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여중 구세주 특서 청소년문학 21
양호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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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은 중학교 2학년을 같이 보낸 네 명의 친구를 만나러 왔다. 버스에서 내린 후 기다리는 시간 동안 친구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사온 네 권의 시집 중 한 권을 꺼내 읽는다. 마음 한편으로는 친구들이 오지 않을까봐 불안하지만 꼭 올 거라 믿으며 기다린다. 중학교 졸업 후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해 헤어진 후 네 명의 친구가 같이 모이는 것은 10년 만이다. 인정과 은하는 도착했지만 혜진이 간절하게 기다리는 세주는 도착하지 않았다.

 

혜진의 엄마는 오랜 투병 끝에 남편이 사망하자 혜진 고모에게 혜진을 데려다 놓고 떠난다. 엄마에게 버려진 채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혜진은 부정적인 생각만 들어 절망감에 빠진다. 전학 간 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짜증과 분노의 감정에 빠져 살았다. 적응을 하지 못하던 혜진에게 세주가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주었다. 그렇게 남혜진, 구세주, 차인정, 함은하는 친구가 되었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던 날부터 웃음이 사라졌던 혜진은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다시 웃게 됐다. 노래방을 나온 혜진과 친구들은 길에서 만난 할머니를 도와드리고 할머니 집에서 감자와 장아찌를 먹는다. 할머니의 장아찌를 보면서 혜진은 엄마가 음식 만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잔뜩 사놓았던 장아찌가 생각나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할머니가 나눠준 장아찌는 엄마가 사준 장아찌와 다르게 맛이 있어 혜진은 친구들이 나눠준 것까지 모두 맛있게 먹었다. 혜진은 사실대로 말하면 세주가 자신을 싫어할까봐 고모와 고모부를 엄마 아빠라고 말하고, 수영도 못하는데 수영을 잘한다고 거짓말을 한다. 태풍이 부는 날 새벽에 깨진 창문으로 빗물이 들어왔지만 아무도 연락을 받지 않아 혜진은 세주에게 전화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방을 보고 놀란 세주에게 혜진은 자신의 처지를 사실대로 말한다.

 

혜진은 세주와 함께 운동화를 사고 돌와오던 길에 장아찌 할머니를 다시 만난다. 할머니를 도와 드리고 할머니 집에 간 혜진과 세주는 할머니의 남편과 아들이 오래 전 장마 때문에 돌아가셨다는 것을 듣게 된다.

죽은 남편과 아들을 수십 년이나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

떠나간 엄마를 몇 달간 기다리는 나.

나는 도대체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건지.’(178페이지)

어쩌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 매일 정화수를 떠놓고 빌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혜진은 엄마를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장아찌 할머니는 태풍으로 학교가 큰 피해를 입었다는 말을 듣고 난 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을 학교에 기부하겠다고 말한다. 담임선생님께 전해진 말은 교장과 이사장에게 전달되어 할머니가 학교를 방문한다. 50억 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부동산을 할머니는 학교에 기증한다.

 

기증이 결정된 후 체육관 기공식이 열리고 네 친구는 단축수업으로 일찍 끝나 뮤지컬을 보기 위해 택시를 탄다. 택시 기사는 자기 아들도 중2라 말하면서 중2병에 대해 질문한다. 2병 아들 때문에 힘들다 말하는 아저씨에게 세주는 아저씨 중2 때는 어땠는지를 묻는다. 아저씨는 자신도 부모님 속을 썩였다 말하면서 웃는다. 대학생인 은하의 사촌 오빠에게도 중2 시절 이야기를 질문했지만 오빠의 대답은 자신은 중2병을 앓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앓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고 애매한 대답을 한다. 애매한 대답에 뭐라고 하는 아이들에게 오빠는 독감이 유행해도 모를 정도로 살짝 앓고 지나가는 사람과 아예 앓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듯이 중2병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고 대답했다.

