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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평점 :
‘집행은 멈추지 않는다.’(424페이지)
‘임꺽정, 홍길동, 로빈 후드, 허동식, 최주호 등등’, 이들은 누구일까?
시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부정과 부패를 저지르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기득권층은 존재한다. 이들의 만행으로 백성(국민)들은 고통 받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엄연히 존재하는 법 앞에서도 처벌 받지 않고 떵떵거리면서 살아간다. ‘법은 모두에게 평등하다’라는 법칙은 이들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죄를 짓고도 법으로 처벌 받지 않고 빠져나가는 이들의 행태에 민심은 분노한다. 그때 이들이 등장한다. 법을 집행할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리를 저지른 이들을 처벌하는 이들은 법의 테두리에서 바라보면 범죄자이지만, 백성(국민)들에게는 영웅이 된다. 법을 집행하는 검찰과 경찰은 국민을 지키고 국민을 위해서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은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만든다.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죄를 지어도 비싼 변호사들을 고용해 처벌을 피해간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더불어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은 모두가 다르다. 집행관들은 피로서 죄인들을 처벌한다.
유일하게 생존한 악질 친일파 노창룡이 발견된다.
아주 끔찍하게 살해된 채로.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고등학교 동창이 갑자기, 정말 뜬금없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청한다. 허동식은 생존해 있는 유일한 친일파 노창룡의 자료를 구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노창룡의 자료를 보내고 5일 후 노창룡이 살해됐다는 기사가 보도된다. 자신이 보내준 자료 내용이 그대로 기사화된 신문을 보고 최주호는 자신이 살인의 조력자로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고 위기감을 느낀다.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 살인의 살해 방법이 자신이 쓴 글을 참고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허동식을 만나려 하지만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드디어 허동식을 만났지만 허동식은 최주호에게 집행관들과 함께 하게 될 거라는 거의 통보 수준의 말만 하고 헤어진다. 명분이 있다는 이유로 원치 않는 사람까지 끌어들이는 이들은 범죄자가 아니고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최주호는 허동식이 자신을 끌어들인 진짜 이유를 알게 된다. 허동식은 ‘집행관들의 뜨거운 심장을 기록’하라고 말한다. ‘집행관들의 열정과 신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기록해 달라는 것이다. 최주호의 역할은 ‘관찰자, 기록자, 증언자’다. 최주호는 자신을 행동하는 전사인 집행관들의 업적을 기록하는 사관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들의 열정, 신념, 분노를 정확하게 기록하겠다고 다짐한다. 처음 허동식의 제안에 반강제로 참여했던 것과 다르게 시간이 지나면서 최주호는 진정으로 기록하는 집행관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허동식은 온갖 나쁜 짓을 다한 사람들에 대해 조사하고 그들을 법이 아닌 그들만의 법으로 처벌하려 한다. 악독 친일파 노창룡을 살해한 것으로 처벌은 시작된다. 첫 번째 살인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들은 의욕적으로 다음 살해 대상을 정한다. 두 번째 살해 대상을 미행하고, 집행 방법을 의논하는 모습은 아무리 악인을 벌한다는 명분이라 해도 섬뜩하기까지 했다. 법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법으로 처벌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방법인지 의문이 든다. 악인이더라도 인간을 살해하는 것인데 살인 후 들뜬 분위기 속에서 살인 성공을 자축한다는 것에는 거부감부터 들었다. 허동식은 ‘무력’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그에 반해 최주호는 ‘펜’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글로 표출된 분노는 무엇도 변화시킬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무력’보다는 ‘펜’으로 표출하는 분노의 힘이 더 강력하다 생각한다. ‘무력’은 결국 ‘무력’으로 무너지게 된다. 살인을 한 배소령과 안소장은 우검사에게 쫓기다 우검사가 쏜 총에 죽는다. 글은 더 오랫동안 기억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피’와 ‘글’ 중 어느 것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 옳은지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노창룡 살해 사건을 맡게 된 우경준 검사는 내년 검찰 인사를 위해 범인을 꼭 잡겠다고 속으로 다짐한다. 노창룡의 몸에 새겨진 숫자의 의미가 친일 청산과 관련된 법률이 제정된 날짜라는 것을 알아냈지만 범인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다. 살인범을 찾기 위한 수사팀이 만들어지고, 이들은 조사를 계속하지만 단서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는다. 정윤주 기자가 쓴 살인 사건에 대한 기사 내용 중 살인 방법에 대한 내용이 최주호교수의 글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아낸다. 이 단서를 바탕으로 언론 자료를 조사해 최주호의 글을 인용한 엄기석 변호사의 글을 발견하고 그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다. 허동식이 포섭하려던 최주호로 인해 집행관들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언론 기사나 논문 자료를 찾아 살해된 사람들과 관련된 단서를 찾던 중, ‘정윤주, 최주호, 엄기석, 배동휘(배중령)’의 연결고리를 찾아낸다. 이들의 공통점은 부패와 비리에 맞선 적이 있다는 것이다(권력형 부패 사건을 다루는 사회부 기자, 부패 정치인과 비리 공직자를 공격하는 역사학 교수, 항명 사건으로 옷을 벗은 전직 특수부 검사 출신의 변호사, 국방부 비리사건을 폭로한 퇴역 군인). 수사팀의 끈질긴 추격으로 인해 집행관들의 정체가 하나씩 밝혀지게 된다.
집행관들의 존재가 한 사람씩 드러나면서 조직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엄기석의 조카가 제거 대상 후보를 개인적인 원한으로 죽이면서 조직은 조금씩 와해되기 시작한다. 심판관은 조직의 정보를 심판 대상에게 알려주었다는 이유로 제거의 대상이 된다. 결국 집행관을 모으고 조직을 이끌었던 심판관이 죽고, 인도로 떠나기 전 마지막 임무를 하던 배중령과 안소장이 수사팀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남은 집행관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책은 뒷부분으로 가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허동식이 집행관을 지휘하는 수장이라 생각하게 했다가 집행관을 조직한 심판관의 존재를 보여주고, 심판관을 포섭한 북극성과 집행관을 설계한 설계자의 모습이 등장할 때는 깜짝 놀라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심판관’과 ‘설계자’가 혹시 이들도 집행관인가라고 의심은 했었지만, 막상 확인하니 놀라웠다. 심판관보다 더 놀라운 건 ‘설계자’, 이 존재는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는 법에 회의를 느끼는 인물이라고만 생각했지 집행관의 핵심 인물일 거라고는 짐작도 하지 못했다. 심판관과 설계자에 대한 정보를 직접적으로 알려주면 책을 읽는 재미를 빼앗는 것 같아 밝히지 않겠다. 심판관과 설계자가 누군지 알고 싶다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법에서 처벌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이들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이들의 행동은 어떤 이유를 들어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법은 국민을 위해서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법이 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해도 사적으로 복수를 감행한다면 결국 부정부패와 비리를 저지른 이들과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인간쓰레기를 제거한다는 이유로 법을 어기는 행동을 용인한다면 사회는 무법지대가 될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법망을 피하기 위해 완벽한 계획을 세웠던 집행관들도 조금씩 균열이 발생하면서 정체를 들키기 시작했다. 법을 집행하는 이들의 끈질긴 수사는 집행관들을 찾아내고 그들의 범죄를 입증해낸다. 단서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집행관들을 추적해내는 수사팀은 법망을 피해가는 이들을 충분히 찾아내고 죄를 입증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능력이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