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비늘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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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를 사랑한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백어가 영혼을 얻기 위해 한 개의 소금 비늘을 주고 원한 건 사랑이었다. 비늘을 훔친 남자의 배신으로 백어는 영혼을 얻을 기회를 잃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영혼은 사람에게만 있다고 해 사람을 제외한 다른 생물들에게 깃들어 있는 것은 영뿐, 혼은 없대. 때문에 사람의 것은 영혼이고 우리의 것은 영과 정이 결합한 정령이야. 그러니까 인어가 사람이 되려면, 혹은 사람으로라도 환생하려면 먼저 영혼을 얻어야 해. 그 영혼을 얻는 데는 조건이 있어. 사랑, 모든 저주를 풀 마법의 열쇠.’(42페이지)

 

이름 없는 백어 남정심과 마리는 인간이 지어준 이름으로 인간 남자에게 비늘 하나를 건네 주고 함께 살았다. 남정심과 마리는 남자의 사랑으로 영혼을 얻어 행복하게 살았을까? 답은 아니오이다. 백어는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처럼 소금 비늘을 욕심낸 남자들의 배신으로 남정심은 죽고 마리는 딸 섬을 데리고 남편 곁을 떠나 영원히 사라진다.

 

 최동수는 풍랑을 만나 바다에서 실종된다. 그가 죽었다 생각했을 때 젊은 여자를 데리고 돌아온다. 말을 하지 못하는 여자의 이름은 최동수의 전처의 이름 남정심이 된다. 아들 순하를 낳고 살아가던 이 가족들에게 비극이 찾아온다. 소금 비늘을 욕심낸 최동수가 남정심을 죽이고 감옥에 갇히면서 순하는 어머니의 유언대로 백어도에 어머니를 묻고 누나와 함께 별어마을을 떠난다. 마을 사람들의 성화에 어머니의 묘를 이장하는 날 묘를 본 모두가 놀란다. 남정심의 몸 전체가 썩지 않은 채 하얀 비늘로 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만진 순하의 손이 비늘에 베여 피가 나오고 10개의 소금비늘이 순하의 손에 떨어진다. 이 중 두 개가 사라지고 소금 비늘을 훔친 순하의 친구들은 하나씩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한 친구는 친구들의 죽음을 본 후 소금 비늘을 바다에 던진다. 소금 비늘은 백어가 허락해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허락 없이 손을 대는 자에게는 죽음뿐이다.

 백어의 비밀을 알고 있는 황씨 가문의 후계자 준희는 백어도에서 백어와 눈이 마주치고 그녀를 뭍으로 데리고 나온다. 백어와 맺어진 남자는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마리를 용보에게 소개한다. 용보의 청혼을 받은 마리는 소금 비늘 하나를 주면서 다른 비늘에 손대지 않겠다는 것을 맹세하게 한 후 결혼한다. 딸 섬을 낳고 살아가던 중 용보는 소금 비늘에 욕심을 내기 시작한다. 사실을 알게 된 마리는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간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용보를 죽이거나 용보에 의해 죽임을 당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용보를 죽이지 않기 위해 용보의 곁을 떠난 것이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용보는 마리를 찾아 나서고 마리와 인연이 닿았던 순하와 준희와 함께 배를 타고 마리가 피아노를 가라앉힌 곳을 찾아간다. 움직이지 않는 배 위에서 환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순하가 바다로 뛰어들고 배는 움직여 항구로 돌아온다.


 한국판 인어공주 이야기, 『소금 비늘』은 읽기 시작해서 한 번에 쭉 읽었다.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백어로 태어나 영혼을 얻고자 인간에게 자신의 전부를 내어준 남정심과 마리가 원한 건 ‘사랑’ 뿐이었다. 사랑을 얻어 영혼이 있는 존재로 살아가고 싶었던 백어는 소금 비늘을 욕심낸 남자들의 배신으로 행복한 결말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들에게 남은 건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순하와 섬, 아이들은 인간이지만 백어처럼 청각이 예민하고 물속에서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다. 섬은 마리와 함께 바다로 돌아가고 순하도 마리와 섬이 있는 바다로 돌아간다. 책을 읽으면서 용보의 욕심과 뻔뻔함에 짜증이 났고, 준희의 집안 황가네의 소금 비늘을 얻는 비열한 방법에도 화가 났다. 백어와 백어의 아이들의 불행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비밀을 말하지 않은 백어와 욕심 내어서는 안될 것을 욕심낸 남자들 중 누구에게 더 큰 책임이 있을까?

 

『소금 비늘』은 인어공주 이야기를 우리나라의 한 섬으로 가지고 와서 이야기하고 있는 판타지 소설이다. 판타지이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 외딴 섬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들이 실제로 있었던 일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소금 비늘』은 나의 잠자고 있는 상상력을 깨워주었다. 책 속 장면과 등장인물의 이미지를 그리면서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하게 만들어주는 작품 덕분에 더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사람은 평생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채로 살다가 죽어, 세상엔 우리가 본 것보다 보지 못한 것이 더 많지. 내가 보지 못했다고 없는 것은 아니야.”(266페이지, 준희)

준희의 말처럼 우리가 보지 못했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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