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ㅣ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알고 있는 옛날이야기를 수수께끼투성이 추리소설로 변신시킨 흥미로운 책이다.
<엄지 동자의 부재 증명>, <꽃 피우는 망자가 남긴 말>, <도서 갚은 두루미>, <밀실 용궁>, <먼바다의 도깨비섬>, <꿩은 도깨비섬으로 향한다>. 이렇게 여섯 작품은 각자의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작품들끼리 연결 고리를 만들어 놓아 더 흥미로운 책이다. 작품끼리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찾아 읽는 것도 재미있다.
● <엄지 동자의 부재 증명>
<엄지동자>가 원작이다.
가미쿠리 마을에 사는 후유키치가 살해된다. 그는 우의정 댁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있는 남자로 그것이 사실이라면 딸만 있는 우의정의 후계자가 될 인물이다. 살인 사건을 조사하던 검비위사의 수하 구로 미카즈키는 도깨비 방망이로 몸이 커져 우의정 딸과 결혼하는 엄지동자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우의정 댁 가신 에구치를 만나 함께 사건 현장을 방문한다.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목격자를 심문한 후 구로와 에구치는 엄지동자의 범행을 확신하고 우의정 댁으로 돌아온다. 다음 날 진짜 검비위사와 사건 현장에서 마주친 에구치는 엄지동자 범행의 결정적인 증거인 몸집이 커진 도마뱀붙이를 보고 난 후 범행 당시 도깨비 방망이가 사용된 것을 알게 된다. 우의정 댁에 도착한 에구치와 검비위사는 엄지동자의 악행을 모두에게 밝힌다. 도망가는 엄지동자를 공격한 하루 아가씨의 하얀 고양이를 보고 에구치는 구로 미카즈키의 정체를 알게 된다.
● <꽃 피우는 망자가 남긴 말>
전래동화 <꽃 피우는 할아버지> 가 원작이다.
모키치 할아버지는 한 겨울에 잿가루를 뿌려 꽃을 피게 한다. 떠돌이 개는 할아버지를 따라가 그 집에서 살게 되고, 지로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지로가 이 집에 오고 나흘 후 할아버지가 꽃이 핀 한가운데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굶주리는 어린 강아지를 데려와 시로라 이름 짖고 키운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시로는 밭에서 보물 상자를 발견하게 해준다. 할아버지는 보물을 마을에 기부한다. 욕심쟁이 다사쿠 할아버지는 시로를 빼앗아 가고 보물을 발견하지 못해 화가나 시로를 죽인다. 죽은 시로를 묻어준 자리에서 자라난 소나무로 떡을 좋아하는 시로를 위해 절구를 만들어 찧자 황금이 쏟아진다. 할아버지는 이 황금을 절에 기부한다. 다사쿠 할아버지가 절구를 강제로 빌려가 찧지만 그 안에서는 뱀과 개구리, 벌레들이 쏟아진다. 화가 난 다사쿠 할아버지가 절구를 태워버리고 그 재를 모키치 할아버지가 가지고 오고, 바람에 날린 재가 나무에 뿌려져 꽃을 피운다. 다사쿠 할아버지가 집으로 찾아와 재를 빼앗는다.
모키치 할아버지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할아버지 허리춤에서 검은 주머니와 하얀 주머니가 발견된다. 검은 주머니에는 잿가루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흰주머니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 할머니도 모른다 말한다. 마을 사람들은 범인으로 다사쿠 할아버지를 의심하지만 다사쿠는 영주의 아들을 다치게 한 죄로 감옥에 갇혀 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죽은 모키치 할아버지의 손에 있는 냉이꽃을 증거로 용의자를 추론해 사람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할아버지의 범인을 추적하던 지로는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아내고 복수를 위해 밭에 투구꽃을 심은 후 죽어간다.
● <도서 갚은 두루미>
전래동화 <은혜 갚은 두루미>가 원작이다.
