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드는 사람 - 개정보급판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 지금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라는 답은 바로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는 답도 나오지 않는다. 그럼 나는 행복하다 말해야 할까, 불행하다 말해야 할까? 넘치도록 행복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다. 참 모호한 답만을 하는 내가 한심해진다. 지금 행복한가?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한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왜 이 질문들에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할까? 파타고니아 고원에 사는 늙은 가우초 네레오는 바람을 만드는 사람 웨나를 찾아 세상을 여행하고 다시 출발지인 고원으로 돌아왔다. 웨나의 존재를 믿었던 네레오는 여행을 하면서 웨나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잃었고, 다시 여행을 하면서 믿음을 되찾았다. 나또한 살아가는 동안 어떤 것을 믿고 그 믿음이 사라졌다 다시 돌아오거나 또 다른 믿음에 따라 삶의 방향을 정해가고 있다. 삶의 긴 여정을 마친 네레오와 달리 내 삶은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어떤 믿음에 따라 살아갈지 알 수 없다. 네레오처럼 온 세상을 여행할 수는 없지만 나는 책을 읽으면서 믿음을 가질 수 있는 표석과 삶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여덟 살 네레오는 파타고니아 고원으로 팔려와 가우초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네레오를 처음 맞이한 것은 고원에 부는 바람이었다. 바람이 무서워 울음을 그치지 않는 그에게 늙은 가우초는 바람을 만드는 사람 웨나의 전설을 들려주고, 네레오는 울음을 그친다. 그 순간부터 네레오는 웨나를 기다리면서 가우초의 힘든 삶을 견딘다. 어른이 되어 웨나를 목격한 후 네레오는 웨나를 찾아 세상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각자의 삶의 목표와 욕망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여행하던 네레오는 사막에서 또 한 번 웨나를 보게된다. 그 후로도 웨나를 계속 찾아 헤매던 네레오는 웨나의 존재가 자신 안에서 사라진 것을 느끼고 절망한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그를 하인즈 목장주가 살려내고 그곳에서 루이사를 만나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삶의 익숙함에 권태와 공허를 느낄 때 루이사의 아버지의 땅에서 석유가 발견되고 루이사는 엄청난 부를 얻게 된 아버지에게 돌아간다. 검은 황금 석유를 신으로 숭배하는 루이사는 부유한 삶에 더 깊이 빠져들고 네레오는 루이사와 아들 곁을 떠나 다시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 중 보게 된 인디오 오칸의 얼굴 조각에 강렬하게 이끌려 오칸의 전설을 찾아 인디오 노인을 찾아간다. 인디오 노인은 야흐간 족 오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야흐간 족장의 장자로 태어난 오칸은 젊은 전사들과 함께 다른 인디오 부족을 복속시켰다. 부족들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면서 오칸은 성취와 희열을 느꼈지만 사람들의 찬사와 숭배에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공허감이 커지면서 오칸은 절망에 빠진다. 오칸은 아버지에게서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웠지만, 성취 후 절망 같은 공허가 찾아오는 것에 대해 극복하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그에게 더 이상 영토를 넓히는 것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했다. 오칸은 세상의 경계를 넘어가기 위한 배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영혼과 조응하는 나무를 찾아 숲으로 들어간다. 자신의 영혼과 교감하는 나무를 찾아낸 오칸은 세상의 끝인 남쪽 바다의 경계를 넘어 신을 찾아가려는 열망으로 카누를 만든다. 오칸이 경계를 넘어가려 한다는 소식을 들은 섬 주민들이 찾아와 설득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카누를 만들었다. 배가 완성된 후 부족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세상의 경계로 떠난다. 인디오 노인은 네레오도 오칸과 같이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경계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말한다. 왜 우리는 익숙한 것에 권태를 느끼고 새로운 세계와 미지의 세계를 꿈꿀까? 왜 우리는 현실이 아닌 그 너머에서 행복을 찾으려 할까? 익숙한 세계를 떠나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면 우리는 자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우리는 오늘 무엇을 찾아 헤매고 있을까? 오칸과 네레오의 이야기는 황량한 삶의 한복판에서 권태와 공허감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는 당신이 생각하는 곳에 있소.”(252페이지)

웨나의 존재를 믿는지 묻는 네레오에게 노인은 웨나의 존재를 믿는다면 그는 존재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미지의 세계를 찾아 길을 떠났던 오칸은 출발지로 돌아오지 못했지만, 네레오는 웨나의 존재를 가슴 깊이 간직한 채 파타고니아 고원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웨나의 존재는 네레오가 믿는 순간 그 곳에 존재한다. 나는 지금 어떤 존재를 믿고 내 안에 간직하고 있을까? 계속해서 나의 생각과 믿음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된다.

 

가시오. 어서 가시오. 당신의 표석을 찾아가시오.”(175페이지)

삶의 표석으로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삶도 완전히 달라진다. 모든 인간은 욕망한다. 욕망과 꿈은 다른 말일까? 꿈이란 내가 무엇인가 되기를 바라거나 얻기를 바랄 때 꾸게 된다. 욕망하는 마음이 있어야 꿈꾸는 것도 가능하다. 살아가는 동안 욕망하고 꿈을 꾸며 삶의 의미를 찾고, 삶의 방향을 알기 위해 우리는 표석을 찾는다. 삶을 살아가는 목표를 정해주는 표석은 사람마다 다르다. 표석을 숭배하는 이들 중 누군가에게 표석은 신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돈이 되기도 한다. 네레오는 웨나를, 루이사와 만물상 발터는 돈을 표석으로 삼아 삶의 길을 걸어간다. 네레오가 만난 수많은 이들과 장소를 보면서 내가 바라보는 표석과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 표석은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생겨나기도 한다. 나에게도 수많은 표석들이 있었을 것이고, 앞으로 또 다른 표석이 생겨날 것이다. 지금 나는 어떤 표석을 숭배하고 있을까?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읽었지만 나는 여전히 확실하게 답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어떻게 해야 답을 찾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나는 오늘도 삶의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바람을 만드는 사람은 삶의 가치와 행복, 신에 대한 믿음과 신화와 전설, 표석과 상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신화와 전설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만들어질까? 사람들이 신을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마다 서로 다른 신을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다는 것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혼자 읽고 책의 모든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아 꼭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네레오가 여행하던 시기에 일어났던 역사적인 사건들을 찾아보기 하면서 읽는다면 더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서평이벤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