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시간 여행자를 위한 종횡무진 역사 가이드
카트린 파시히.알렉스 숄츠 지음, 장윤경 옮김 / 부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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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알려주는 역사서는 많다. 하지만 이 역사서는 평범하지 않다. ‘시간여행’이라는 테마를 현실 속으로 끌어들여 시간을 거슬러 역사의 현장에 직접 방문할 수 있다는 전제로 아직 실현되지 않은 시간 여행을 현실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사실적으로 이야기 한다. 만약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면 이 책은 역사 가이드 북 역할을 톡톡히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만약 내가 시간 여행이 가능한 시기에 산다면 그리고 여행을 떠난다면 이 책을 먼저 읽고 여행사와 계약을 할 것이다. 시간 여행은 정말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우리는 어느 한계점까지 여행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방구석 시간 여행자를 위한 종횡무진 역사 가이드』는 시간 여행이 진행되는 상황을 가정해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를 위해 쓴 책이다.

 

안전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 지구 역사를 100만 년 단위로 끊어 가며 전 대륙을 여행할 수 있게 된 시대가 왔다.

 

< 1부 취향대로 떠나는 테마 여행 >에서는 각각의 테마에 맞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첫 여행지로 가장 무난한 곳은 ‘만국박람회’다. 박람회는 많은 지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새로운 것을 소개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어색하고 서툰 행동, 현지 화폐에 대한 경험 부족, 전시품에 대한 무지한 질문 등’이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1851년 런던’, 최초의 박람회가 열린다. 만국박람회는 새로운 과학기술과 산업 기술을 소개하는 곳이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자신들의 문명의 우수함을 알리기 위해 식민지 사람들을 전시하기도 했던 어두운 역사를 갖고 있다. 박람회의 또 다른 볼거리는 건축물이다. 새로운 기법과 자재로 지어진 박람회장을 보는 것도 박람회를 찾아가는 이유 중 하나다. 다음 여행 테마는 주말여행이다. ‘1350~1450년의 그라나다, 1750년~1800년의 나폴리, 기원전 3000년~기원전 2000년의 스톤헨지’를 소개한다. 나는 이 중 나폴리를 선택할 것 같다. 하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냄새가 나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하층민이지만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건축물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활화산인 베수비오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여행지다. ‘잊혀진 나라’를 테마로 한 여행지는 동독이다. ‘동독이라는 나라는 유토피아적 공상 과학 비전이자 사회주의가 꿈꾸는 미래의 정점’(77페이지)처럼 보인다는 말을 듣고 미래를 상상하면 어둡고 암울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가라앉는다. 동독의 거리에서 들리는 소리와 냄새까지 상상될 정도로 동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음 테마는 ‘과학’이다. ‘4개의 도시로 떠나는 과학여행’의 첫 번째 도시는 ‘파도바’다. 1600년대 파도바에는 최초의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고 세 아이의 아버지인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살고 있다. 목성 위성 발견 이후 갈릴레이는 메디치가문의 궁정 수학자 겸 철학자로 임명되어 안정적인 생활에서 연구를 계속 할 수 있게 된다. 지동설을 주장하고 망원경을 발명해 목성의 위성을 발견한 위대한 과학자 갈릴레이,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갈릴레이의 모습이다. 자신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천문학자를 경쟁자로 생각해 격론을 벌이는 갈릴레이의 모습은 상상하지 못했지만 이런 모습도 이상하지는 않다. 학문을 연구하고 하늘을 관측하면서 누가 먼저 발견했는지가 중요한 시점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여행지는 행성의 위치와 궤도를 간단명료하게 표로 정리한 ‘마리아 쿠니츠’가 있는 슐레지엔과 지표가 대격변이 아닌 점진적인 변화로 형성된다는 지구의 동일과정설을 주장한 제임스 허턴이 살고 있는 18세기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의 중심지 에든버러다. 제임스 허턴이 살았던 시대의 에든버러에 방문한다면 허턴의 이론 형성에 도움을 준 솔즈베리 크랙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고, 어쩌면 허턴과 함께 오이스터 클럽 회원이었던 데이비드 흄과 벤저민 프랭클린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자연계에서 대칭성과 보존 법칙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뜻하는 뇌터 정리의 주인공 ‘에미 뇌터’는 1930년대에 괴팅겐에서 살았다. 괴팅겐은 에미 뇌터 이외에도 수많은 과학자들을 배출한 곳이다. 하지만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괴팅겐의 황금기는 끝이 난다.