아버지가 남긴 빚을 갚아야 하는 야헤에에게는 빚을 갚은 능력이 없다. 베를 짤 수 있었던 어머니가 베짜는 건 여자가 할 일이라는 이유로 베 짜는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아 빚을 갚은 능력이 없다. 어머니도 돌아가신 상황에서 빚은 온전히 야헤에의 몫으로 남았고, 빚을 갚으라 독촉하는 촌장을 죽이게 된다.
두루미 쓰우는 자신을 구해준 은혜를 갚기 위해 인간 여자의 모습으로 변신해 야헤에를 찾아간다. 무죽을 얻어먹은 후 길쌈을 해서 은혜를 갚고 싶다고 말한다. 쓰우가 베를 짜는 동안 야헤에는 방안을 들여다보지 않겠다 약속하며 쓰우에게 장지문 안을 들여다보지 않을 것을 약속받는다. 야헤에는 쓰우가 베짜는 소리를 들으면서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쓰우가 짠 옷감은 두루미의 깃털로 짠 것으로 옷을 입으면 몸이 가벼워지는 신비한 능력을 지녔다. 야헤에는 옷감을 부잣집에 팔아 받은 돈으로 물건을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동안 쓰우는 장지문 안이 궁금해 안을 들여다보려다 멈춘다. 야헤에는 쓰우에게 옷감을 더 짜줄 수 있는지를 부탁한다.
사라진 촌장을 찾기 위해 촌장 부인은 보상을 약속하며 마을 남자들에게 부탁한다. 다음 촌장 자리를 노리는 곤지로는 용의자를 찾아 나선다. 쓰우가 만든 옷감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야헤에는 점점 변해가기 시작하고 쓰우에게 옷감을 짤 것을 강요한다. 계속되는 야헤에의 요구와 다른 여자와 결혼하려는 그에게 배신감을 느낀 쓰우는 야헤에의 친구 간타의 도움으로 도망쳐 두루미가 되어 떠난다. 20년이 지나 간타와 부인이 죽고 난 후 혼자 된 간타의 아들 야헤에(친구의 이름과 같은 이름을 지어줌)를 쓰우가 찾아온다. 쓰우를 배신한 야헤에는 그 마을의 촌장이 되어 있었다. 쓰우는 은혜를 갚겠다 말하면서 간타의 아들 야헤에에게 괭이를 주면서 촌장이 다시 찾아오면 죽이라고 말한다.
<은혜 갚은 두루미>는 읽고 난 후 이야기가 뒤섞이는 느낌이 들었다. 덫에 걸린 두루미 쓰우를 구해준 야헤에는 촌장을 죽이고 시신을 유기한다. 쓰우가 만들어준 옷감으로 부자가 된 야헤에는 촌장이 되고, 쓰우는 야헤에의 친구 간타의 도움으로 야헤에에게서 도망쳐 나온다. 자신을 구해준 간타의 은혜를 갚기 위해 돌아가신 부모의 빚을 갚으라고 협박당하는 간타의 아들 야헤에를 찾아간다. 아버지의 친구 야헤에와 같은 이름을 갖고 있는 간타의 아들 야헤에는 촌장을 죽이라 말하는 쓰우의 유혹에 넘어가고, 쓰우는 간타의 집에서 베를 짠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마지막 부분에 ‘1로 돌아가 3,5,7 순서로 읽는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 이 순서로 다시 돌아가 글을 읽어보지만 두 명의 야헤에의 이야기가 뒤죽박죽되어 더 혼란스럽다. 헷갈리기는 하지만 그래서 또 재미있게 읽힌다.
(1로 돌아가 3, 5, 7 순서로 읽는다, 178페이지)
● <밀실 용궁>
전래동화 <우라시마 다로>가 원작이다.
