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비움 공부 - 비움을 알아간다는 것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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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 조희는 <<장자>>를 읽은 후 세상 만물이 꿈에 불과하다(22페이지)는 장자의 주장과 구부러진 나무처럼 쓸모없는 것이 유용하다는 가르침(22페이지)이 성공을 강요하는 사회의 압박으로부터 자신을 자유롭게 해 주었다고 한다. 장자의 비움 공부는 총 3부로 ‘1<장자, 비움의 공부>, 2<장자, 비움의 통찰>, 3<장자, 비움의 창작>’으로 장자의 사상을 적고 있다. 1부터 시작해 100을 끝으로 장자의 철학은 이야기 하고, 인문학자 조희의 해석을 실었다. 100개의 글을 읽고 난 후 모두를 전달할 능력이 부족해 읽는 동안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내용들을 적어보았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운명이 정해진다>

비방은 하나지만 쓰임에 따라 사람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합니다.”(39페이지, <장자>)

같은 것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보기도 한다. 안목은 남이 바라보지 못한 것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안목에 따라 보석을 보고도 누구는 다이아몬드라 하고 누구는 돌덩어리라 생각한다. 안목은 크게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안목타인을 알아보는 안목으로 나뉜다. 자기 자신과 타인을 제대로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삶은 완전히 다른 삶일 것이다.

 

<세속을 초월하여 즐긴다>

장자는 성인속된 일을 하지 않고, 이익을 좇거나 해 입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선택됨을 기뻐하지 않고, 도에 억지로 맞추지 않는’(48페이지) 사람이라 말한다. ‘말을 아끼고 세속을 초월해 즐기는’(48페이지) 성인의 삶은 행복한 삶일까? 성인이 되어 모든 것을 초월해 살아간다면 어떨까를 상상해 본다. 성인의 삶은 모든 것을 비우고 세속에서 벗어나 살아가야 하는데 나에게 선택하라 한다면 나는 성인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세속의 삶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일지라도 그 삶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장자의 비움을 배우고 깨닫기에 나의 그릇은 너무나도 작다. ‘당신은 짧은 인생에서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49페이지)라는 질문에 나는 무엇인가를 남기지 않더라도 이 순간 지금을 세속적일지라도 살아가겠다가 나의 대답이다.

 

<죽음은 삶의 연장선상에 있다>

옛날 진인은 삶을 기뻐하거나 죽음을 미워하지 않았다. 또한 태어남을 기뻐하거나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86페이지)

진인이 된다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것일까? 나는 가끔, 어쩌면 자주 죽음을 생각할 때면 두렵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고, 나의 죽음 이후 아이들은 어떻게 살까를 걱정하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회피하려 한다. 장자는 삶을 기뻐하지 않고 죽음을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진인이라 했는데, 나는 삶이 기쁘고 죽음이 미우니 절대 진인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죽음은 휴식이다>에서 장자는 삶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휴식인 죽음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91페이지)라고 말하는데 나는 또 다시 청개구리 근성이 나오나 보다. 나는 삶이 기쁠 때는 죽음을 피하고 싶고, 삶이 고달플 때는 죽음으로 편하게 쉬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힐 때가 있기 때문이다. 장자의 죽음에 대한 생각은 나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되돌아보게 한다. 죽음을 끝이라고 생각하고 고통이라 생각해 피하려고 만 한다면 죽음의 순간 삶에 대해 집착할까 두렵다. 죽음의 순간 삶의 미련을 두고 집착한다면 사랑하는 가족을 힘들게 할 것 같아 더 두렵다. 죽음은 다시 무로 돌아가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던 장자는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죽음도 태연히 받아들였다. 장자의 비움이 나는 아직도 어렵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마음을 비우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가장 어렵고 지금도 실천하기 어려운 말이다. <버려야 얻는다>에서는 집착을 버릴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다.’(128페이지)라고 한다. 집착을 버리면 모든 것을 소유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 이 말처럼 아이들에 대한 모든 집착을 버린다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한 번 지나면 되돌릴 수 없으니 더 불안하고 집착하게 된다. 이 집착은 나와 아이 모두를 힘들게 하고 사이를 멀어지게 만드는 원인이다. 마음을 비우고 집착을 버려야지 생각하면서도 나는 지금도 아이들에 대해 집착을 버리지 못해 고통스럽다. ‘모두 무심해진다면 천하는 태평해진다. 갈등과 분쟁이 없고 살육과 형벌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은 무심에서 나온다’(142페이지, <마음을 비우면 죽음도 피한다>)라는 장자의 말처럼 무심해지면 태평해질까? 천하의 태평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의 마음의 비움, 즉 무심이 가정을 태평하게 만들 수 있다면 노력해 보려한다.