 

세 친구가 포기하고 일어서려던 순간 필승이라는 소리가 들리고, 뒤에는 군인이 된 세주가 서 있었다. 다함께 모인 친구들은 은하의 차를 타고 추억의 장소 남성여중으로 향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혜진은 박사과정까지 가고 싶지만 사정이 되지 않아 포기하려 했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재도전을 한다는 세주의 말에 자신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리라 마음먹는다. 전공을 묻는 세주에게 식품영양학이라 말하면서 장아찌를 연구 중이며, 장아찌 연구를 위해 장아찌 할머니도 찾아갔었다고 말한다. 남성여중에 도착한 네 친구는 체육관과 할머니 기념관을 둘러본다. 잠깐 쉬는 동안 혜진이 중2 때 앙숙이었던 오도희의 결혼식이 오늘이라고 말하자 세주는 결혼식에 참석하자고 제안한다. 놀란 친구들에게 세주는 사춘기 때 일이니 가서 화해도 하고 축하도 해주자 말한다. 네 친구는 오도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발한다. 타고 가던 차가 빨간불 신호에 걸려 있을 때 옆에서 시집을 꺼내 <<그리움>>을 읽는 세주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혜진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을 끝낼 것을 마음먹고 엄마에게 행복하라고, 사랑한다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보낸다. 그 순간 신호가 녹색불로 바뀐다.

 

무언가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혜진의 삶에서 아버지의 죽음은 아버지와 엄마와의 이별로 이어졌고, 새로운 환경에서 절망에 빠졌지만 그 순간 새로운 만남이 다가온다. 먼저 손을 내밀어준 세주의 손을 잡은 혜진은 평생의 친구들을 만난다. ‘혜진, 세주, 인정, 은하’, 네 친구는 중학교 시절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가면서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되는 존재가 된다. 남을 돕는 마음을 가진 세주와 함께 무거운 짐을 밀고 가는 장아찌 할머니를 도와드리고 맺은 인연이 이어져 할머니는 태풍으로 무너진 학교를 복구하는 데 자신의 전 재산을 기증한다. 먼저 떠난 남편과 아들을 그리워하던 할머니는 자신을 아무런 대가 없이 도와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학교 복구를 도왔다.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헤어진 친구들은 10년이 흘러 다시 만나고 엊그제 헤어진 것처럼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엄마! 이 문자가 엄마한테 보내는 마지막 문자야.

엄마! 이제 나를 잊어도 좋아!

나도 엄마를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거야.

엄마!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빌게.

엄마, 사랑해!’(259페이지)

혜진이 오랫동안 기다렸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끝내고 마지막 문자로 행복과 건강을 빌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친구들 덕분이다. 세주와 친구들을 만나 위로 받고 따뜻한 사랑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문자를 보낸 후 혜진이 타고 있던 차는 녹색불로 바뀌고 혜진과 친구들은 앞으로 나아간다. 혜진의 삶도 빨간불의 멈춤에서 친구들을 만나 녹색불의 나아감으로 갈 수 있었다. 혜진은 중2 때 성장통을 겪었지만, 친구들을 만나 한 단계 더 성숙한 성인으로 자라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혜진에게 다가와준 세주의 한 마디의 힘이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친구들의 존재가 혜진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작가는 중학교 3학년이 주인공인 3 조은비1학년이 주인공인 공주 패밀리를 쓴 후 중학생 시리즈 마지막 편으로 중학교 2학년이 주인공인 남성여중 구세주를 썼다. 현재와 현재 사이에 과거를 끼어 넣은 액자 소설 형식으로 작품을 구성한 이유로 15세 중2 사춘기 소녀와 25세 성년의 아가씨 때를 비교해 보도록 하기 위해서라 한다. 남성여중 구세주는 사춘기 시절 친구와 인연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2 시절을 지났기에 현재의 혜진과 세주, 인정, 은하로 성장할 수 있었다. 나에게도 중2 시절은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금 이 순간 중2인 이들과 앞으로 중2가 될 이들에게 중2 시절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지난 이들에게는 그때의 추억을 떠올려보게 하는 책이다. 나의 중2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때 나에게 친구들이란 어떤 의미였을까를 떠오려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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