마음씨 착한 어부 우라시마 다로는 연로한 어머니와 둘이 살아간다. 어느 날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거북이를 구해준다. 이 거북이는 인간의 말을 하는 거북이로 용궁에서 용녀님을 모시는 궁녀였다. 은혜를 갚는다고 말하는 거북의 등을 타고 용궁으로 떠난다. 용궁에서는 거북이를 구해준 우라시마를 위한 연회가 열리고, 연회가 끝난 후 지정된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자려던 순간 비명소리가 들린다. 아끼는 항아리를 거북이가 깨트려 화가 난 문어가 먹물을 뿌리면서 화를 내고 있었다. 경비병 무당게가 와서 문어를 제압한다. 용궁의 용녀와 함께 있던 방에 수상한 남자가 침입하고, 놀란 순간 닭새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닭새우가 발견된 겨울의 방은 안에서 잠겨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닭새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씩 나오는 증언에 의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생각해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넙치를 살해 용의자로 지목한 후 우라시마는 용녀의 요청으로 용궁을 떠난다. 돌아오는 길에 거북은 넙치가 범인이 아닌 이유와 함께 넙치와 닭새우의 모략으로 용궁에서 쫓겨난 복어의 이야기를 한다. 육지에 도착한 우라시마는 자신이 떠나고 400년의 시간이 흐른 것을 알고 놀란다. 홀로 남은 우라시마는 용녀가 준 옥수함을 열어 보고 그 안에서 흰 연기가 새어나오면서 늙어간다. 늙어가는 순간 우라시마는 닭새우의 살해범이 누구인지, 그의 범행동기와 범행 수법을 깨닫게 된다. 흰 모래가 눈부신 고요한 바닷가에서 두루미 한 마리가 날아간다. 두루미는 우라시마가 변한걸까?
● <먼 바다의 도깨비 섬>
전래동화 <모모타로>가 원작이다.
도깨비들이 모여 살던 섬에 폭풍우가 몰아친 후 논밭이 망가지고, 바다에서 고기가 잡히지 않게 된다. 굶주린 도깨비들이 쓰러지자 이들을 구하기 위해 붉은 도깨비 오니조가 인간들의 땅으로 가서 식량과 금은보화를 얻어 온다. 이날 이후 오니조를 중심으로 뭉친 도깨비들은 반대하는 장로와 도깨비들을 가두고 매일 놀고먹으면서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간의 배가 도깨비 섬으로 들어온다. 인간이 동물들에게 도깨비들을 한 마리도 남김없이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인간에게서 식량과 보물을 받아왔다는 것은 모두 거짓이었다. 그동안 오니조는 인간의 땅에 가서 식량과 보물을 약탈해 온 것이었다. 오니조는 인간 모모타로에게 죽임을 당한다. 감옥에 갇힌 도깨비들을 찾아낸 모모타로에게서 남은 도깨비를 보호하기 위해 도깨비 장로는 자신을 희생해 보물이 있는 곳으로 모모타로를 안내하고 죽임을 당한다. 모모타로에게서 살아남은 도깨비들의 후손들이 태어나고 평화를 되찾은 도깨비 섬에서 오니타와 싸우고 갇혀 있던 오니시게가 살해된다. 오니히로는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는 덴구 괭이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오니타를 용의자로 몰아세운다. 오니히로가 덴구 괭이, 두루미의 옷, 요술 방망이를 사용해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오니타를 범인으로 몰아세웠고 이 말을 믿은 도깨비들은 오니타를 가둔다. 오니타가 갇힌 후 오니오바바 할머니가 살해된다. 오니타는 범인으로 모모타로 일당을 지목한다. 여자 도깨비들이 살해되고 그들이 독에 의해 살해된 사실을 발견한다. 도깨비들이 살해된 후 남은 도깨비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서로를 의심한다. 모두가 죽고 난 후 오니타만 남았다. 홀로 된 오니타 앞에 나타난 사람은 오니타를 죽인다. 도깨비 섬에는 더 이상 살아 있는 도깨비는 존재하지 않는다.
