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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 걷어차기 - 앞선 나라는 따라잡고 뒤쫓는 나라는 따돌리던 선진국 경제 발전 신화 속에 감춰진 은밀한 역사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0년 8월
평점 :
선진국들은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고 경제 패권을 이룬 국가들이다. 그들도 개발도상국이었을 때 자국의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개입해서 보호 정책을 시행했다. 개발도상국이었던 나라들은 경제적 부를 축적해 선진국이 된 후 자신들이 경제 발전을 위해 딛고 올라간 사다리를 걷어차 다른 나라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한다. 자국 경제를 위해 보호 정책을 펼쳤던 그들은 개발도상국의 보호 정책을 철회할 것을 강요하고, 그 나라에 수입되는 물품의 관세를 인하하라는 압박을 넣는다. 『사다리 걷어차기』는 장하준교수가 2000년대 초반 세계화 물결 속에서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과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신자유주의적 국제 경제 질서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를 찾기 위해 쓴 책이다.
1부에서는 산업 무역 기술 정책을 이야기한다. 각국 정부들이 채택한 정책들에 따라 경제 성장과 구조 변화를 이루어 낸 정도가 달라졌다. 선진국이 된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일본, 한국, 대만의 사례를 통해 개발도상국이었던 당시의 경제 산업 정책을 살펴본다. 이 중 대표적인 나라인 영국의 경제 정책은 다음과 같다. 영국은 13~14세기에 모직물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가공하지 않은 양모와 적은 양의 모직물을 수출하고 모직 옷감의 수입을 통제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16세기에는 가공되지 않은 직물의 수출을 금지한다. 엘리자베스 1세 때 영국은 해상권을 강화하고 식민지를 정복하면서 시장을 독점한다. 모직 산업 부문에서 영국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16세기식 유치산업 보호 전략을 얘기하고 있다. 18세기 영국 총리 월폴은 “공산품을 수출하고 외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것이야말로 국민 복지 향상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66페이지)라 말하면서 정부 수입 정책을 강조한다. 수출용 공산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수입 관세를 환급해주고, 공산품 수출 관세를 폐지하고, 외국산 공산품에 대한 수출 관세를 크게 올린다. 영국 정부는 영국 상품의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섬유 품질 관리를 위한 규제 조항을 시행한다. 이때 영국에서 도입한 정책들은 2차 대전 이후 일본, 한국, 대만이 시행한 정책과 유사하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룬 영국의 기술 격차는 타 국가들과 더 크게 벌어진다. 19세기 중반 영국은 식민지의 상품 중 자국 산업을 위협할 소지가 있는 상품의 수입을 금지한다. 영국이 기술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 보호 관세의 장벽 덕분에 가능했다. 19세기 중반 영국의 무역 자유화는 모든 과정이 정부의 엄격한 관리 하에 진행되었다. 20세기 초 미국과 독일의 공산품과의 경쟁에 불리해지자 영국은 보호주의 정책을 다시 도입하고, 1932년 대규모 관세를 재도입하면서 자유 무역 시대는 막을 내린다. 영국은 최초로 유치산업 보호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이 전략을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과정으로 따라한다.
선진국 대열에 오른 나라가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들을 따라잡기 위해 유치산업 보호 정책을 채택해서 시행한다. 18세기 영국에서부터 20세기 말 한국에 이르기까지 유치산업 보호 정책이 성공적인 경제 발전으로 이어졌다. 경제 발전에 기여한 것은 보호 관세 정책 뿐 아니라 수출 보조금, 수출 원자재 수입 관세 환급, 독점권 허용, 정책 금융, 인력 개발, 민관 협력 증진하는 제도 등 다양한 경제 개발 정책들이 있었다. 현대 개발도상국들의 관세가 과거 선진국들이 부과하던 관세보다 더 높은 것은 현대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생산성 격차가 과거 더 발전한 나라와 덜 발전한 나라 사이의 격차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19세기 현재 선진국 중 가장 가난한 나라(일본과 핀란드)와 가장 부자였던 나라(네덜란드와 영국) 사이의 구매력 평가 기준 소득은 2대 1에서 4대 1이었다. 현재는 1999년 기준으로 가장 잘사는 나라(스위스, 일본, 미국)와 가장 못사는 나라(에티오피아, 말라위, 탄자니아)의 소득격차는 50~60대 1정도이다. 이런 차이를 감안해 개발도상국들의 보호 정책 관세의 비율은 결코 과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의 관세가 높다는 이유로 관세 완화를 압박한다. 선진국이 경제 발전을 위해 시행했던 정책들을 개발도상국들이 채택하려 하지만 선진국들의 압박으로 인해 채택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2부는 여러 국가에서 사용된 제도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바람직한 제도로 제시되는 것들은 민주주의, 청렴하고 효율적인 관료제도와 사법 제도, 지적 재산권을 포함한 기업 지배 제도, 발달한 금융제도, 바람직한 공공 재정 체제, 사회복지제도, 사회안전망 제공과 노동자 권리 보호하는 노동관련 제도 등을 말한다. 가장 필수적인 통치 체제의 핵심 요소로 여겨지는 여섯 가지 요소인 민주주의, 관료 체제와 사법체제, 재산권, 기업 지배 구조, 민간 및 공공 금융제도, 노동 제도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선진국이 이루어낸 제도와 선진국을 모델로 발전해가는 개발도상국들의 제도를 비교하고 있다. 선진국이 제시한 바람직한 제도가 과연 개발도상국에도 바람직한 제도인지에 대해 반드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3부는 선진국이 자신들이 사용했던 정책과 제도를 개발도상국이 시행하는 것을 방해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사다리 걷어차기’에 대한 이유가 나온다.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바람직한 정책’과 ‘바람직한 제도’라는 이유로 선진국에 유리한 것들을 강요하는 행위는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위이다. 선진국들은 현재의 개발도상국들이 사용한 것보다 더 강력하게 자국의 산업을 보호한다. 자유방임주의적 정책이 주는 혜택을 강조하면서 개발도상국에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권하는 것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는 것과 모순된 행동이다. 선진국이 바람직하다 해서 개발도상국가에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가에 자신들의 기준에서 ‘바람직한 정책’과 ‘바람직한 제도’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곧 사다리 걷어차기이다. 선진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가차 없이 사다리를 걷어차 버릴 것이다. 『사다리 걷어차기』는 우리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려 하고 있다. 이 사실을 인식한 후 <있을 수 있는 반론에 대해>에서 제기하고 있는 세 가지 반론과 <경제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 본다면 우리에게 가장 바람직한 경제 정책과 제도를 찾을 수 있으리라 믿고 싶다.
『사다리 걷어차기』는 선진국들이 어떻게 선진국으로 발전했는지를 알려주고 선진국이 된 후 개발도상국가에 무엇을 강요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경제 관련 내용들이 어렵기는 했지만 역사와 연결해서 이야기해주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