 

중세 유럽을 테마로 여행을 떠날 때 가장 힘든 점은 ‘위생’문제다. 아이슬란드는 온천 덕분에 그나마 위생 상태가 양호하다. 현대 아이슬란드어는 1000여 년 전에 통용된 고대 노르드어와 매우 유사해 최소한 읽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에 의사소통도 가능하다. 방문객에게 친절하고 호의적이지만 땅이 척박해 식량 조달이 어렵다는 단점은 있다. 중세 유럽에서 안전하게 여행하기 위해서는 그곳의 기후와 지형, 역사적 사건과 질병 등에 대해서도 미리 체크해야 한다. 음악을 테마로 하는 여행의 목적은 음악의 원곡을 직접 듣는 것이다. 현대의 녹음 시설이 없던 과거에 연주되던 음악은 원작자가 의도한 템포로 연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메트로놈의 개발로 음의 속도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지만, 메트로놈의 재질과 상태에 따라 속도가 변하기 때문에 이것도 정확하지는 않다. 현대 사람들이 듣는 대중음악처럼 과거에도 대중들이 들었던 음악이 존재했을 것이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의 대중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게 되었다.

 

대부분의 고대 국가들의 기록은 후대에 전해지지 못했다. 그런 나라들은 역사 속에서 사라졌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진다. 그 중 어떤 나라들의 기록은 유럽정복자들에 의해 왜곡되어 전해지기도 한다. 그 중 대표적인 문명은 마야와 아즈텍 문명이다.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사라진 문명은 왜곡된 기록과 일부 유적이 남아 현대인들이 주로 찾는 관광지 중 하나가 되었다. 고대 국가보다 더 오래전 과거, 플라이스토세는 마지막 빙하기로 빙하기와 간빙기를 모두 체험할 수 있는 시기다. 지구 자기장이 뒤바뀌는 이 시기에 나침반은 쓸모가 없다. 멸종된 동식물과 현존하는 동식물을 함께 볼 수 있고, 다양한 레포츠와 캠핑을 체험할 수 있다. 화산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화산 폭발을 현장에서 바로 볼 수 있다. 이어서 여행의 테마별로 ‘공룡시대, 과거에 일어난 천재지변의 현장(동물 종의 4분의 3이 절멸된 칙술루브 지역 운석 충돌, 화산폭발 등), 전쟁터로의 시간 여행’을 소개하고, 여행의 위험성과 주의사항을 적고 있다. 만약 과거로 이주해 정착하고자 한다면 그곳의 장점과 단점을 따져보고 장점이 단점을 넘어서는지를 파악한 후 결정한다. 과거로 떠나려는 구체적인 이유와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이주하려는 지역의 경제상황과 법체계, 주거 환경과 자연환경 등을 점검한다. 시간 여행을 떠날 때도 만약에 돌아오지 못하고 그 지역에 정착해서 살아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다.

