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아이, 크리 오늘의 청소년 문학 31
일요 지음 / 다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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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는 전 세계인들을 공포에 빠지게 만든 전염병이다. 인류의 역사 속 전염병은 자주 발생했고, 현재의 역사 현장, 미래의 역사 현장에도 전염병은 존재할 것이다.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는 것은 전염과 죽음에 대한 공포다. 공포는 타인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어떤 시대나 지역에서는 이러한 공포를 권력의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이런 일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고, 일어날 수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사회가 혼란에 빠지지 않고, 사람들이 광기에 사로잡혀 누군가를 공격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공포를 조성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의 이면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 태양의 아이 ,크리의 인물 중 프레지덩은 블루Z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를 이용해 후원금을 걷어 들이고 자신의 권력을 더 강력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바이러스를 이용한다. 프레지덩은 바이러스 감염률이 떨어지고 치료약이 개발되었다는 것을 숨긴 채 유전자 검사로 사람들을 분류한다. 이렇게 분류된 사람들은 잠복체로 분류되어 지하에 갇혀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연구 실험체로 죽어간다. 누군가를 배제하고, 누군가의 고통과 죽음을 발판삼아 생존하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분리정책이 우리를 지킵니다. 각자의 자리를 지켜요. 생명을 지켜요. 태양은 잠복체를 죽여요. The sun kills the carrier.”(8페이지)

보호구역이자 잠복체 수용소인 생츄어리에 사는 사람들은 잠을 깨는 순간 태양이 잠복체를 죽인다는 선전노래를 듣는다. 잠복체들은 수면 시간이 되면 수면반에 누워 수면유도기를 머리에 쓰고 강제로 잠이 든다. 강제 수면 상태에서 꿈을 꾸지만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크리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잠복체다. 잠복체들이 잠이 든 순간 혼자 깨어난 크리는 생츄어리를 돌아본 후 할리 아줌마를 데리고 탈출할 결심을 한다. 작업 중 감시로봇이 할리 아줌마를 잡으려 하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크리는 아줌마를 구하기 위해 작업 컨테이너 벨트 작동 멈춤 버튼을 누르고 정신을 잃는다. 이 일로 크리는 제거 대상이 된다. 프레지덩은 크리를 청소하라고 지시하고, 할리 아줌마는 실험 대상으로 쓰기 위해 실험실로 옮기라는 지시를 한다. 크리와 할리 아줌마를 잡기 위해 방호복을 입은 감시자들이 생츄어리에 들어온다. 그렇게 크리와 할리 아줌마는 감시자들에게 끌려가고 크리는 감시자들이 주입한 가스를 마시고 의식을 잃는다.

 

과거의 꼬마 소녀 마리는 어떤 목소리를 듣고 언니와 유전자 검사를 하러 왔을 때 언니와 자신의 유전자 샘플을 바꾼다. 그 결과 언니는 생츄어리로 끌려가고 마리는 건강체 판정을 받는다. 타워에 남은 마리는 우수 유전자로 선발되어 실험당하고 개조되어 이식 당한다. 프레지덩은 타워를 넘어 건강체 사회와 세계정부를 지배하기 위해 라키바움에게 컴퓨터로 분산된 타워의 심장을 이식한다. 그로인해 라키바움은 타워의 모든 시설과 기기를 조정할 수 있게 된다. 라키바움은 프레지덩, 로미와 함께 저녁을 먹던 중 들려온 목소리의 인물을 찾기 위해 시스템으로 들어가 수면 중이던 잠복체들의 뇌파를 검색한다. 그렇게 크리의 존재를 알게 되고 제거 대상이 된 크리를 빼돌려 도서관에 숨긴다. 제거 대상이 된 크리를 프레지덩 몰래 도서관으로 빼돌린 이유는 크리에게서 직관을 나타내는 초능력 파드의 힘을 봤기 때문이다. 마취에서 깨어난 크리는 자신을 해치는 존재라 생각해 라키바움을 공격한다. 라키바움은 크리에게 건강체들이 편안하게 살기 위해 잠복체를 통제하는 것이라 말하면서 이 세계의 거짓말을 폭로하기 위해 크리가 가진 파드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크리는 생츄어리를 나가 태양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라키바움과 함께 한다. 라키바움은 크리에게 파드를 깨우는 방법을 가르친다. 책에 손을 댄 크리는 책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지만 이것이 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파드의 능력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타워를 돌아보던 중 도서관에 돌아가지 못한 크리는 로미의 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크리는 로미에게 자신이 잠복체라는 사실을 말하고 로미는 바이러스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면서 크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라키바움에게 로미의 방에 왔었던 사실을 들킨 크리는 할리 아줌마가 지하 18층 실험실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곳에서 본 것은 끔찍한 실험을 당하고 있는 수많은 잠복체들의 모습이었다. 할리 아줌마를 찾았지만 아줌마는 마지막으로 의식을 찾아 크리를 부르고 숨을 거둔다. 크리가 울부짖기 시작하고 크리의 몸에서 하얀 섬광이 일어나 실험실이 크게 흔들린다. 크리의 울음이 잦아들자 모든 것이 멈춘다. 로미는 크리를 데리고 무사히 실험실을 빠져나와 연회가 열리는 107층 하이타워에 도착한다. 최상류층 건강체들이 모인 연회에서 크리는 자신이 생츄어리에서 올라온 잠복체임을 밝힌다. 하이타워에 모인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출입구로 도망가기 시작한다. 크리는 파드 초능력을 발휘해 라키바움을 조정해 모든 출입구를 봉쇄하고, 지하실험실의 영상과 생츄어리의 모습을 전 세계로 내보낸다. 타워를 조정할 수 있게 된 크리는 건강체들에게 잠복체의 피부를 파랗게 만든 블루광선을 비춘다. 크리는 로미에게 로미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알려준 후 온 몸으로 하얀 섬광을 내뿜는다. 라키바움이 크리의 폭주를 막은 순간 프레지덩이 쏜 총알이 크리의 다리를 맞추고 프레지덩은 타워 아래로 추락한다. 하이타워 안의 건강체들의 피부도 조금씩 파랗게 변해간다. 타워의 중앙컴퓨터가 파괴되고 타워의 모든 기능이 정지한다. 잠복체와 건강체는 모두 타워 밖 세상으로 나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태양을 바라보게 된다. 크리, 로미, 라키바움은 함께 타워 밖 세상으로 걸어간다.