 

<큰 사람은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 한다>

장자는 대인은 작은 일에도 성의를 다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무시하지 않는다’(168페이지)라고 말한다. ‘100-1=99가 아니라 100-1=0이 될 수도 있다’(168페이지)라는 말이 와 닿는다. 사소한 일이라고 소홀히 한다면 큰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나쯤이라 생각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일로 인해 실패하게 될 수도 있다.

 

장자는 말은 금방 잊힌다’(173페이지)라고 말한다.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수단인 말은 금방 잊히기 때문에 뜻을 알기 어렵고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연 장자의 말처럼 말은 금방 잊히는 것일까? 말은 금방 잊히기도 하지만, 또 아주 오랫동안 잊히지 않고 남아 있기도 한다. 말로 받은 상처는 잊히지 않고 마음 속 깊이 남아 오랫동안 마음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무심코 내뱉은 말이 돌고 돌아 눈덩이처럼 커져 다시 말을 꺼낸 사람에게 돌아가기도 한다. 장자가 말이 잊힌다고 했을 때의 잊히는 시간과 내가 잊히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때의 시간의 길이가 다른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장자는 정말 비움을 말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었다. ‘소인과 대인의 차이(52페이지)’에서 매미와 비둘기을 비교해서 큰 인물인 이 되기 위해서 많은 시간 동안 자신을 갈고 닦으면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 속에도 비움보다는 꽉 채움이 느껴지는 건 나의 잘못된 해석일까? ‘칼도 잘 다루면 도가 된다(54페이지)’에서 어떤 일을 할 때 오랜 시간 노력을 기울이면 어느 순간 경지에 올라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노력을 한다는 것이 비움이라 말할 수 있을까? ‘갈고닦음노력을 위해서는 어떤 목표를 세우고 계속해서 채워야 하는 것인데 어떻게 비움이라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장자의 철학을 쉽게 풀어준 장자의 비움 공부을 읽으면서 장자의 철학이 이해되는 듯 또 이해되지 않는 듯도 해서 읽는 동안 또다시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와 같이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사람을 위해 작가는 3부에서 현대의 사례를 통해 장자의 비움을 들려준다.

 

3<장자, 비움의 창작>은 장자의 가르침을 현대의 창작으로 재해석한 사례를 설정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장자의 가르침과 통찰을 전달한다. 장자는 쓸모없는 것이 잘 쓰이는 것을 강조한다. 2013년 수원에서 진행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프로그램에서 폐자재로 작품을 만들어 전시회를 열었다. 쓸모없는 새똥으로 부국이 된 나우루 공화국은 그렇게 쌓은 부를 탕진해 최빈국으로 떨어졌다. 접착력이 떨어져 접착제의 실패작이었던 포스트잇은 지금은 인류 최대의 발명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심장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비아그라는 심장질환에 효과가 없어 실패한 약이었지만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했고, 화이자는 제약업체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달을 동경한 박은 자신의 쓰임을 물을 담는 표주박이 되어 증명한다.(박의 이야기는 설화인 듯하다) 엘리베이터가 느리다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안에 거울을 설치했고, 이후 사람들은 거울을 보면서 엘리베이터 속도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처음에 가운데가 채워져 있던 바퀴는 가운데를 비운 후 더 빨라지고, 오래 사용할 수 있었다. ‘비우고 버리면 얻는다는 장자의 사상과 연결된다. 바퀴와 같은 사례로 도넛을 들 수 있다. 도넛도 가운데에 구멍을 뚫으면서 더 골고루 잘 익힐 수 있었다. 자동차의 범퍼도 비웠기 때문에 충격을 분산할 수 있었다. 새들도 뼈가 비어 있기 때문에 무게를 줄일 수 있어 날 수 있다고 한다.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게 활용하는 것과 채우지 않고 비움으로써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장자의 사상을 적용할 수 있는 사례들을 읽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물건 등에서 장자의 사상을 적용할 수 있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를 고민해본다.