 

<2부 과거로 돌아가 더 나은 세상 만들기>에서는 시간 여행에 관한 잘못된 신화와 편견, 그리고 주의사항을 적고 있다. 시간 여행에 관한 아홉 가지 신화는 첫째, 시간 여행은 타임머신이 이미 있는 시대로만 갈 수 있다. 둘째, 과거로 여행을 가면 어려진다. 셋째, 과거로 가는 길은 단 하나만 있으며, 우리가 지나온 바로 그 길뿐이다. 넷째, 과거로 여행을 하면 텅 빈 공간에 내려앉게 된다. 다섯째, 과거로 떠나면 현재의 존재는 연기구름으로 변해 사라진다. 여섯째, 과거에서 나비 하나를 죽이면 전체 역사의 흐름이 달라진다. 일곱째, 과거에서 조심성 없이 자기 자신과 만나면 두 버전의 자아는 논리의 연기로 사라진다. 여덟째, 과거로 가서는 원하는 대로 행동해도 된다. 아홉째, 시간 여행자들은 세상을 구할 의무가 있다. ‘시간 여행에 관한 아홉 가지 신화’를 이야기하면서 그 신화에 대한 반론을 이어서 말한다. 타임머신이 없어도 과거로 가는 길을 찾았기 때문에 기차 여행을 하는 것처럼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도 어려지지 않고, 과거로 떠나는 여러 길이 존재한다. 시간 여행은 지표상의 위치에서 끝을 맺기 때문에 텅 빈 공간에 떨어질 위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 여행은 어느 정도의 시간은 걸리지만 몸이 연기처럼 사라지거나 변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 여행하는 사람의 행동이 역사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여행 중 그 시대에 살고 있는 자신과 만나도 사라지거나 무엇인가가 변하는 일은 없다. 시간 여행을 할 때 무엇인가를 훼손하거나 가져오거나 두고 오는 것도 안 된다. 시간 여행 중 세상을 구한다는 의무로 악인을 죽이거나 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역사 속 악인을 죽인다 해도 그보다 더한 악인이 나타날 수도 있다. 무엇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세상을 구한다는 명분으로 무언가를 해서는 안 된다.

 

역사는 우연히 서로 공간과 시간을 통해 연결된 사건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라 한다. 역사가 어떤 목표를 갖고 진보한다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신화에 불과하다. ‘유명한 역사적 실수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244페이지)라는 말은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지난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의견에 반하는 말이다. 시간 여행자가 세상을 개선하기 어려운 이유는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아주 느리게 받아들이는 속도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거로 여행을 떠난 시간여행자가 과거에서 페니실린이나 자전거와 같은 것을 만들려고 해도 이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필요한 다른 재료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쉽지 않다. <시간 여행에서 만나 봐야 할 사람들>에서는 위인전 속 유명한 발명을 실행으로 옮기거나 완수하는 과정에서 단 하나의 결정적 요소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던 인물들을 소개한다. ‘대륙 이동설을 증명해내지 못한 알프레드 베게너, 모스 부호와 전신기를 개발한 새뮤얼 모스, 웃음 가스인 아산회질소를 마취제로 사용한 마취제의 창시자 호레이스 웰스, 남극으로 탐험을 떠난 로버트 팰컨 스콧과 체리개러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지 못했거나 모험을 실패해 목숨을 잃었다. 이론이나 발명의 증명과 모험의 성공을 거의 다 완수한 상태에서 한 가지를 증명하지 못하거나 챙기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다. 시간 여행자가 이들을 만나서 이들이 실패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과연 옳은가 의문이 든다.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배웠거나 교육을 통해 배운 내용들을 과거로 떠난 여행에서 그곳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무심코 말하게 될 수도 있다. 이 대화로 인해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만약 무심코 말했다면 ‘어디에서 들었는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이런 상황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더 이상은 저도 잘 몰라요’(285페이지)라고 대처하라고 한다. 18장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야 한다>에서는 알아도 모르는 척 해야 될 내용들에 대해 적고 있다. ‘남극, 북극, 지구, 지구 핵, 표석, 지문, 박쥐, 고문, 생식, 생식주기, 지리, 조석, 금, 동성애, 위생, 예술, 생명, 월경, 유성, 달, 종교, 태양, 모기, 더위, 선거권, 치아, 철새’에 대해서 아는 척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시간 여행을 떠날 때 현지의 온도를 알아야 한다. 너무 덥거나 추운 곳에 아무런 대비 없이 간다면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없다. 여행지의 바람, 직사광선, 지열을 피할 수 있는 공간에 온도계를 설치하고, 하루 동안 기온을 날짜와 장소, 시간과 함께 기록해서 현지의 온도를 체크한다. 강수량, 적설량, 산불 화산 폭발, 소행성 충돌 등의 기상 현상도 체크해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관측 도구를 현지인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래에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다면 기상청은 지금보다 더 바빠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부 시간 여행자를 위한 필수 여행 정보>에서는 과거의 역사적인 사실을 설명하고, 여행을 할 때 어떤 정보를 알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과거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곳의 풍습과 관습을 배우고, 의사소통을 위해 기본적인 언어 지식을 갖춰야 한다. 만약 어렵다면 가이드나 통역사와 함께 여행을 해야 한다. 경험이 풍부한 시간 여행자들은 검증된 위조 신원을 갖추고 여행지에 어울리는 복장, 시대와 장소에 맞는 예절과 관습에 대한 간단한 교육을 받고 출발한다. 시간 여행을 떠나 자기소개를 할 때 진짜 신분을 말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과거로 갔을 때 신분을 상류층으로 위장하면 별난 행동을 해도 면책 특권을 누릴 수 있고, 현지 수행원을 고용할 수 있다. 신분을 위장할 때 그 신분에 맞는 행동과 복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여행지의 화폐와 화폐단위, 지불 방법 등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22장 <계산해 주세요>는 각 시대에 지불 수단이 되는 화폐의 종류에 대해 설명한다. ‘시대별 나라별 날짜와 시간 표기 방법과 이동 수단과 시간, 숙박 시설, 복장, 음식과 식사 예절, 마시는 물, 씻고 빨래하는 데 쓰는 물, 질병과 전염병, 여행 전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준비해야 한다. 질병에 걸린 상태로 여행을 떠날 경우 질병을 여행지에 전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의료적인 문제와 질병에 관한 정보는 여행 전에 반드시 체크한다. 화장실의 종류와 사용법도 미리 알고 가지 않으면 당황하게 된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갈 때 가지고 간 것은 반드시 다시 가져오고, 여행지에서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말아야 한다. 유일하게 가지고 올 수 있는 것은 ‘추억과 사진’뿐이라 말한다.