● 번외 단편 특별수록 : <꿩은 도깨비섬으로 향한다>
모모타로와 함께 도깨비 섬을 토벌해 도깨비를 죽인 꿩은 원숭이와 개와 함께 인간들의 땅으로 돌아와 보물을 인간들에게 돌려준다. 섬에 남은 모모타로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소식에 꿩은 혼자 모모타로를 찾아 도깨비 섬으로 들어간다.
●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엄지동자의 부재 증명>은 재산을 노린 엄지동자의 음모를 파헤쳐 주인집 하루 아가씨를 구한 하얀 고양이 구로의 이야기다. <꽃 피우는 망자가 남긴 말>은 배고픈 자신을 구해준 모키치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떠돌이 개 지로의 이야기이다. <도서 갚은 두루미>는 덫에 걸린 자신을 구해준 은혜를 갚기 위해 깃털을 뽑아 옷감을 짜는 두루미 쓰우는 인간에게 이용당하고 노동력을 착취당한다. 자신을 배신하고 이용만 하는 야헤에에게서 도망친 쓰우는 20년 후 도망치는 것을 도와준 은혜를 갚기 위해 간타의 아들을 찾아간다. 간타의 아들을 돕는 방법이 과연 은혜를 갚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베풀어준 은혜에 보답하고 주인이나 자신을 괴롭힌 이들에게 복수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는 동화 속 이야기임에도 마음을 울린다. <밀실 용궁>에는 용궁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이 등장한다. 자신을 구해준 은혜를 갚기 위해 어부를 용궁으로 데리고 간 거북이야기. 용궁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어부는 한 용의자를 지목해 범인임을 밝히고 육지로 돌아온다. 이틀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육지는 400년이 지나버렸고, 열지 말라는 옥수함을 열어 늙어가는 어부는 닭새우 살인 사건의 진범이 누구인지를 깨닫게 된다. 거북의 은혜갚음은 우라시마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는다. <먼 바다의 도깨비섬>에는 원숭이, 개, 꿩이 등장한다. 이들은 인간 모모타로를 도와 인간과 동물을 괴롭힌 도깨비를 해치우기 위해 도깨비 섬으로 떠난다. 도깨비 섬에 도착한 모모타로 일행은 도깨비들을 죽인다. 살아남은 도깨비들은 다시 아이를 낳아 섬을 유지하지만 결국 인간과 도깨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 의해 모든 도깨비들이 살해당한다. 도깨비 섬에 더 이상 도깨비는 없다.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전래동화 원작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은혜 갚음과 원수 갚음이 함께 나오고 은혜를 갚으려는 선한 마음과 욕심을 채우려는 악한 마음이 모두 이야기 속에 들어 있다. 은혜갚음이 정말 은혜갚음이 맞는지도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옛 이야기 속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살인자를 찾아가는 과정은 추리소설과 범죄 소설을 함께 읽는 것과 같이 흥미진진하다. 어떤 이야기는 범인을 예상할 수 있지만, 어떤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범인을 이야기의 마지막에서야 겨우 알 수 있는 것도 있어 더 흥미롭게 읽었다. 옛 이야기 속 범죄·추리 소설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를 읽으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 표지 안쪽으로 ‘번외 단편 특별수록’ 작품 <꿩은 도깨비섬으로 향한다>를 실어놓았다. 지금까지 읽던 책들 중 이런 방법으로 이야기를 수록해 놓은 책을 처음 만났다. 독특하고 신선해 즐겁게 읽었다.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는 이야기와 여러 기법 등 모두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책이다.
■ 발췌글
“언뜻 교훈적인 이야기 같지만 그 안에는 인간이라는 생물의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지. 순수하면서도 교활하고, 탐욕스러우면서 잔인한. 이토록 현명함과 어리석은 면모를 두루 갖춘 동물은 없다고 느껴질 정도야.(책 표지, <꿩은 도깨비섬으로 향한다> 중 갈매기가 옛 이야기를 수집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