인상이라도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얼굴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가?’
우리는 얼굴로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친구들에게 표정관리 좀 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다 드러난다고 한다. 특히 싫은 사람을 만났을 때 나름 표정관리를 열심히 했는데도 친구들은 다 표가 났다고 말한다. 얼굴은 나의 감정과 마음이 드러나는 창이다. 표정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같은 정서로 받아들여진다. 폴 에크먼이라는 학자는 실제로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얼굴 표정을 짓고 표정 안에서 감정을 찾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분노, 혐오, 공포, 행복, 슬픔, 놀람’이라는 기본 정서는 어느 문화권에서나 통용된다는 것이 증명된다. 폴 에크먼은 사람들이 표정에서 감정을 숨길 수 있지만 아주 짧은 순간 진심이 얼굴에 표현된다는 사실도 알아낸다.
표정은 정서를 유발하기도 한다. 웃는 입모양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고, 찡그리거나 우는 입모양을 할 때면 이와 유사한 감정이 든다고 한다. 표정으로 드러나는 감정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웃는 얼굴을 보면서 웃고, 울고 있는 얼굴을 보면 슬픈 감정이 든다. 가짜로 웃는 사람보다 진짜 웃음을 짓는 사람의 평균 수명은 더 높고 삶의 만족도 또한 높게 나왔다. 자연스럽게 웃는 얼굴도 연습을 통해 얼굴 근육을 풀어준다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필자는 표정으로 웃으면 마음도 같이 웃게 된다고 말하면서 진짜 웃음인 뒤센 웃음이 나오지 않더라도 웃는 연습을 해보라 말한다. 코로나로 우울지수가 높아지는 요즘 웃음이 더 간절하게 필요하다. 요즘 나를 웃게 하는 것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큰 소리로 웃고 나면 속이 조금은 뚫리는 기분이 드는 것도 표정과 감정이 연결됐기 때문일 것이다.
아는 얼굴인지 아닌지 알아내는 과정을 ‘얼굴 재인’이라 하고, 그 얼굴에 이름을 붙이는 것을 ‘명명’이라고 한다. 사람들을 만났을 때 어떤 사람은 얼굴만 기억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이름만 기억날 때가 있다. 길에서 만난 사람이 인사를 했는데 기억나지 않을 때 난감할 때가 종종 있다. 우리의 기억은 정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사실이라고 믿었던 기억들이 오류로 밝혀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필자는 범죄현장 목격자의 기억 오류를 이야기한다. 목격자가 범인을 지목했는데 몇 년 후 진범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실제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사람의 기억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만남이 줄어들었다. 대면으로 만나도 마스크를 끼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길을 걸을 때 아는 사람을 만나도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을 바로 알아보는 것이 쉽지 않다. 점점 더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잊어버리는 것 같아 슬프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을 오랜 시간 보다보니 내 마음도 함께 가려지는 느낌이다.
『왜 얼굴에 혹할까』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 어떤 부분을 보면서 매력을 느끼는지, 표정에 따라 감정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뇌가 어떻게 인식하는지,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 우리의 기억에 어떤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얼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반응을 심리학, 철학, 과학, 사회학 등의 학문적 영역과 연결해 설명한다. 사람은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의 얼굴을 빠르게 인식하고, 뇌에 저장된 기억을 꺼낸다. 지금 나는 어떤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지금까지 나는 어떤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를 생각한다. 마스크 없이 온전한 얼굴을 내보이면서 온전한 얼굴의 사람들을 만나 웃는 얼굴로 이야기 나누고 싶다. 그 날이 올 것이라 굳게 믿는다.
『왜 얼굴에 혹할까』는 다양한 실험과 연구로 밝혀진 이론과 용어로 얼굴에 대해 설명한다. 착시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비교할 수 있는 사진들도 함께 첨부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눈에는 어떻게 비치는지 직접 실험해 볼 수 있어 다양한 효과에 대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의 심리와 뇌는 알면 알수록 참으로 오묘한 분야다. 심리학과 뇌과학을 한 권의 책으로 쉽고 흥미롭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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