 

『방구석 시간 여행자를 위한 종횡무진 역사 가이드』는 시간 여행이 가능한 시대에 필요한 여행 안내서다. 이 책에서는 주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다루고 있다. 지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과거의 역사와 시간 여행에 필요한 과학적 지식, 여행지에서의 질병과 전염병, 치료법 등에 대한 의학 지식, 지구의 역사와 지리적 특징을 알려주는 지구학과 지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알 수 있다. 읽는 동안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도 많았고, 기존에 알고 있었던 내용들도 있어 즐겁게 읽었다. 시간 여행이 불가능하다는 편견에 사로잡힌 나에게 이 책은 시간 여행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심어준다. 만약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책을 읽었다. 『방구석 시간 여행자를 위한 종횡무진 역사 가이드』는 테마별 여행지와 시간 여행에서 주의할 점과 여행을 가기 전에 챙겨야 할 여행 정보를 자세하게 알려준다. 책의 첫 부분 <타임머신을 타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과 <시간 여행에 관한 짧은 역사>를 읽을 때는 여러 이론과 학자들이 설명되어 있어 조금 어려웠지만, 1부 <취향대로 떠나는 테마 여행>부터는 다양한 여행지와 역사를 알 수 있어 흥미롭게 책을 읽었다. 『방구석 시간 여행자를 위한 종횡무진 역사 가이드』는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면 꼭 필요한 책이다. 역사와 과학적 지식을 알려주고, 무한한 상상력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 발췌글

13

지금 우리는 시간 여행의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첫 문장)

 

22

역사를 흘러간 과거로 단정하는 사람은 역사란 어딘가 지루하고 정적이며 죽어 있다는 생각을 고수할 것이다. 아니면 영국의 역사학자 이언 모티머의 말처럼, 아예 다른 방향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도 있다 ‘과거를 (일어난 일이 아니라) 무언가가 일어나는 과정이라고 상상하는 즉시, 역사를 완전히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40~41