 

동양고전의 매력은 오랜 옛날의 성인들의 말인데도 지금 현재 우리의 삶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것은 결국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 성인의 말에서 깨달음을 얻고 지금의 삶을 더 지혜롭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동양 고전은 삶의 보석을 가득 담고 있는 보물 상자이다. 인문학자 조희는 장자의 말과 자신의 해석을 함께 이야기한다. 장자의 말을 현대의 인문학자가 해석한 글을 읽고 동의하는 내용도 있지만 또 어떤 내용들은 나의 생각을 넣어 해석하게 된다. 장자와 인문학자 조희, 그리고 나의 생각을 비교할 수 있어 책을 읽는 동안 즐거웠다.

 

발췌글

23

장자의 핵심 철학은 비움입니다.

 

24

배움을 강조하는 공자가 당신을 압박했다면, 비움을 중시하는 장자는 당신에게 휴식을 줄 것입니다.

 

74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무조건 일찍 성공가도를 달린다고 해서 마지막까지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모두가 단점이라고 말하는 것도 어느 순간 장점이 될 수도 있다.

 

96

인생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다.

 

101

가장 올바른 길을 가는 사람은 타고난 참모습을 잃지 않는다.

 

119

우리는 믿는 대로 행동하고, 믿는 대로 보고 듣는다. 문제는 우리의 믿음이 잘못 되었을 때 잘못 행동하고 잘못 보고 듣게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이러한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131

모든 사람은 각자 생각이 다르다. 절대로 두 사람이 같은 생각을 가질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생각으로 갈등을 겪을 필요는 없다. 꼭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안 보면 되는 것이고, 봐야 할 사람은 그저 다름을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133

우물 안 개구리는 좁은 곳에 갇혀 바다를 모르고, 여름 벌레는 시절에 갇혀 얼음을 모르고, 재주가 부족한 사람은 배움에 갇혀 도를 모릅니다.

 

134

마음이 좁으면 상처를 받기 쉽다. 작은 일도 크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대하는 마음이 크면 마음은 반대로 좁아지고, 자만하는 마음이 크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좁아진다.

 

168

대인은 작은 일에도 성의를 다해 큰일을 이룬다네. 그러므로 대인은 자기의 주장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마음에 다짐한 바가 있어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무시하지 않는다네.

 

229

세상에서 쓰임을 받고자 한다면 장자 철학에 의문점을 제기할 것이고, 유유자적하고자 하는 사람은 오히려 공자에 의문점을 제기할 것이다.

 

247

사고방식을 바꾸라는 말은 항상 180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1도의 관점 전환과 1퍼센트의 변화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더 많다.

 

255

장자에 의하면, 모든 차별이나 변화는 결국 인간의 유한한 지식으로부터 유래한다고 한다.

 

260

장자는 우리에게 이 세상에서 쓸모없는 것, 쓰임이 없는 것은 없다고 하였다. 또한 인간의 흥망성쇠는 아주 자그마한 차이이기에 고정관념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였다. 무엇보다 덜어냄으로써 비워내는 것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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