 

코로나는 전 세계를 팬데믹 상태에 빠지게 했다. 크리와 로미가 살아가는 타워도 블루Z바이러스로 팬데믹 상황에 놓였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건강한 사람과 바이러스 보균자를 선별해 분리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그 결과 지하에 수용된 잠복체는 지하에서 감시를 받으면서 건강체를 위해 강제 노동에 시달린다. 건강체들은 잠복체를 혐오하면서도 그들의 노동으로 이루어진 타워에서 살아간다. 잠복체 크리는 생츄어리에 갇혀 강제 수면과 강제 노동을 하면서 갇혀 있다. 제거 대상이 되었지만 라키바움의 도움으로 죽음의 위기를 넘긴 크리는 타워의 실체를 알게 된다. 프레지덩의 후계자 건강체 로미는 시력을 잃어가고 있고, 타워 안에서 나갈 수 없다. 라키바움은 타워 컴퓨터를 이식 받은 초능력자 건강체이지만 그 능력 때문에 가족과 강제로 헤어져야 했고, 타워에서 2인자로 살아가지만 역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간다. ‘크리, 로미, 라키바움은 모두 자유로운 삶을 살지 못한다. 무엇이 이 세 사람에게서 자유를 빼앗았을까? 프레지덩은 타워의 지도자로 잠복체를 혐오하고 세계를 정복하려는 꿈을 꾸는 인물이다. 블루Z바이러스가 더 이상 위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를 이용해 공포를 조성하고 분리정책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자신의 통치권을 강화한다. 바이러스를 공포의 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이익에 이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팬데믹은 사람들에게 더 큰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전염성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사람들을 서로에게서 멀어지게 만든다. 사람들 간 육체적 정서적 거리는 점점 더 벌어지고, 두려움은 타인에 대한 혐오와 공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작가는 좀비가 하나의 질병이 되는 세상을 상상해 유전적으로 좀비라는 바이러스에 취약하다면, 그로 인해 좀비화 되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좀비로 낙인찍혀 사회에서 배제된다면 어떨까를 상상해 <<태양의 아이, 크리>>를 썼다고 말한다. 바이러스 보다 더 무서운 건 누군가를 사회에서 배제한 채 공격하고 차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는 태양의 아이 ,크리를 통해 이러한 현상이 어떤 위험성을 갖고 있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팬데믹 상황 일수록 타인과의 공감과 정서적 연결이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 생각한다.

 

발췌글

8

수면 시간을 알리는 사이렌이 뚝 그치자 뒤이어 분리정책 선전 노래가 생츄어리 전체에 울려 퍼졌다.(첫 문장)

 

11

낮밤이 바뀌는 것이 잠복체의 운명이었다.

 

18

모든 벽에는 귀가 있으니까. 라키바움도 살아 있는 기계와 같았다.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뇌에 메모리 되어 저장되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억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23

라키바움은 사람인 동시에 살아 있는 기계였다. 뇌의 한편이 컴퓨터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 거대한 타워의 중앙 컴퓨터 일부가 라키바움의 뇌에 이식되어 있었다. 중앙 관리실에 있는 중앙컴퓨터는 타워의 심장이었다. -중략- 중앙컴퓨터의 가장 중요한 키는 라키바움이 가지고 있었다. 라키바움은 중앙컴퓨터 그 자체였다.

 

25

타워는 블루Z바이러스에서 살아남은 인류의 상징이자 건강체 사회의 염원이었다.

 

49

통제실은 생츄어리의 구석구석을 감시하는 곳으로, 건강체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특별구역이었다. 금지된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특권층에게만 주어지는 특혜이기도 했다.

 

126

이런 게 자유일지도 몰라. 허락도 규칙도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는 것.’

 

135

영문도 모르고 생츄어리에서 끌려 나와 이곳까지 온 자신의 처지도 그랬지만, 자기만의 어둠에 갇혀 늘 혼자인 로미의 쓸쓸함도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147

당신은 내게 책을 읽어 주었어요. 무서운 사람일 리 없어요. 고양이들도 알아보잖아요. 바이러스가 있고 없고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결정하지는 않아요.”

 

180

사람의 몸과 마음을 다른 누가 가질 순 없어.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몰라?

 

191

잠복체와 건강체 들은 그렇게 같은 하늘 아래서 구분 없이 뒤섞였다.

 

194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를 보호하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좀비 이야기는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생존 본능에 대한 은유로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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