직관은 시대에서 우위를 점한 생각에 영향을 받아 깊이 새겨지며, 세계에 대한 최상의 해석이 직관적으로 옳다고 여겨지기까지는 종종 얼마간의 시간이 걸린다. -중략- 오랫동안 언쟁과 다툼을 벌이고, 기이하고도 엉뚱한 초안을 세우고 또 내버리고 나면, 과학이라는 학문은 언젠가 제대로 된 미래에 내려앉을 것이다. 그리고 한참 뒤에, 정말 모든 것이 전연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129

우리는 위리 시대의 어린아이다. 우리 중 대부분은 우리 시대의 리듬과 선호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이 새겨진 채로 살아간다. 현재는 무자비한 독재자다. 현재에 대항하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133

우리 대다수는 학교에서 역사의 극히 일부만을 배운다.

 

149

오늘날 더 이상 자연 그대로의 진짜 야생은 없다. 현재 우리가 ‘야생’ 또는 ‘황무지’라 부르는 지역도 대부분은 오래된 문화 경관이며, 아니면 기근이나 추방 같은 역사적 곤경에 처하면서 텅 비어버린 경우다. 자연 속에서 모험을 경험하고 싶다면, 옛날이든 지금이든 인간의 현존 여부가 일일이 기억되지 않는 공간을 찾는다면, 과거로 떠나야 한다.

 

190

전쟁과 전투가 역사에서 특별히 결정적이라 여기는 이들은 소동과 불화처럼 눈에 잘 들어오고 강하게 이목을 끄는 무언가에 쉽게 현혹되는 사람들이다.

 

198

과거로 가서 정착할 생각을 품고 있다면, 그 전에 당신이 과거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돌려받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199

현재가 주는 즐거움과 만족을 모두 누릴 수는 없다. 대신 과거만의 특전이 따로 있다. 과거로 이주할 마음이 있는 사람들은 본인이 무엇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신중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242~243

역사는 우리의 바람보다 훨씬 더 많이, 우연에 의해 특징지어진다. 역사는 계획도 없고 일관성도 없고 목표도 없는, 볼품없는 무질서 그 자체다. 그러므로 역사에서 모든 걸 포괄하는 거대한 구조를 찾는 일은 별로 의미가 없다.

 

243~244

역사는 우연히 서로 공간과 시간을 통해 연결된 사건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망, 즉 네트워크다. 우리 모두는 네트워크 안에 있는 매듭이다. 현명한 인간은 어느 시대에나 있으며 훌륭한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실제로 무언가가 달라지려면 아이디어가 적당한 곳에서, 마땅한 때에, 그리고 적절한 머릿속에서 떠올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디어는 사라지고 만다.

 

244

역사는 그저 몇몇 장소 및 선택된 시점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나 항상 벌어진다. 역사의 발걸음은 끊임없는 진보도 아니며, 정해진 최종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도 않는다. 역사에는 진보도 목표도 없다. 이들 둘은 인간이 디딜 발판을 위해 고안된 신화다.

 

305

오늘날 우리가 도달한 지식의 수준은 단순히 이전의 모든 지식을 더한 합에 몇몇 새롭고 현명한 깨달음을 추가한 결과물이 결코 아니다. 과거는 단지 기억에서 사라진 민속 관습이나 언어 또는 설명되지 않은 돼지 여물통 정도만을 지니지 않으며, 현재에 정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 모를 망각된 이론, 지식, 아이디어 그리고 정보까지도 보유하고 있다. 과거에 질문을 건넴으로써 현재는 더욱 현명해진다. 그러므로 과거로 가서 질문을 던져 보자. 아니면 적오도 주의 깊게 들여다보도록 하자.

 

319

과거의 사람들에게는 우리에게 다소 낯설 수 있는 나름의 우선순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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