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란사 - 조선의 독립운동가, 그녀를 기억하다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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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이 무엇입니까?”(220페이지)

 

우리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역사를 배웠지만 내가 아는 독립운동가는 몇 분에 불과하다. 그 중 독립운동을 했던 여성들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왜 나는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했을까? 덕혜옹주의 작가 권비영의 신작 하란사는 작가의 이름만으로 이미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 다음으로 하란사라는 이름의 여인이 궁금해졌다. ‘조선 독립운동가 하란사’, 이 이름을 나는 지금까지는 들어보질 못했다. 그렇기에 더 궁금하다.

 

부모에 의해 강제로 나이 많은 관리의 후처로 들어간 김씨 여인은 그 순간 부모와의 마음의 끈을 놓아버린다. 남편 하상기는 어린 아내를 아끼고 배려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게 지원한다. 이화학당에 들어간 김씨 여인은 선생님이 지어준 영어 이름 낸시를 한자식으로 풀어 란사라 부르고 남편의 성씨를 따라 하란사라는 이름을 짓는다. 그때부터 김씨 여인은 하란사로 살아간다. 아이를 임신한 후 불안해하는 아내를 배려한 하상기는 아이를 낳으면 유학을 보내주겠다 약속하고, 란사는 아이를 낳은 후 유학을 떠난다.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란사는 그곳에서 황족 이강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다. 미국에서 문학사 학위를 딴 최초의 조선인이 되어 귀국한 후 여성들도 공부를 해서 나라를 위해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란사는 이화학당 학생들을 엄하게 단속하고 가르친다. 고종황제의 초대를 받고 궁으로 간 란사는 이강과 재회하고 이때부터 친구처럼 지내면서 이강을 동경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별은 멀리 있기에 아름다운 것, 멀리 있기에 우러르는 것.’(250페이지)

란사에게 이강은 동경하고 사랑하지만 가까이 할 수 없을 정도로 멀고 아름다운 존재다. 황족 이강은 <관산융마>를 즐겨 들었다. ‘당나라 시인 두보가 만년에 천하를 유랑하다가 악주의 악양루에 올라 안녹산의 난으로 어지러워진 세상을 한탄하며 지은 오언율시, <등악양루탄관산융마>. 어지러운 세상을 한탄하며 세상을 떠도는 두보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겹쳐 봤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강에게 <관산융마>는 한스러운 자신을 달래주는 노래다. 이강과 함께 독립운동을 위해 애쓰는 란사는 여성들을 가르치고, 군자금을 모금하는 활동을 계속한다. 망명하려는 이강을 도와 중국으로 떠나는 기차를 함께 탔지만, 일경에게 발각되어 이강은 압송되고, 란사는 독살된다. 란사를 찾기 위해 상해로 떠났던 하상기는 란사를 찾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온다. 거침없이 욕설을 퍼붓고,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할 줄 알았던 신여성 하란사는 사랑하는 이와 조국을 위해 자신을 바쳤다. 이강은 압송되어 모든 지위를 박탈당하고 감시 받는 생을 살아가다 독립 후 195579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란사에게 1995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애족장이 주어지고, 2018년에는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김란사로 위패가 봉안되었다. 살아남은 화영은 순이와 란사의 죽음을 애도하며 나라를 위해 애쓰던 이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딸에게도 그들의 순결한 영혼을 기릴 것을 부탁한다. 화영이 딸에게 나라를 위해 살았던 이들의 영혼을 기릴 것을 부탁했던 것처럼 작가 권비영은 우리에게도 이들의 순결한 영혼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강과 란사와 안중근, 유관순 등의 독립운동가들처럼 눈에 띄게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란사의 친구 화영은 뒤에서 조용히 독립운동을 돕고 란사가 하는 일들을 도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수고하는 건 화영이 같은 존재였다.(229페이지)’

화영과 강씨 아줌마, 건어물 상회 이씨, 심부름 하는 병수와 같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라를 위해 애쓴 이들이 많았다. 화영의 부탁으로 기생 순이를 찾아간 란사는 나라꼴이 이런데 공부해 무엇하겠냐 말하는 순이에게 나라 꼴이 이럴수록 공부를 해서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여성이 많아져야 나라를 위한 운동도 할 수 있다는 말에 순이는 자신은 신여성이 되고 싶지 않다고 대답한다. 화영의 제안을 거절한 순이는 화영과 란사가 떠난 후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란사가 자신에게 한 말을 떠올린다.

나라가 어지러우면 백성이 일어서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지. 그러니 너는 공부해서 나라를 지키는 방법을 배워야 해.’(262페이지)

순이와 기생들이 경찰서 앞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스스로 주동자라 손을 든 순이는 서대문형무소로 끌려간다. 외국인선교사에게 부탁해 어렵게 순이 면회를 간 화영은 순이가 갇혀 있는 여옥사에서 대한독립을 하다 잡혀온 유관순, 어윤희, 권애라, 신관빈, 심명철, 김향화, 임명애····’의 이름을 보게 된다. 란사의 제자 유관순과 함께 수감된 순이는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묻는 화영에게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빼앗긴 나라를 되돌리기 위해 노력한 왕족 이강과 눈에 띄지는 않지만 나라를 위해 애쓴 화영, 강씨 아줌마, 건어물 가게 이씨, 병수, 병수의 아버지, 기생 순이, 유관순 등 독립만세 운동을 하다 수감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란사의 남편 하상기는 란사가 하는 일을 지원하고 화영을 후처로 둔 조상덕은 욕심 많은 상인이지만 독립운동을 위한 자금을 지원한다. 이들과 달리 하란사가 구더기 같은 인간들이라 욕했던 일본에 빌붙어 친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토 히로부미의 양녀 배정자, 이강을 수행했던 이보게(본명은 모름), 하란사를 독살한 이들이다. 왜 같은 나라 사람임에도 서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힘없는 백성이라 생각했던 이들도 힘을 모아 나라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데 왜 누군가는 일제에 협조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삶을 선택했을까?

 

서대문형무소에서 본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의 사진이 생각난다. 이분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자유로운 나라에서 주권을 갖고 자유를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나라를 위해 자신의 순결한 영혼을 바친 분들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름 없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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